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②] 커피·카카오·올리브 가격인상...기후변화 탓일까?

김혜지 기자 / 기사승인 : 2026-01-20 08: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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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밥상물가를 흔든다?] <2편-1>
카카오·커피·올리브 생산량과 가격추이

기후변화로 농작물 재배지가 북상하고 작물의 생산량이 줄면서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하지만 농작물 가격인상이 오롯이 기후변화에서 기인한 것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에 본지는 기후위기가 밥상물가와 식량안보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를 알아보기 위해 데이터분석과 현장취재를 통해 사실여부를 검증해보고자 한다. [본 기획물은 세명대학교 저널리즘대학원의 팩트체킹 취재보도 지원사업 기금을 받아 진행됐습니다]


'[기후변화, 밥상물가를 흔든다?]<1편>기후변화로 '사과·배추' 재배지 북상...사실일까?'에서 이어집니다.


가뭄과 폭염, 폭우 등 기후재난은 전세계 곳곳에서 작물 생산량에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사이 기상 변동이 잦아지면서 커피와 카카오, 올리브 등의 수확량이 감소했고, 기후변화가 국제가격 변동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다.

2023년 스페인과 포르투갈 등 지중해 연안 국가들은 극심한 가뭄과 폭염, 산불 피해를 겪었다. 이로 인해 주요 생산국의 올리브 수확량이 크게 줄면서 국제 시장에서는 올리브유 공급부족으로 가격이 치솟았다. 비슷한 시기 아프리카와 중남미에서도 가뭄과 폭염이 이어지며 카카오 작황이 악화됐고, 2024년 초콜릿 가격 급등으로 이어졌다. 이 때문에 국내 제과업체들도 초콜릿이 함유된 제품의 가격을 8~12% 인상했다.

그러나 당해 생산량과 가격에 대한 데이터는 우리에게 다른 것을 말하고 있었다. 기후재난이 작물 생산에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하지만, 생산량 감소와 가격이 반드시 반비례하지 않았다. 생산량이 줄지 않거나 오히려 회복됐는데도 가격은 여전히 상승하는 사례가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를 계기로 가격이 터무니없이 치솟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중개상들이 기후변화를 가격인상 기폭제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기후변화로 생산량이 계속 줄었나?

세계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세계 커피 생산량은 지난 2020년 약 1120만톤에서 2021년 약 1060만톤으로 줄었다. 1년 사이에 약 6% 감소했다. 원인은 세계 최대 커피 생산국인 브라질이 심각한 가뭄과 한파를 동시에 겪었기 때문이었다. 커피는 기후에 매우 민감한 작물이기 때문에 조금의 온도차가 발생해도 작황이 나빠진다. 브라질 생산량 감소로 글로벌 커피시장은 공급량 부족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생산량 감소는 장기화되지 않았다. 2022년 이후 커피 생산량은 다시 1090만톤 수준으로 회복됐고, 2023년에는 1110만톤 안팎까지 늘었다. 기후 충격으로 일시적으로 생산량이 줄기는 했지만 이후 연도부터 생산량이 빠르게 회복되면서 구조적인 하락세로 굳어지진 않았다. FAO 추정치를 기준으로 보면 2024년에도 생산량은 전년보다 늘었다.

카카오는 커피보다 생산량 변동폭이 더 낮았다. 전세계 카카오 생산량은 2020년 약 568만톤에서 2021년 약 577만톤으로 증가했고, 2022년에도 약 562만톤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다만 2023년에 가뭄과 폭염의 영향으로 카카오 주요 산지의 생산량이 약 512만톤까지 줄었다. 그럼에도 전세계적으로 생산규모는 500만톤 이하로 떨어지지 않았다. 게다가 2024년 카카오 생산량은 회복됐다.

올리브는 커피나 카카오보다 기후변화에 가장 직격탄을 맞은 작물이다. 기후변화로 올리브 생산량은 2020년 약 2390만톤에서 2023년 약 1980만톤으로 줄었다. 3년 사이에 약 17% 감소했다. 당시 지중해 연안지역은 폭염과 가뭄, 산불 피해가 겹치면서 올리브 생산이 여러 해에 걸쳐 감소한 결과였다. 그러나 FAO 추정치에 따르면 2024년 올리브 생산량은 다시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카카오 생산량과 국제가격 추이(좌), 커피 생산량과 국제가격 추이(2020~2024년)

◇ 생산량 회복했는데 가격은 뛰었다

기후변화는 작물의 생산량 감소를 초래하고 있다. 하지만 매년 생산량이 감소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커피와 카카오, 올리브의 국제가격은 계속 오름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기후변화가 가격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세계은행이 공개하는 원자재 가격자료에 따르면, 커피 국제가격은 생산량이 감소한 2021년을 계기로 계속 상승했다. 아라비카 커피 국제가격은 2020년 1kg당 3.32달러에서 2022년 5.63달러까지 인상됐다. 작황이 회복된 2023년에 4.54달러까지 내려갔지만 2024년에 다시 5.62달러로 치솟았다. 생산량 회복이 가격인하로 이어지지 않았다.

카카오는 생산량과 가격이 따로 놀았다. 카카오는 2023년 일시적으로 생산량이 감소했다가 2024년 회복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같은해 카카오 거래가격은 2배 이상 급등했다. 카카오 국제가격은 2020년 1kg당 2.37달러에서 2023년 3.28달러로 인상됐고, 2024년 7.33달러까지 치솟았다. 생산량이 증가했는데 가격이 오르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이 시기에 카카오의 가격인상은 기후변화로 설명되지 않는다. 

작물 생산량과 가격의 불합리성은 특정 연도에서 더 극명하게 드러났다. 커피의 경우 생산량이 줄어든 해보다, 그 다음해에 가격 상승폭이 더 컸다. 생산감소가 발생한 연도와 가격이 급등한 연도 사이에 시차가 존재한 것이다. 이는 생산량 감소가 가격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기보다 가격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미치는 하나의 요인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방증하고 있다.

올리브유 가격도 생산량이 줄어든 이후 가격상승 압력이 커졌다. 2021~2023년 올리브 생산량이 급감한 뒤 국제시장에서 올리브유 가격은 가파르게 올랐다. 가격 변동폭이 생산 감소율을 웃돌았다는 점은 여러 국제 보고서와 시장분석에서 공통적으로 지적된다. 생산감소가 가격상승의 배경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가격상승이 단순히 공급감소에 의한 것만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공급감소 외에 재고수준과 유통구조, 시장기대와 같은 요인이 겹치며 가격변동성이 증폭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같은 국제가격 변동은 국내 물가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미쳤다. 통계청의 소비자물가 통계에 따르면, 커피와 초콜릿이 포함된 가공식품 물가는 2022년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초콜릿과 커피 제품의 가격 인상폭은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훨씬 웃돌았다.

관세청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커피 생두의 평균 수입단가는 2020년 1kg당 약 4달러 수준에서 2022~2023년에 5달러 안팎으로 높아졌다. 카카오 원료 역시 2020년에는 1kg당 2달러대 초반이었지만, 2023~2024년에는 3달러를 웃도는 수준으로 상승했다. 국제 시세급등 이후 수입단가가 한 단계 높아진 것이다.

우리나라는 커피와 카카오, 올리브유를 전량 수입하는 국가다. 따라서 국제시세가 곧바로 소비자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카카오 가격이 급등하던 2023~2024년 국내 제과업체들은 초콜릿 제품 가격을 8~12% 인상했고, 커피프랜차이즈와 커피가공식품 업체들도 원가부담을 이유로 앞다퉈 커피가격을 올렸다. 게다가 생산량이 회복된 이후에도 국제시세가 떨어지지 않고 더 인상되면서 우리나라 소비자물가를 올리는 구조로 이어졌다. 

본고에서는 커피와 카카오, 올리브 등 3가지 작물만 놓고 살펴봤지만 공통점은 분명하게 드러났다. 생산량 감소폭은 일시적인 악재로 그친 경우가 많았지만 가격은 생산량 감소폭보다 훨씬 크게 요동을 쳤다. 이는 생산량 변화가 가격변동의 유일한 변수가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결국 데이터가 보여주는 결론은 분명했다. 가뭄과 홍수, 폭염 등 기후위기는 작물의 생산량 감소에 분명하게 영향을 미치지만, 작물마다 그 영향은 다르게 나타난다. 또 생산량 감소가 가격급등으로 곧바로 이어진다고 일반화하기도 어렵다. 작물의 가격은 기후변화로 인한 생산량 감소요인보다 유통구조와 정책, 금융 등에 더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기후변화가 밥상물가 인상의 직접적인 요인이라고 단언하기 어려운 이유다.

다음 편에서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현장에서 확인한 생산 환경과 유통 구조를 통해, 숫자로 드러나지 않는 가격변동의 배경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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