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멸종위기종이 서식하는 아프리카 가나 '람사르 습지'에서 자라(Zara), 에이치앤엠(H&M), 프라이마크(Primark) 등 패스트패션 의류쓰레기들이 대량으로 매립돼 있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의류쓰레기들은 지역주민들이 이용하는 물길과 어망, 해변까지 뒤덮고 있다.
18일(현지시간) 그린피스 아프리카와 언어스드(Unearthed)는 '람사르 습지'가 있는 가나 수도 인근 '덴수 델타보호지역'에서 의류쓰레기 매립지 3곳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 매립지에서 자라(Zara), H&M, 프라이마크(Primark), 넥스트(Next), 조지(George), 엠앤에스(M&S) 브랜드의 의류폐기물이 대량으로 발견됐다.
가나 '덴수 델타 람사르 습지'는 멸종위기종인 장수거북과 푸른바다거북이 서식지로 유명하다. 갯벌에는 희귀종인 장수제비갈매기와 마도요가 살고 있다. 람사르 습지는 희귀하고 독특한 습지 유형을 보이거나, 생물다양성이 풍부해 보전가치가 매우 높은 지역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이런 습지는 협약에 의해 보전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곳에 의류쓰레기를 묻었던 것이다.

원래 매립지는 지하수 모니터링을 비롯한 폐기물에서 비롯된 오염수를 처리하는 시스템, 가스를 추출하고 배출량 한도를 관리하는 시스템 등이 필요하다. 그러나 가나 람사르 습지에 있는 매립지는 폐기물 더미가 맨땅에 쌓여있고, 오염을 관리하는 시스템도 없었다. 매립지로서 갖춰야 할 기준을 전혀 충족하지 않았던 것이다.
매립지를 담당하는 정부 관계자 웨이자 그바웨는 언어스드(Unearthed)에 매립지 감독을 맡겼다고 했지만, 언어스드는 람사르 보호 습지에 새로운 매립지를 건설하는 것은 가나의 환경정책 및 매립지침, 람사르 협약에 따른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나는 매주 1500만개의 중고의류가 전세계에서 유입되고 있다. 유입되는 중고의류의 40%는 찢어지거나 얼룩져 있고, 아프리카에서 입을 수 없는 두꺼운 옷이어서 재사용이나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상품가치가 없는 중고의류는 그대로 폐기물이 된다. 이 의류폐기물은 쌓이고 쌓여서 해변가에 산을 이루고 있고 물길을 따라 널브러져 있다. 강과 바다 주변이 거대한 옷무덤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가나 수도 아크라의 솔로몬 노이 폐기물 관리국장은 "매일 100톤의 의류가 시장에서 폐기물로 배출되지만, 아크라시는 이 중 30톤만 수거하고 처리할 수 있어, 나머지 70톤은 쓰레기 매립장, 배수구, 습지, 바다 등으로 버려진다"고 말했다.
습지 근처에 사는 세스 테테는 "3년 전부터 의류쓰레기를 강에 버리기 시작했다"며 "이제 그물을 던지면 물고기뿐 아니라 옷과 다른 쓰레기가 들어온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강물을 마실 수 있었지만, 이제 검은 물이 되어버려서 강물을 마실 수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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