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호초에 무해하다는 ‘리프 세이프’ 선크림...정말 안전할까?

송상민 기자 / 기사승인 : 2025-05-20 17:08:31
  • -
  • +
  • 인쇄


자외선차단제(선크림) 성분이 해양생태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산호초에 무해하다는 'Reef Safe'(산호초 안전) 마크를 붙인 제품이 앞다퉈 출시되고 있다. 그러나 이 마크는 공식인증이 아니며, 실제 안전성을 입증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자외선차단제에는 화학 필터 성분인 옥시벤젠이 산호의 성장을 저해하고 DNA 손상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백화 현상을 유도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2016년에 발표되면서 하와이 등 일부 지역에서는 해수욕장의 자외선차단제를 금지했다. 이에 화장품 업체들은 '리프 세이프' 제품들을 내놓으면서 산호에게 안전한 제품이라고 홍보하기 시작했다.

LG생활건강의 화장품 브랜드 더페이스샵은 '내추럴 선 에코 슈퍼 액티브 리프세이프 선크림'을 판매하면서 "바다의 산호초와 해양 생태계까지 생각해 옥시벤존과 옥티녹세이트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알렸다. 또다른 국내 브랜드인 에스지에프앤비(SGF&B)도 '노라 유브이 프로텍션 글로우 선크림'에서 옥시벤존, 옥티녹세이트, 옼토크릴렌을 모두 배제한 '리프 세이프 처방'이라고 강조했다.

이 세 가지 성분 모두 해양생물에게 유해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자외선 필터지만, 독성 연구의 실험조건이 표준화되지 않아 위험성을 정량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려워 진짜로 '자연친화적'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생태학자 샌디 라이몬도는 "'어떤 필터가 더 안전하다'고 단정할 만큼 충분한 비교 연구가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자외선 필터 독성을 측정하는 실험 방법이 표준화되지 않았고, 특히 화학 필터는 실험 장비에 잘 달라붙는 특성 탓에 정확한 농도 측정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자외선차단제의 유효성분인 자외선 필터는 화학 필터와 무기 필터로 나뉘는데, 화학 필터는 피부에 흡수돼 자외선을 열로 바꾸고, 무기 필터는 자외선을 반사해 차단한다. 어느 쪽이든 사용 후 일부는 수영이나 세탁, 샤워 과정에서 수계로 유입된다.

스페인 라스팔마스대학의 화학공학자 두니아 산티아고는 "대부분의 하수처리장이 자외선 필터와 같은 미량 오염물질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남은 성분은 처리수를 통해 하천과 바다로 흘러가며, 생물체에 축적될 수 있다.

일부 무기 필터는 피부 위 백탁 현상을 줄이기 위해 나노 입자로 가공되는데, 이 나노 입자가 식물이나 동물의 조직에 침투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는 아직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다. 따라서 무기 필터라고 해도 무조건 안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EPA는 자외선 필터의 독성을 보다 정밀하게 평가하기 위해 실험 설계와 측정 방법 개선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생태 독성 평가가 공식적으로 이뤄지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아직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상황 속에서 '100프로 리프 세이프'라고 명기된 제품들을 구매하기전 소비자들도 한번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HLB, HLB사이언스 흡수합병..."글로벌 신약개발 역량 고도화"

글로벌 항암제 개발기업 'HLB'와 펩타이드 기반 신약개발 기업인 'HLB사이언스'가 합병한다.HLB와 HLB사이언스는 17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두 회사의 합병

[르포] 플라스틱을 바이오가스로?...'2025 그린에너텍' 가보니

17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개막한 '2025 그린에너텍(GreenEnerTEC)'의 주요 테마는 '바이오플라스틱'이라고 할 수 있었다.올해 4회를 맞이하는 그린에너텍

현대이지웰, 글로벌ESG 평가기관에서 '우수기업' 인증획득

현대이지웰이 글로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기관에서 우수기업을 인증하는 '브론즈' 메달을 받았다.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토탈복지솔

[궁금;이슈] 경찰 출두한 방시혁...투자자에게 IPO계획 숨겼다?

글로벌 스타 방탄소년단(BTS)를 탄생시킨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이 투자자들에게 기업공개(IPO) 계획을 숨기고 지분 매각을 유도했다는 혐의를 조사받기

해군 입대한 이재용 삼성 회장 장남...해군 통역장교로 복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 이지호(24)씨가 15일 해군 장교로 입대했다. 2000년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과 미국 복수 국적을 가지고 있던 이씨는 해군 장

신규 원전건설 백지화 시사한 환경장관 "탈원전은 아냐"

곧 출범할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이끌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새로운 원전을 짓는 데 대해 국민 공론화를 통한 재논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신규 원전을 추

기후/환경

+

규제에 꽉 막혔던 '영농형 태양광' 숨통 트이나

인구소멸과 에너지전환 해법으로 제시됐지만 각종 규제에 가로막혔던 영농형 태양광이 숨통을 틔울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영

방글라데시, 폭염에 年 17억달러 손실…"국제 재정지원 시급"

방글라데시가 폭염으로 연간 17억달러가 넘는 손실을 입고 있다는 분석이다.세계은행(World Bank)이 16일(현지시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북극 '오존 파괴의 비밀' 풀었다...얼음 속 '브롬 가스'가 단서

얼음이 얼 때 발생하는 브롬가스가 북극 오존층을 파괴하는 원인으로 밝혀졌다.극지연구소는 북극 대기 경계층의 오존을 파괴하는 '브롬 가스'의 새로

'가뭄에 단비' 내리는 강릉...저수율 16.7%로 상승

지난 주말 내린 비로 최악의 사태는 피해간 강릉에 또 비가 내리면서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7일 오전 6시 기준 16.7%로 전일보다 0.1%포인트(p) 높아졌다

구글 DC 하나가 57만톤 배출?…AI로 英 탄소감축 '빨간불'

영국에 설립될 구글의 신규 데이터센터(DC)가 연간 57만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할 것으로 추정되자, 환경단체와 기후전문가들이 환경 영향에 대해 강력히

인천 온실가스 49% 비중 영흥화력..."2030년 문 닫아야" 촉구

수도권 내 유일한 석탄발전소인 인천 영흥화력발전소의 2030년 폐쇄를 촉구하는 시민사회 목소리가 모였다. 기후위기인천비상행동과 전국 시민연대체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