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가 주거, 보건, 식량, 교통, 소득 등 생활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치면서, 올해 미국에서 태어나는 신생아들은 50만달러(약 7억원)의 빚을 떠안고 살아갈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소비자협회가 발간하는 컨슈머리포트는 16일(현지시간) 글로벌 컨설팅업체 ICF에 의뢰해 2024년 미국에서 태어나는 신생아들이 80세까지 산다고 가정했을 때 기후위기로 인해 증가되는 생활비를 분석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그동안 기후위기가 국가 단위로 발생시키는 천문학적 피해액이 수차례 발표됐지만,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잘 와닿지 않기 때문에 개개인의 실생활에 미치는 피해를 조명한다는 취지다.
보고서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현행 수준을 유지할 경우 올해 미국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이 80살이 되는 금세기말 무렵에 지구 평균기온이 4℃가량 상승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생활비 증가와 소득감소의 이중고를 겪으면서 2024년 미국에서 태어난 신생아가 80세까지 일평생 부담해야 하는 기후위기 비용은 50만달러에 달하게 된다.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 50만달러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세금이다. 기후위기로 기반시설 전환 비용, 재해복구 기금, 보험료 인상 등 정부 지출이 전반적으로 늘어나면서 일반 소비자가 현재 수준에 비해 일평생 추가로 부담할 세금이 20만달러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두번째로 크게 늘어나는 요소는 주거비용이다. 폭풍, 홍수, 산불이 심화되면서 집을 수리하고 유지하는 게 더 비싸지고, 안전하게 거주할 수 있는 지역이 줄어들수록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다. 이에 따라 추가되는 주택 비용이 12만5000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밖에도 극단기후로 에너지 수요가 늘어나고, 자연재해가 빈번해지면서 전력망 유지비용이 증가해 일반 소비자가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에너지 비용은 9만2000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또 기후위기로 식량생산이 감소하면서 식료품 가격상승으로 추가 비용이 3만3000달러, 야외 노동시간 감소로 감소하는 소득이 2만5000달러, 열 스트레스 관련 질병이나 호흡기 질환으로 의료비용 5000달러, 극한호우 증가로 대중교통 및 도로상황에서 발생하는 이변이나 차량 유지비 등 교통 부문에서 4000달러 등 추가 비용은 총 50만달러에 육박할 전망이다.
보고서는 50만달러가 수많은 변수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보수적으로 잡은 집계치이고, 연금이나 자연재해의 강도와 빈도를 최대치로 잡았을 때 개인이 부담해야 할 비용은 100만달러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반면 207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는 저탄소 시나리오에 따르면 이 비용은 20만달러로 급감한다.
컨슈머리포트의 수석정책고문 알렉산드라 그로스는 "최근 엄마가 됐는데 아들의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계속 생각할 수밖에 없게 됐다"며 "이번 연구는 주택보험에서 아이들에게 먹일 음식까지, 우리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내리는 수많은 선택에 기후위기가 실제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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