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다양성의 보고 갈라파고스가 플라스틱 쓰레기에 뒤덮이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봄철 조수에 의해 갈라파고스섬으로 밀려드는 실태를 조망했다.
IUCN 갈라파고스 프로그램 매니저인 마리아나 베라는 "펠리컨과 바다이구아나, 거북의 휴식처인 산호초가 플라스틱으로 가득 찼다"고 비통해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지정 취약종이자 갈라파고스에만 서식하는 바다이구아나는 플라스틱에 가장 큰 위협을 받는 종 가운데 하나다. 또 갈라파고스섬은 멕시코와 함께 IUCN 멸종위기종 바다거북의 주요 서식지이기도 하다.
2023년 한 논문에 따르면 플라스틱으로 인해 가장 위험에 처한 동물은 멸종위기종인 산타크루즈자이언트거북과 바다거북, 갈라파고스바다사자, 고래상어, 취약종인 바다이구아나 등이 있다. 이들은 서식지 파괴와 기후변화 등 포함한 다른 인간활동에도 위협을 받고 있다. 올해 초 연구에서는 거북의 배설물에서 나오는 잔해의 최대 86%가 플라스틱인 것으로 나타났다.
플라스틱병의 라벨 출처도 다양하다. 아시아 및 페루 브랜드, 코카콜라와 펩시코, 게토레이 등의 브랜드 라벨이 관측됐다.
갈라파고스국립공원 관리자인 로드리고 로발리노는 "섬 전역에서 쓰레기가 발견되고 있으며 특히 조수와 해류의 영향을 받는 해안에 집중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쓰레기의 대부분은 주변 국가와 중국 선박을 포함한 국제 어선단으로부터 온다고 밝혔다.
갈라파고스에 떠밀려오는 대부분의 플라스틱은 페루, 에콰도르 그리고 중국에서 온다. 2019년 한 연구는 아시아에서 온 플라스틱의 경우 해류에 떠밀려온 것보다 인근 어선에서 버려졌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분석했다. 특히 해상에서 버려지는 해양 플라스틱 비중이 20%, 많게는 40%까지 추정되고 있다.
4년 전 중국의 대규모 어선단이 갈라파고스 보호구역을 둘러싸고 있다는 소식은 전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그후 수많은 외교적 합의 끝에 중국 어선은 에콰도르 해안에서 200해리 떨어진 배타적 경제수역(EEZ) 밖 공해까지 밀려났다. 그러나 공해에서 조업하는 어선과 라틴 아메리카에서 나오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불법 투기는 계속되고 있다.
섬 관리소 측에서는 일주일에 두 번 섬 정화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총 1300만 톤이 수거됐다. 수거된 플라스틱은 에콰도르에서 600마일(약 965km) 떨어진 과야킬로 운송돼 재활용되거나 매립된다.
갈라파고스제도는 13개의 큰 섬과 무수한 작은 섬으로 이뤄져있어, 이사벨라, 플로레아나, 산크라스토발, 산타크루즈섬 4곳을 제외한 나머지 섬들은 접근이 어렵고 비용이 커 정화하기가 힘든 실정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섬에 도착해 해변을 청소하고 돌아오는 데는 최대 15일이 걸릴 수 있다. 5월부터 11월까지는 기상 조건도 악화해 활동이 어려워진다.
로발리노 관리자는 매우 고된 일이지만 "우리가 치우지 않으면, 플라스틱은 섬유질로, 미세플라스틱으로 분해돼 대기나 바다로 유입된다"며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화학물질로 오염된 미세플라스틱은 섭취시 해양 생물과 인간에게 유전적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1978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갈라파고스 제도는 세 개의 거대 해류 사이에 위치해있어 지구상에서 생물다양성이 가장 풍부한 곳이 되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훔볼트 해류는 칠레와 페루 해안을 따라 남극의 차갑고 영양분이 풍부한 물을 섬으로 실어나른다. 문제는 이 해류에 플라스틱 쓰레기도 실려온다는 것이다.
산타크루즈섬 소재 찰스다윈재단의 해양생태학자인 니콜라스 모이티는 3년 전 섬의 성게를 조사한 결과 75%가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미세플라스틱은 동물성 플랑크톤에서 더 큰 동물까지 모든 것에 의해 섭취되지만 우리는 그 영향을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에콰도르는 플라스틱 오염을 막고자 플라스틱 국제협약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세네갈, 페루, 르완다 등도 유엔에 협정 체결을 요청했다. 관련 회담은 캐나다 오타와에서 오는 29일까지 열린다. 목표는 2024년 말까지 협상을 완료하고 2025년에 조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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