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감축분야 기업 참여도 제고"
유럽연합(EU)이 역내 탄소상쇄권 시장 도입 여부를 검토중이다.
1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열린 국제배출권거래협회(IETA) 컨퍼런스에서 EU집행위원회 탄소시장담당국 부국장 루벤 베르미렌은 "최근 EU 역내 탄소상쇄권 시장 도입 여부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며 "현행 배출권거래제(ETS) 시장에 탄소상쇄권 시장을 들일지, 별도로 새로운 시장을 열지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탄소시장은 규제에 의한 '할당'과 탄소저감 사업을 통한 '상쇄'로 나뉜다. EU의 ETS에서 탄소상쇄권은 지난 2020년 퇴출됐다. 탄소상쇄권은 탄소배출권과 달리 정부에 의한 할당이 아닌, 기업간 자발적 거래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탄소저감량에 대한 검증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기업들이 실제 배출량을 줄이기는커녕 지나치게 탄소상쇄권을 사들이는 데에만 의존할 수 있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오는 2026년부터 공급망내 1차협력사의 탄소배출량까지 공개하도록 하는 스코프3 기후공시가 의무화되면서 기업에 따라 탄소배출량이 수십배까지도 늘어날 전망이다. 산업 탄소발자국의 80%를 스코프3가 차지하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또 철강·시멘트·석유화학과 같이 기술적 한계로 당장 획기적인 저감이 어려운 업종들의 경우 탄소상쇄사업을 통해서라도 온실가스 저감에 기여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EU는 탄소상쇄권 감축실적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 기업들의 기후위기 완화 노력이 배출량 자체를 줄이기보다 상쇄에만 치중되지 않도록 꼭 필요한 난감축분야 위주로 유도하기 위해 제도권 안으로 편입시킨다는 방침이다. 또 스코프3 공시로 부담을 느끼는 기업들의 고충도 어느 정도 해소해 배출량을 더 투명하게 밝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는 탄소상쇄권이 거래되고 있는 민간 주도 '자발적 탄소시장'(VCM)의 장점을 저해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가 사전에 정한 할당배출권 외에는 공급이 제한적인 '규제적 탄소시장'(CCM)에 종속되면 경직된 시장구조가 형성되고, 가격 등락폭이 커지면서 기업들의 참여 유인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EU집행위는 관련 쟁점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탄소상쇄권 시장 도입이 적절하다고 판단되면 2026년까지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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