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반월·시화산단 배출권 거래업체 '달랑 2곳'...스코프3 '무방비'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4-03-13 08:00:02
  • -
  • +
  • 인쇄
2만1000개 입주사 가운데 1차벤더 200곳
"유상할당 비중 높이고 기후공시 앞당겨야"
▲반월·시화 산업단지 전경 (사진=한국산업단지공단)


국내 최대규모 산업단지인 반월·시화 산업단지에 입주한 2만1000개 기업 가운데 탄소배출권을 거래한 기업은 단 2곳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반월·시화 산업단지 입주기업들의 탄소중립 이행을 지원하는 탄소중립혁신센터의 현동훈 센터장은 뉴스트리와의 통화에서 "현재 탄소배출권 거래실적이 있는 기업은 열병합발전 S기업과 재생종이 K기업 뿐이다"며 "탄소배출권 시장이 거의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월·시화 산단은 국내 제조업체 40%에 달하는 2만1000개 업체가 입주해 있다. 입주업체 가운데 주요 상장기업들의 공급망에 포함돼 있는 1차벤더도 200곳이 넘는다. 이 기업들은 RE100에 가입된 상장기업들의 공급망 배출량인 '스코프3(Scope3)'에 해당된다.

국내 RE100에 가입한 기업들의 전력소비량은 우리나라 전체 전력소비량의 10%에 이른다. 하지만 국내에서 재생에너지로 생산되는 전력비중은 8.1%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상당수의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생산량이 늘어나기전까지 탄소배출량을 상쇄하기 위해 탄소배출권을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RE100을 선언한 기업들의 공급망 라인에 있는 협력사들도 마찬가지다. 국내 수출 대기업들도 글로벌 시장에서 탄소감축을 요구받고 있기 때문에 이 대기업에 소재·부품·장비를 공급하는 협력사들에게도 탄소감축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주요기업들은 이미 올해부터 '스코프3'를 시행하고 있고, 중국은 2026년부터 '스코프3'의 탄소배출량을 공개해야 한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스코프3 공시 의무화를 3년간 유예했다. 기후공시 범위에서 공급망의 탄소배출량 공개가 빠져버리다보니 탄소배출권 거래에 대한 수요가 생겨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반월·시화 산단에서 탄소배출권을 거래한 2개 업체도 기후공시 대응 차원이 아니라 자체 배출량을 상쇄할 목적이었다. 현동훈 센터장은 "2곳 모두 1차벤더도 아니고, 자체적으로 배출한 온실가스가 많아 환경부가 부과한 할당량을 맞추기 위해서 탄소배출권을 구입한 것이지, 기후공시 대응 차원에서 사들인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탄소배출권 무상할당 비중이 너무 크다는 점도 탄소배출권 시장 활성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EU는 발전부문 유상할당 비중이 100%, 산업부문은 70%인데, 우리나라는 유상할당 비중이 전 부문에 걸쳐 10%에 불과하다. 탄소배출권 거래가 시작된지 8년간 거래된 탄소배출권 가운데 유상할당 배출권은 1.5%에 그쳤다.

이렇다보니 탄소배출권을 판매하려는 업체는 감축실적을 제대로 인정받을 수 없고, 배출량이 많아 탄소배출권을 구매해야 하는 기업도 페널티가 적다보니 구매에 소극적이다. 탄소거래 시장 자체가 활성화되지 않으니 국내 탄소배출권은 EU의 10분의 1 수준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내 탄소배출권의 절반가량은 유찰되고 있다.

탄소배출권 시장이 정상적으로 형성되지 않으면 '스코프3'를 이행해야 하는 국내 대기업들은 국제 환경규제에 무방비 상태가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현 센터장은 "탄소배출권 시장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우리 수출경쟁력은 크게 뒤쳐질 수 있다"며 "탄소배출권 수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유상할당 비중을 늘리고, 기후공시에 스코프3를 의무화하는 등 규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탄소중립 핵심목표 미루더니...英 HSBC도 '넷제로연합' 탈퇴

영국계 글로벌 금융사 HSBC가 은행권의 기후목표 연합체인 '넷제로은행연합(NZBA)'에서 탈퇴한다고 지난 1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미국 대형은행들의 잇

[친환경 기업] 샴푸바의 시작 '러쉬'..."환경파괴해 수확한 원료 안쓰죠"

"러쉬의 모든 활동은 브랜드가 옳다고 믿는 가치를 실천하는 과정이다."러쉬코리아의 박원정 윤리이사(에틱스 디렉터)의 말이다. 에틱스 디렉터는 세

"낡은 옷, 포인트로 바꾸세요"...현대百 '바이백' 서비스 시행

현대백화점이 중고패션 보상프로그램 '바이백(buy back)' 서비스를 도입한다. 가지고 있는 의류를 되팔면 해당 상품 중고시세에 해당하는 금액을 현대백

SK이노베이션, 2030년까지 베트남 맹그로브숲 복원 나선다

SK이노베이션이 베트남에서 '아시아의 허파'로 불리는 맹그로브숲 복원사업에 나선다.SK이노베이션은 7일 베트남 짜빈(Tra Vinh)성 정부 및 현지 사회적기

KCC글라스 '2024-25 ESG보고서' 발간...KPI와 연계

KCC글라스가 지속가능경영 성과와 성장전략을 담은 '2024/25 ESG보고서'를 발간했다고 7일 밝혔다.올해 다섯번째로 발간된 이번 보고서는 △ESG 전략목표와

[최남수의 ESG풍향계] 글로벌 기업들 '지속가능 공시' 적극적인 이유

이재명 정부는 ESG 정책에 대해 전향적인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 가운데 정책의 우선순위를 둘 것으로 보이는 정책은 지속가능성 공시다. 윤석

기후/환경

+

기후변화로 커지는 작물...당 함량 높지만 영양소는 부족해져

기후변화로 이산화탄소가 높으면 작물이 크게 자라면서 당함량은 높아지지만 영양성분은 오히려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로 인한 탄소농

울릉도에 200㎜ '물폭탄'...도로 곳곳에 낙석 피해

간밤에 울릉도에 2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져 낙석, 둑 붕괴 등 피해가 났다.14일 울릉군에 따르면 전날부터 이날까지 경북 울릉에 많은 비가 내렸다. 13

129명 숨진 美텍사스 홍수지역에 또 폭우...추가 침수 우려

이달초 대홍수로 129명이 목숨을 잃은 미국 텍사스 중부지역에 또다시 폭우가 쏟아졌다. 이 때문에 지난번 폭우로 실종된 사람들에 대한 수색도 전면

[날씨] 열대 수증기가 몰려온다...이번주 내내 '강한 비'

열대 수증기를 품은 거대한 저기압이 한반도로 몰려오고 있어 곳곳에 '물폭탄'이 예상된다. 14일 기상청에 따르면 한반도 상공을 층층이 덮고 있던 고

또 물에 잠긴 파키스탄...폭우에 빙하 녹은 물까지 덮쳤다

몬순(우기)를 맞은 파키스탄에 이상고온으로 빙하까지 녹아내리면서 홍수가 발생해 1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파키스탄 국가재난관리청(NDMA)은 1

40℃로 치솟는 英..."이 추세면 2070년대 폭염 사망자 3만명" 경고

영국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2070년대에 연간 3만명 넘는 사람들이 폭염에 의해 사망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10일(현지시간)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