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배터리 시장이 '캐즘'(시장침체)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5' 열기는 어느 때보다 후끈 달아오른 모습이다. 참가기업들 대부분은 캐즘을 기회로 삼아 투자를 더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배터리협회 주최로 지난 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한 '인터배터리 2025'는 전세계 688개 업체들이 참가해 2330개 부스를 구성하고 저마다의 기술과 제품들을 전시했다. 관람객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개막 첫날 2만명 넘게 방문한데 이어, 둘째날인 6일 방문객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흥행은 올해 행사가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중국 BYD, EVE 등 전세계 주요 배터리 업체가 대거 참여하면서 역대 최대 규모가 된 점과 오랜기간 이어져온 전기차·배터리 캐즘 극복을 위해 각 기업들이 선보일 최신제품이 선보일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참가 기업들은 주로 전기차 화재나 배터리 안정성 등 캐즘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안정성 대책과 함께 에너지 효율과 배터리 수명 향상을 위한 신소재 개발, 배터리 가격 경쟁력 등을 캐즘 대응책으로 제시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참가업체 가운데 가장 큰 540평방미터(㎡) 규모의 부스를 차리고 원통형 46시리즈 배터리와 CAS 설루션을 소개했다. 46시리즈 배터리는 기존 2170 배터리보다 최소 5배 이상의 에너지 밀도를 제공하고,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적용해 에너지 효율성을 대폭 개선한 제품이다. 함께 선보인 CAS 기술은 46시리즈 배터리의 성능을 극대화하고 안전성을 강화하는 배터리 팩 설루션으로, 고도화된 냉각 효율과 열 폭주 방지 기능을 갖췄다.
또 리튬인산철(LFP) 경제성과 셀투팩(CTP)의 효율성을 결합한 LFP 파우치 CTP와 고성능에 가격 경쟁력을 갖춘 고전압 미드니켈 배터리도 소개했다.
올해 인터배터리 첫 참가인 LG화학은 주력 제품인 하이니켈과 함께 보급형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다양한 제품군과 설루션을 소개했고, 국내 최초로 전구체 프리 양극재(LPF)를 선제적으로 양산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삼성SDI는 열전파 차단 기술, 전고체 배터리 개발 등 주력 제품인 각형 배터리의 안전성에 초점을 맞췄다. 열전파 차단 기술은 배터리 제품의 특정 셀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다른 셀로 열이 전파되는 것을 물리적으로 차단해 화재 발생 및 손상을 막아주는 기술로 최근 상품화 적용 검토가 완료됐다. 전고체 배터리는 화재 위험성도 낮고 주행 거리고 긴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데, 삼성 SDI는 이를 2027년 상용화 목표로 고객사에 샘플을 공급하고 있다.
SK온은 SK엔무브와 협력해 개발 중인 액침냉각 기술을 선보였다. 액침냉각 기술은 배터리 셀을 특수 냉각액에 담가 열을 효과적으로 방출하는 기술로, 열폭주를 미연에 방지해 화재 발생률을 줄이는 기술이다.
포스코퓨처엠은 양·음극재, 리튬, 니켈 등 소재 샘플을 전시하고 에너지 밀도를 극대화한 울트라 하이니켈 단결정 양극재와 충전 속도를 높인 저팽창 천연흑연 음극재, 가격 경쟁력을 갖춘 리튬망간리치(LMF) 등 양·음극재 기술 로드맵을 소개했다.
포스코그룹은 캐즘 시기를 오히려 경쟁력 제고의 기회로 삼고 우량 자원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공격적인 전략을 취하고 있다. 실제로 캐즘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아르헨티나 리튬 염호와 호주 리튬광산, 인도네시아 니켈제련 사업, 아프리카 흑연 광산 등에 투자를 확대해 왔다.
에코프로는 중국 GEM과 합작해 양극재 소재인 니켈을 저렴한 가격으로 확보해 가격 경쟁력을 향상시킬 계획으로 2026년 말 시제품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또 전고체 시대를 대비해 고체 전해질 양산 계획도 함께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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