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업계 원유값 동결로 한숨돌렸지만…시름 더 깊어진다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4-08-09 12: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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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의 우유 판매대 (사진=연합뉴스)


오를 대로 오른 생산비가 부담이었던 유업계가 원유가격 동결로 한시름 놓았지만,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일 뿐 국내외적인 여건에 따라 생산비는 지속 증가할 수밖에 없는 추세여서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낙농가와 유업계가 원유가격을 인상하지 않기로 합의하면서 2017년 이후 계속해서 오르던 원유가격이 7년만에 동결됐다. 지난해 원유 1리터당 생산비가 전년대비 44.14원(4.6%) 올랐음에도 2023년 원유가격인 1084원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다.

이에 유업계는 한숨을 돌렸다. 9일 매일유업 관계자는 "원유값에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흰 우유 제품이 매출의 20%를 차지하지만, 영업이익은 1% 내외로 적자사업인 상황"이라며 "소매가가 오를 대로 올라 소비자들도 등돌리면서 가격을 올릴수록 손해를 보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원유값이 동결되면서 소매가를 올리지 않아도 되고, 원자재값도 한동안 늘지 않게 됐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전망이다. 생산비는 계속해서 오르고, 우유 소비량은 매년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업계 한 관계자는 "원유 생산비에서 사료값이 차지하는 비중이 60%가량 된다"며 "사료원료의 95%를 수입하는데 기후위기로 전세계 사료곡물의 작황이 악화되고 있고, 에너지 가격인상으로 축산농가의 전기요금과 물류비도 인상되는 등 생산비가 계속 오르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저출생, 유가공품 수요 증가 등도 겹치고 있어 국내 1인당 흰 우유 소비량은 2021년 26.6㎏, 2022년 26.2㎏, 2023년 25.9㎏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예고된 '낙농관세' 철폐도 국내 유업계를 짓누르고 있다. 국산 우유에 비해 30~40%가량 저렴한 수입산 멸균우유가 국내로 쏟아져 들어오면 가격경쟁력에서 당해낼 재간이 없다는 것이다. 유럽·미국산 유제품에 대한 관세는 지난 2022년 각각 11.2%, 9.6% 수준에서 매년 단계적으로 줄어 2026년 0%가 된다. 이미 멸균우유 수입량은 2020년 1만1413톤에서 지난해 3만7361톤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30 국제메탄서약'에 따라 사료값은 더 인상될 것으로 보여 생산비는 더 높아질 전망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국제메탄서약 가입 국가들은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메탄배출량을 최소 30% 감축해야 하는 상황인데, 농축산분야는 국내 메탄배출량의 43%을 차지한다. 따라서 국내 축산농가들은 앞으로 메탄저감제를 첨가한 저메탄사료를 먹여야 하는데, 저메탄사료는 더 비싸다. 사료값이 1kg당 30원가량 더 늘어난다는 게 축산업계의 전망이다.

이에 따라 유업계는 제품군 다각화를 통해 난관을 타개하겠다는 전략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포트폴리오 재편을 통해 수익성 제고에 힘쓰고 있다"면서 "브랜드 경쟁력을 한층 강화시키고 건강기능식품, 단백질음료 등 새로운 수익원 발굴에 노력중"이라고 밝혔다. 남양유업은 스포츠음료, 아몬드·오트·귀리 등 식물성음료 등으로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고, 앞으로도 확대해나간다는 계획이다.

다만 제품 대부분이 내수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수출을 모색하지 않으면 원유가격 상승으로 인한 충격을 해소할만큼의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유업계는 분유로 동남아시아 시장을 공략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동남아시아 지역은 최근 출생률이 늘고 있고, 급격한 도시화로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남에 따라 분유 소비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업계 한 관계자는 "인구가 3억명에 이르는 인도네시아에 진출하는 게 관건인데, 한국은 인도네시아와 유제품 검역협정이 체결되지 않은 상태고, 할랄인증 등의 문제로 수출이 불가능하다"며 "정부가 낙농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저비용 원유 생산체계 구축, 국산 유제품 수요 발굴 등을 추진중이지만, 이에 앞서 유업계가 수출로를 확보할 수 있도록 외교적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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