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트럼프에 기업들도 '뿔났다'..."불확실성 해소될 때까지 투자유보"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5-03-11 18:23:05
  • -
  • +
  • 인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정책을 포함해 여러 정책에서 오락가락하는 태도를 취하면서 글로벌 기업들도 혼란에 빠졌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새로운 미국의 정책에 대응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매번 바뀌는 정책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11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린 에너지 콘퍼런스 세라위크에서 마이크 워스 셰브론 최고경영자(CEO)는 "극단적 정책을 다른 쪽으로 갑자기 바꾸는 것은 좋지 않다, 일관되고 지속적인 정책이 정말 필요하다"고 발언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앞서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서비스(SNS)를 통해 셰브론이 2022년 받았던 베네수엘라 석유 수출 면허를 폐기할 것이라고 했다.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이 지난해 치러진 대선에서 공정성을 보장하지 못했다는 점과 미국 내 불법 체류 중인 범죄자를 신속히 송환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어 원유 수출 제재에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셰브론 CEO가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이후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를 시작으로,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승인 중단 번복, 석유 및 가스 생산규제 완화, 백악관에 새 전력 인프라 승인 권한 추가 부여, 알래스카 원유 시추 제한 종료, 해상 풍력 프로젝트의 신규 허가 금지 등의 행정명령을 쏟아냈다. 특히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부과는 두번이나 번복하며 혼란을 야기했다.

이처럼 트럼프의 변화무쌍한 정책 때문에 시장의 불확실성은 가중됐고, 이로 인해 기업들은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미국 일리노이주 디어필드에 위치한 사무용 가구업체 '엣지 데스크' 마크 로젠버그 CEO는 최대 1000달러 이상의 고급 인체 공학 의자를 출시할 준비를 하고 있지만 무역 정책과 불확실한 관세 때문에 정확한 가격을 책정하지 못하고 있다. 시카고에 있는 석재 공급업체 GI스톤은 건설 프로젝트에 최소 2년 전부터 예산을 책정하지만, 예상치 못한 관세 인상으로 예산이 초과되면서 건설 프로젝트를 재조정해야만 했다.

현재 미국 기업들은 이같은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신규 투자 및 확장 계획을 보류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의 예상 불가능한 관세 정책이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트럼프가 기업들에게 미국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빼든 '관세정책'이 되레 투자를 유보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은 인건비가 싸고 미국과의 무역거래가 무관세였던 멕시코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데 트럼프가 25% 관세를 부과했다가 다시 한달간 유예하는 등을 반복하고 있어서 대응책 마련에 고전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미국 현지에 생산기지를 추가하거나, 수출지역을 중남미와 호주, 유럽으로 돌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부터 미국에서 3번째 생산공장을 짓고 있고, LG전자는 멕시코 공장에서 제조되던 냉장고 등의 물량을 미국 테네시 공장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삼성전자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뉴베리카운티 가전공장의 생산물량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기아는 멕시코 몬테레이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연간 18만대 물량을 중남미, 호주, 유럽 등으로 바꾸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전체 인구 중 25세 미만이 40%에 달해 향후 소비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인도로 눈을 돌리는 국내 기업들도 늘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달 24일부터 나흘간 인도 벵갈루루와 수도 뉴델리 지역을 돌며 LG전자의 연구개발(R&D) 생산-유통 밸류체인을 점검하기도 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올해 첫 해외사업장 방문지로 인도를 택했다.

산업계 한 관계자는 뉴스트리와 통화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시시각각 변하다보니 결단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부분의 기업들이 지켜보는 상황에 놓인 것같다"고 말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최남수의 ESG풍향계]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통합 논의' 필요

ESG 환경이슈 가운데 가장 중요도가 높은 사안을 고르라면 역시 '기후변화'다. 지구 기온의 상승폭이 저지선인 1.5℃를 이미 돌파했을 정도로 지구 온난

우리은행, 대한적십자사와 '기부신탁' 업무협약 체결

우리은행이 대한적십자사에 적십자회비를 전달하고 기부문화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우리은행이 성숙한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 대한적십자

KB국민은행, 새내기 장애대학생 135명에게 노트북PC 지원

KB국민은행이 새내기 장애대학생 135명에게 최신형 노트북과 학습보조기구를 지원했다고 14일 밝혔다.KB국민은행과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지금까지 2

하나은행, 지역 상생 '대전 D-도약펀드' 1000억원 출자

하나은행이 지역 상생을 위해 '대전 D-도약펀드'에 1000억원을 출자한다. 하나은행이 대전광역시, 대전투자금융과 함께 지역 스타트업 혁신성장 지원 및

포스코홀딩스, 이차전지소재 사업회사 유상증자에 '1조원 출자'

포스코홀딩스가 그룹 이차전지소재 사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사업회사 유상증자에 총 9226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포스코

CDP 환경평가 A등급 기업은 2만2777개 중 2%에 그쳐

지난해 전세계 2만2700여개 기업 가운데 환경성과 평가에서 A등급을 받은 기업은 2%에 불과했다.국제비영리기구 CDP(옛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가 지난해

기후/환경

+

훼손된 산림 회복속도 길어진다..."기온상승과 수분부족탓"

나무가 훼손된 산림이 기온상승과 강수량 부족 등으로 회복하는 시간이 점점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베이징대학교와 미국 콜로라도주

탄소만 줄이는 온실가스 정책...'탄소고착' 현상 초래한다

영국 정부의 탈탄소화 정책이 오히려 새로운 기술혁신을 제한하고, 장기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저해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아랍에미

곤충도 못 버티는 '열대야'...도시 꿀벌 65% 줄었다

꿀벌을 비롯한 곤충도 열대야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독일 뷔르츠부르크대학교(JMU) 연구팀은 독일 바이에른주 전역 179곳에서 곤충 현황을 조사해보니

30년간 전세계 해수면 10cm 상승..."상승속도 점점 빨라져"

해수면 상승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9일(현지시간) 미 항공우주국(NASA)이 위성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993년 이후 지구의 해수면은 약 10c

'EU 기후목표' 환영했던 오스트리아 입장 돌변...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2040 온실가스 90% 감축'을 가장 먼저 환영했던 오스트리아가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EU 권고안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나서

트럼프, 국가기후평가 직원 400명 해고…美보고서 발간 종료?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기후평가(National Climate Assessment) 보고서 작성을 주도해온 과학자 및 연구자 약 400명을 해고했다. 이들은 지난 4월 28일(현지시간)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