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처럼 로봇에도 지문이?...고유지문 새겨진 전자피부 개발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5-04-14 15:37:02
  • -
  • +
  • 인쇄
▲(좌측하단부터) 박해찬 연구원, 이주영 연구원, 심교승 교수 (사진=유니스트)

지문이 새겨진 휴머노이드가 등장할 날이 머지 않았다.

전자피부에 사람처럼 지문을 새길 수 있는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됐기 때문이다. 쌍둥이조차 지문이 다를 정도로 사람 지문이 같은 확률은 640억분의 1로 희박한데, 이 인공지문은 사람 지문이 같은 확률보다 10³²배 더 낮다고 한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화학과 심교승 교수팀은 사람 지문보다 더 고유한 주름 패턴이 새겨진 손가락 전자피부를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피지컬 인공지능(AI) 로봇에 전자피부를 이식해 고유식별이 가능한 지문을 부여하는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전자피부는 감각을 느끼는 센서 등을 내장해야 하고 피부의 유연함도 구현해야 하기에 딱딱한 무기물 대신 유연한 유기물이 더 적합하다. 특히 손가락 전자피부는 물체를 구분할 수 있는 능력 또한 갖춰야 해 전자피부의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지문처럼 고유패턴까지 갖춘 피부를 만들어내기 힘들었다.

심교승 교수팀은 유연 고분자(SEBS) 전자피부에 무작위 주름패턴을 쉽게 새길 수 있는 제작기술을 개발했다. 유연 고분자를 화학처리해 피부를 1차로 제작한 뒤, 여기에 톨루엔 용매를 떨어뜨리고 고속 회전시키기만 하면 피부표면에 무작위 주름이 생긴다. 톨루엔 용매로 부풀었던 피부표면이 용매가 증발하면 쪼글쪼글하게 수축하는 원리다.

이 인공지문이 똑같은 모양으로 다시 생성될 확률은 1mm² 기준으로 10⁻⁴³에 불과하다. 사람 지문이 같은 확률보다 10³²배 더 낮은 수치이며, 이를 사람 지문 크기로 확장하면, 같은 패턴이 생길 확률은 사실상 0에 수렴한다. 또 물리적 충격, 열, 습도에도 강해 지문 형태를 오래 유지할 수 있다.

▲인공지문 패턴 생성과정과 인공지문 전자피부를 응용한 기술 (자료=유니스트)

개발된 전자피부를 로봇 손에 이식하면 사람처럼 사물을 잡고, 표면의 질감을 인식하거나, 살아있는 생명체를 구분하는 일도 가능해진다. 연구팀은 온도센서가 내장된 전자피부를 부착한 로봇이 사람처럼 뜨거운 물체가 가까이 오면 피하는 물리적 상호작용도 시연했다.

심교승 교수는 "간단한 공정을 활용하면서도 동일한 패턴이 생성될 확률이 실제 지문보다도 낮아, 개인용 전자피부, 전주기 관리형 소프트 로봇, 차세대 휴먼기계 인터페이스 등 보안과 고유식별이 중요한 미래기술에 폭넓게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울산과학기술원 기초과학연구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 신진연구자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이번 연구는 유니스트 화학과의 이주영, 박해찬 연구원이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미국 휴스턴대학교 바이오메디컬공학과 정웨이 리(Zhengwei Li) 교수팀과 함께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3월 5일자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신규 원전건설 백지화 시사한 환경장관 "탈원전은 아냐"

곧 출범할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이끌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새로운 원전을 짓는 데 대해 국민 공론화를 통한 재논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신규 원전을 추

"비용부담 커진다"vs"무상할당 안돼"...4차 배출권 할당계획 '대립각'

정부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할 '제4차 국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안'을 놓고 산업계와 시민단체들이 큰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산업계

경기도주식회사, 탄소중립 실천 위한 '친환경 협업 기업' 모집

탄소중립 실천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경기도주식회사가 오는 10월 3일까지 '2025년 2차 기후행동 기회소득 사업 플랫폼 구축 및 운영' 협업 기업을 모

"철강·석유화학 배출권 유상할당 높여라...국제추세 역행하는 것"

환경부가 철강과 석유화학 등 탄소다배출 업종에 대한 4차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무상할당 비율을 종전대로 100%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자, 시민단

배출권 유상할당 20% 상향...상의 "기업 비용부담 커질 것" 우려

환경부가 2026년~2030년까지 기업들의 탄소배출권 '유상할당 비중'을 현행 10%에서 15%로 올리는 '제4차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에 대해 산업계가 비용부담

한은 "극한기후가 물가상승 야기…기후대응 없으면 상승률 2배"

폭우나 폭염과 같은 극한기후고 소비자물가에 단기적인 악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1년 넘게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기후변화

기후/환경

+

강릉에 '반가운 비'...폭우 쏟아졌지만 가뭄 해갈 역부족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강릉에 '단비'가 내렸다. 아직 가뭄이 해갈될 정도는 아니지만 간밤에 내린 비 덕분에 강릉 시민들의 식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주말날씨] 전국 이틀간 '세찬 비'...강릉에도 '가뭄에 단비'

이번 주말에는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강릉에 많은 비가 내린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이번 비는 중국에서 형성된 비구름대가 우리나라로 진입하면서

"환경장관 약속 못믿어"...세종보 천막농성 철회 안한다

4대강 보 철거를 요구하며 금강 세종보에서 500일간 농성했던 환경단체들이 농성을 중단하기로 했다가 이를 철회했다.11일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직접

화석연료 기업들 내뿜는 탄소...치명적인 폭염을 낳았다

엑손모빌 등 석유 대기업들의 탄소배출량이 2000년 이후 전세계에서 발생했던 수십건의 폭염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강릉 식수원 고갈 일보직전 '비소식'...이틀간 20~60㎜ 내린다

강릉 시민들의 식수원으로 쓰이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1일 오전 8시 기준 11.8%까지 낮아진 가운데 토요일인 13일 동해안에 비가 내린다는 소식이다.

1.5℃ 임계점 넘었나?...전세계 산호 84% 하얗게 변했다

전세계 바다의 산호초 84%가 해양폭염으로 백화 현상을 겪는 등 최근 해양생태계가 전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이 지난 2일 발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