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생태지점 울타리 즉시 개방해야"
지난 5개월동안 천연기념물인 산양이 537마리나 페사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가 이를 방관하면서 피해규모를 키웠다는 주장이다.
1일 경향신문이 문화재청으로부터 '천연기념물 산양 멸실 신고 목록'을 입수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 3월 23일까지 천연기념물 217호인 산양 537마리가 폐사됐다. 산양은 국내에 약 2000여마리가 서식하는데 이 가운데 약 26.9%가 반년새 사라진 것이다.
산양의 폐사는 2020년부터 급증하고 있다. 연도별 산양 폐사 통계를 보면 2019년 6마리에 불과했던 폐사 개체수는 2020년 97마리로 폭증했다. 이후 2021년 46마리, 2022년 50마리, 2023년 85마리가 폐사됐다. 올해 수치까지 더하면 2019년부터 현 시점까지 폐사한 개체수는 805마리에 달한다.
이는 환경부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을 방지하기 위해 울타리를 치기 시작한 시기와 맞물린다. 환경부는 2019년 11월부터 경기‧강원·충북·경북에 총 길이 1831km의 울타리를 설치했다. 야생멧돼지를 막기 위해 울타리를 2중으로 촘촘하게 설치한 것이 산양의 서식지를 쪼개고 고립시키면서 이같은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산양이 가장 많이 폐사한 지역은 민통선 부근 강원 산간지역과 설악산국립공원 일원이다. 이 지역들은 ASF 방지 울타리가 매우 촘촘하게 설치된 곳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올겨울 폭설까지 내리면서 좁은지역에 고립된 산양들이 먹을거리를 찾기 못해 죽어나간 것이다. 강원 양구에서 확인된 산양 폐사체는 225마리로 가장 많았다. 화천 211마리, 고성 57마리 순이었다. 설악산국립공원 일대에서는 62마리가 죽었다.
울타리를 설치할 때부터 산양 집단폐사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지난해 환경부의 용역 연구보고서와 올해 환경단체의 현지 모니터링에서도 이같은 사실이 확인된 바 있다. 하지만 환경부는 지난해 11월~올 2월 277마리의 폐사가 확인됐음에도 조처를 취하지 않다가 최근들어서야 산하기관에 개방이 필요한 울타리를 조사하도록 지시했을 뿐이다. 그 사이 260마리가 더 죽어나가면서 이번 문화재청 멸실 신고 목록에 537마리가 기록된 것이다.
환경단체들은 조사가 어려운 민통선 내 지역과 산불통제기간 중이라 확인이 힘든 설악산국립공원 내에 추가로 죽어간 개체들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모임 등의 모니터링 결과 눈이 녹고, 사람의 접근이 가능한 지역이 늘어나면서 폐사체가 더 많이 발견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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