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인구의 25%에 달하는 20억명이 석유와 가스, 석탄 등 화석연료 생산시설로부터 반경 5km 안에 거주하고 있어, 화석연료 시설에 의해 건강을 위협받고 있다고 가디언이 국제엠네스티 보고서를 인용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km 이내 거주자는 어린이 1억2400만명을 포함한 4억6300만명에 이른다.
사람이 화석연료 시설이 내뿜는 매연 등에 장기간 노출되면 암, 호흡기 질환, 심장병, 조산 및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 오염물질은 수자원과 대기 질, 토지까지 황폐화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 화석연료 매장지는 170개국에 걸쳐 1만8300개가 넘는다. 여기에 개발 예정인 매장지는 약 3500개다. 이들이 가동될 경우 1억3500만명의 사람이 추가로 오염물질에 시달릴 수 있다고 보고서는 경고했다.
미국 콜로라도 볼더대학이 주도한 연구팀은 화석연료 인프라 위치 데이터를 인구 및 생태계, 온실가스 배출량, 원주민 토지에 대한 데이터와 비교했다. 그 결과 운영 중인 화석연료 시설의 3분의1이 강, 습지, 삼림 등 생물다양성이 풍부하고 탄소격리에 중요한 생태계와 겹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록되지 않은 화석연료 시설과 인구까지 감안하면 실제 규모는 더 클 것이라는 예상이다.
또 화석연료 시설 6곳 중 1곳이 원주민 영토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계 인구의 5%를 차지하는 원주민은 수명을 단축시키는 화석연료 인프라에 비교적 많이 노출돼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한 원주민 활동가는 "우리는 "이런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며 "우리는 모든 폭력의 희생양이 됐지만, 우리 지역을 지키기 위해 일어설 때면 범죄자로 몰린다"고 호소했다.
보고서는 석유 채굴, 가공, 운송, 누출로 인해 인근 자연 생태계가 파괴되고 거주민들의 인권이 침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저소득층과 소외계층이 취약하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화석연료의 확장은 토지 강탈, 문화 약탈, 지역사회 분열 및 생계 상실까지 일으키며, 이에 반대하는 지역민들을 상대로 한 폭력, 위협, 소송 등이 빈번하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아녜스 칼라마르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은 "화석연료 산업은 수십 년간 인류 발전에 화석연료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지만, 이들은 경제성장이라는 미명 아래 아무 제재도 받지않고 탐욕과 이윤만을 추구하고, 권리를 침해하고, 대기권과 생물권 그리고 해양을 파괴해왔다"며 "화석연료 시대는 지금 당장 종식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