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십초 내 충전이 가능하면서도, 리튬 에너지와 비슷한 에너지 저장 성능을 갖춘 차세대 에너지 저장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화학과 박찬호 교수와 신소재공학과 유승준 교수 공동연구팀은 레독스 슈퍼커패시터의 에너지 저장 성능을 크게 향상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19일 밝혔다.
재생에너지 활용이 증가하면서 과다 생산된 전기를 효율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 저장 장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빠른 충·방전 속도와 긴 수명을 가진 커패시터가 주목받고 있다. 커패시터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빠르게 방출하는 부품으로 고속 반응이 필요한 장치에 사용된다.
수계배터리 기반의 커패시터는 충전하는데 3~4시간 걸리는 리튬배터리에 비해 수십초 내에 충전이 가능하다. 그러나 리튬배터리가 150-200Wh/kg의 에너지 밀도를 갖고 있는 반면, 수계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는 75Wh/kg에 불과하다는 게 단점이다. 물을 전해질로 사용하기 때문에 친환경적이긴 하지만 그만큼 에너지 손실이 많다.
이처럼 수계배터리는 에너지 저장량(밀도)이 낮아 리튬배터리를 대체하는데 한계가 있다. 이에 연구진은 수계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리튬배터리 수준의 커패시터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조영훈 박사과정생은 뉴스트리와의 통화에서 "이번 연구는 커패시터 에너지 밀도를 100Wh/kg 이상으로 높여 리튬배터리 만큼의 성능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진행됐다"며 "수계 레독스 커패시터 시스템에서 125Wh/kg라는 높은 에너지 밀도를 안정적으로 구현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기존의 레독스 슈퍼커패시터는 에너지 밀도를 높이기 위해 전해질 속 레독스 활성물질의 농도를 높이는 방식이 주로 사용됐다. 그러나 이 방법은 활성물질이 전극 사이를 자유롭게 이동하며 에너지가 새어 나가는 자가방전 현상을 유발하고, 충·방전 효율(쿨롱 효율)도 떨어뜨리는 단점이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펜틸바이올로젠(pentyl viologen, PV)과 브로마이드(bromide, Br)를 각각 음극과 양극의 전해질로 사용하는 듀얼 레독스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PV를 음극 전해질, 브로마이드를 양극 전해질로 사용해, 두 물질이 함께 반응하면서 에너지 저장 효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두 물질은 충·방전 과정 중 고체 화합물을 형성하며 자가방전을 억제하고,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는 효과가 있다.
펜틸바이올로젠(PV)과 브로마이드(Br)는 각각 약 2나노미터(nm)와 0.19nm 크기이며, 이처럼 크기 차이가 큰 활성물질을 모두 효과적으로 다루기 위해서는 기공 크기 조절이 핵심이다. 하지만 기존의 기공 조절 방식은 미세기공이 무너질 위험이 있어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공정이 필요했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간단하면서도 저렴한 합성법을 개발해, 미세기공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도 중형기공의 비율을 효과적으로 늘린 새로운 탄소 소재를 만들었다. 이 탄소 전극을 PV/Br 기반 레독스 슈퍼커패시터에 적용한 실험 결과, PV 분자의 흡착량이 에너지 밀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과 함께, 2~10nm 크기의 중형기공이 PV 분자의 흡착과 확산에 가장 효과적임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전해질 농도를 최대로 높이고 비표면적 3309m2/g, 기공 부피 2.38cm3/g의 탄소 전극(K1.5_TO)을 사용해, 수계 레독스 커패시터 시스템에서 리튬 배터리와 유사한 수준의 125Wh/kg라는 에너지 밀도를 구현해냈다.
유승준 교수는 "에너지 저장장치의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단순히 소재의 성능뿐만 아니라, 소재 간의 상호작용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며, "이번 연구는 레독스 전해질과 다공성 탄소 전극의 상호 작용을 기반으로 높은 에너지 밀도를 구현한 사례로, 향후 다양한 고성능 레독스 전지 설계에 중요한 지침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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