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린수소를 더 값싸게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 나왔다. 생체 에너지 대사 조효소를 이용해 전력소모를 줄인 기술이다. 만든 수소는 기체 상태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액상 유기물에 저장할 수 있어 수소 생산비용뿐 아니라 저장·운반 비용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송현곤 교수팀은 세포 내 에너지 생산에 관여하는 생체 조효소 '플라빈 아데닌 다이뉴클레오타이드(FAD)'를 전극 표면에 입혀 저전압으로 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바로 액상 유기물에 저장할 수 있는 전기화학시스템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이 시스템은 백금(Pt) 전극과 팔라듐(Pd) 전극으로 구성돼 있다. 백금 전극에서 포름산(HCOOH)이 산화돼 나온 전자가 반대편 팔라듐 전극의 수소이온(H⁺)과 만나 수소(*H)를 만든다. 이때 만들어진 수소는 팔라듐 금속막을 그대로 통과해, 그 뒤편의 액상 유기물 속에 저장된다.
연구팀은 FAD 조효소를 양쪽 전극에 입혀 반응 효율을 높이고 수소 생산을 위한 전기소모를 줄였다. 실제 수소 생산·저장시 시스템의 전압을 측정했을 때 약 0.6V의 낮은 셀 전압을 기록했다. 기존보다 약 65% 감소한 수치다. 수명도 기존 대비 8배 늘어나 100시간 이상 연속 작동에서도 성능 저하가 없었다. 셀 작동 전압이 높을수록 전력 소모가 많고 수명이 준다.

기체 상태 수소를 액상 유기물에 주입하는 별도 공정이 필요 없는 것도 이 기술의 장점이다. 제 1저자인 이지수 연구원은 "액상 유기물에서 수소를 저장할 때는 기체 상태의 수소(H₂)를 고압으로 주입하거나 반응 조건을 맞추는 추가 공정이 필요한데, 이 기술은 전극에서 발생한 수소를 원자 형태(H)로 바로 액상 유기물에 저장한다'고 설명했다.
전극에 입혀진 FAD는 원래 세포 미토콘드리아에서 에너지 분자(ATP) 생산을 돕는 조효소다. 전자와 양성자(H⁺, 수소이온)를 모두 옮길 수 특성이 있다. 개발된 시스템에서 이 조효소가 양쪽 전극에 필요한 맞춤형 역할을 할 수 있는 이유다.
이 조효소는 수소가 팔라듐 전극 쪽에서는 수소 이온이 전극 표면에 더 잘 달라붙게 유도한다. 반면 백금 전극에서는 수소 중간체를 전극 표면에서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표면에 수소 중간체가 남아 있으면 포름산이 접근하지 못해 반응이 지연된다. 수소가 나오는 쪽은 팔라듐 전극이지만, 백금 전극에서의 반응도 활성화돼야 전체 시스템의 전력 소모가 줄어든다.
송현곤 교수는 "생체 분자가 가진 전자·양성자 운반 특성을 전기화학시스템에 접목해, 수소 생산과 저장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게 됐다"며 "고압 용기 없이 수소를 저장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안전하고 효율적인 수소 활용 기술의 토대를 마련한 연구"라고 설명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연구재단 등의 지원을 받아 진행된 이번 연구결과는 '응용 촉매 B: 환경과 에너지'(Applied Catalysis B: Environmental and Energy) 7월 2일자 온라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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