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렉시트' 이후 영국과 유럽연합(EU)이 기후와 에너지 등을 포함한 포괄적 협력방안을 놓고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1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영국과 EU는 기후와 에너지, 식품 검역 등 다방면에 걸친 협력 방안에 합의했다. 브렉시트 이후 양측이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향후 관계 재정립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회담에서 가장 주목한 분야는 기후와 에너지 협력이다. 양측은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상호 연계하기로 합의하는 한편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에 따른 부담을 줄이기로 합의했다. CBAM은 EU 역외에서 탄소배출 규제가 느슨한 국가에서 수입되는 철강, 알루미늄, 비료 등에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로, 2026년부터 본격 적용된다. 배출권거래제 상호연계를 통해 영국 수출기업은 연간 약 8억파운드(약 1조5000억원) 상당의 탄소세 납부를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또한 양측은 실시간 송전 및 가격 신호 공유가 가능한 방식으로 전력시장을 단계적으로 재통합하기로 했다. 이는 브렉시트 이후 비효율적이었던 영국과 EU간 전력거래 시스템을 개선하고, 북해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 투자확대와 전력 가격 안정화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무역과 관련된 내용도 합의됐다. 양측은 위생 및 식물위생 협정을 추진해 동식물성 식품의 통관 절차를 간소화한다. 합의문에 따르면 대부분의 제품은 별도의 위생 증명서 없이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북아일랜드와 영국 본토간 교역에도 적용된다. 현재 북아일랜드는 EU 단일시장 규정을 일부 따르고 있어, 내륙 통관 과정에서 물류 병목이 발생해 왔다.
식품업계는 이번 합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영국 상공회의소는 "식품과 음료 수출에 대한 불필요한 검사를 줄임으로써 비용절감과 폐기물 감소, 매출 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브렉시트 이후 통관검사에 대비해 검역시설에 총 1억2000만파운드(약 2200억원) 이상을 투자한 영국 항만업계는 "정부가 이를 보상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번 합의는 영국이 당장 EU 재가입이 아닌 실익 중심의 '맞춤형 협력 복원'으로 해석된다. 정상회담 후 EU 집행위원회와 영국 정부가 발표한 공동문서에 따르면, 이번 합의는 "공통의 이익을 위한 협력을 확대해 나가기 위한 구속력 없는 이해"로 규정돼 있다.
양측은 앞으로도 기후와 농식품 뿐만 아니라 이민, 안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추가 협력을 추진할 방침이다. 브렉시트로 단절됐던 실질적 통로를 일부 복원하면서도, 정치적 주권은 유지하려는 절충적 접근이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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