어린이집 설치 등으로 여성 인재 양성 및 성차별 해소에도 앞장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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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 회장의 뜻은 지난 2001년 그룹 신년사에서 드러난다. 그는 당시 "소외된 이웃에 눈을 돌리고 따뜻한 정과 믿음이 흐르는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것은 선도기업인 우리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비단 말 뿐이 아니라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사회공헌 활동에 나서며 소외된 계층을 챙기는데 앞장섰다.
특히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까지 관심을 갖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대표적인 것이 동물을 활용한 사회공헌이다. 삼성화재는 지난 1995년부터 시각장애인들의 눈 역할을 하는 안내견 사업에 본격 나섰다. 지금도 삼성안내견학교를 운영하며 시각장애인들의 힘이 되고 있다.
인재양성이야말로 기업은 물론, 국가 전체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한 고 이 회장은 특히 당시 국내 상황에는 생각하기 어려웠던 여성 인재 양성에 적극적이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가진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기업과 사회에 큰 손실이라고 여긴 것이다. 1987년 회장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여성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한 고 이 회장은 육아로 인해 마음놓고 일하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까워 했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느 기업보다 먼저 주요 사업장에 엄마 직원들을 위한 어린이집을 설치했다. 이밖에 인사나 채용 등에서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제도를 마련했다.
삼성이 운영하는 긴급재난 구조대 역시 세계 여타 기업에서 볼 수 없는 조직이다. 1994년 출범한 삼성사회봉사단은 전 세계 기업 중 유일하게 첨단장비를 갖춘 긴급 재난 구조대를 조직, 현재도 국내외 재난 현장에서 구호활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국가적으로 큰 시련을 맞았던 IMF 외환위기 이후 고 이 회장의 사회적 책임 의식은 더욱 빛났다. 그는 외환위기 이후 금융계열사 사장들에게 "이익이 줄어드는 한이 있더라도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일들을 하는 게 중요하다"며 사회 전체를 우선적으로 챙기라고 주문했다.
현재 삼성에서는 '거래처' '납품업체' '하청업체' 등과 같은 용어 대신 '협력업체'라는 표현을 쓴다. 이 역시 고 이 회장의 '상생주의'에서 시작된 문화다. 그는 협력사를 '삼성 가족'이라고 부르며 한 식구임을 강조했다. 그는 "협력사에 인격적인 대우와 적극적인 지원으로 한 가족이라는 자부심을 느끼도록 해줘야 한다"며 "이로써 참된 공존공영을 이룩하는 것 또한 인간중시 경영의 하나라고 믿고 있다"(1989년 신년사)고 역설했다.
고 이 회장의 이같은 사회적 책임 의식은 삼성에 그대로 이어져 지금도 국내에서 사회공헌에 가장 앞장서는 기업으로 삼성이 꼽힌다. 삼성 임직원들은 매년 연인원 50만명이 300만시간동안 자발적으로 고아원, 양로원 등 시설에서 봉사하고 자연환경 보전에 노력하고 있다.
또 국가적 위기가 생기면 항상 앞장서서 극복에 나선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대구나 수도권의 병상 부족이 우려되자, 삼성은 가장 먼저 자신들의 부동산을 병상 시설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고 이 회장은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임직원들을 통해 여전히 우리 사회의 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백진엽 기자 jinebito@newstre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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