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유역에서 거주하는 주민들의 몸에서 청산가리의 6600배에 달하는 독성물질을 지닌 '녹조 독소'가 검출돼 충격을 주고 있다. 4대강사업으로 인한 하천 오염과 독소의 확산이 시민 건강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낙동강네트워크, 대한하천학회,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들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용우 의원, 정혜경 의원, 보건복지위 이수진 의원 등은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 마당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시료를 채취한 22명 가운데 11명의 몸에서 독성물질인 남세균이 검출됐다는 1차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사람의 몸에서 녹조 독소가 직접 검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연구는 계명대 동산병원, 부경대 등이 맡아 지난 8월 20일부터 9월 12일까지 낙동강 주변에 거주하는 성인 102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이날 발표된 검사는 102명 중 22명에서 채취한 시료를 분석한 것으로, 녹조 독소 가운데 유해 남세균 유전자 검출 여부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그 결과, 22명 가운데 11명의 코에서 녹조 독소가 검출됐다. 이들은 낙동강 주변에 거주하는 어민과 농민, 현장을 조사했던 대학교수, 환경단체 활동가 등으로 직접 강에 입수하거나 강물을 음용한 적은 없다.
독소가 검출된 11명 중에는 재채기를 호소하는 이들이 8명 있었고, 콧물 6명, 코막힘 5명, 후비루 4명, 후각 이상 1명 등 후각 관련 증상이 발현됐다. 또 눈 가려움증, 이상눈물 분비 등 눈 증상을 호소하거나 피부 가려움, 따가움, 이상 발진 등 피부 증상을 호소하는 이들도 나왔다. 두통 및 열감, 호흡곤란 증세가 나타나기도 했다.
유해 남조류로 인해 만들어지는 녹조 독소 '마이크로시스틴'은 발암물질로 간독성, 신경독성, 생식독성이 있으며 독성이 청산가리의 6600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경단체들은 "독소가 열에 의해 제거되지도 않고 자연분해에 3~6개월의 시간이 걸려 인근 주민들이 피할 수 없는 위협에 노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022년 처음 환경단체들이 녹조 독소의 공기 중 확산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한 후, 환경부가 낙동강 주변 공기에서 녹조 독소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환경단체와 환경부의 녹조 독소 공방이 2년째 이어지고 있다. 앞서 지난 3일에도 환경부는 낙동강·금강 녹조 발생 지역 공기 중에서 녹조 독소가 불검출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환경단체가 녹조 독소가 공기 중으로 확산됨은 물론 인체에 직접 침입해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환경단체와 전문가 등은 "이번 연구결과는 4대강 녹조로 인해 공기 중으로 퍼진 유해 남세균이 인체에 들어왔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4대강사업에 따른 녹조 재앙이 국민건강과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재난 현상이 일어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에 환경단체들은 "4대강 보를 유지하려는 정부와 환경부 등 낙동강 녹조 재난 책임자 처벌과 낙동강 수문 개방, 녹조 문제로 발생한 인체 및 농수축산물 피해 실태조사 및 보상 등 녹조 대책 마련을 위한 국회 청문회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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