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2026년부터 상장기업 '기후공시 의무화' 확정...실효성은?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4-03-08 10:00:08
  • -
  • +
  • 인쇄

미국 상장기업들은 오는 2026년부터 온실가스 배출량을 투자자들에게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하지만 확정된 최종안은 초안에서 한참 후퇴한 내용이어서 반발을 사고 있다. 공화당과 기업들 역시 의무화에 반대하며 법적소송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US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SEC)는 지난 2022년 3월부터 논의해왔던 '기후공시 의무화'에 대해 지난 6일(현지시간) 마지막 표결에서 위원 5명 가운데 3명이 찬성하면서 최종 확정했다. 이에 SEC는 "이 규칙은 투자자들에게 기후위기가 기업에 미치는 위협을 공개하도록 하는 한편 기업이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이 더 투명하게 공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의무 공시내용은 '스코프1(Scope1)'과 '스코프2'다. 스코프1은 기업이 직접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말하고, 스코프2는 기업활동에서 간접적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의미한다. 또 오는 2025년부터 허리케인 등 기후재난으로 부동산 자산이 얼마나 피해를 입을 수 있는지 장단기적인 기후리스크도 공개해야 한다. 탄소배출권 구매와 같은 기후목표와 관련된 지출도 명시해야 한다. 

그런데 탄소배출 관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스코프3'가 기후공시 의무에서 빠졌다. SEC가 기후공시 의무화 규정에서 '스코프3' 탄소배출 공개를 기업 자율공시에 맡기도록 바꾼 것이다. 스코프3는 기업이 생산한 제품을 유통하고 소비, 폐기에 이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의미한다. 게리 겐슬러(Gary Gensler) SEC 위원장은 "현재는 '스코프3' 배출량 공개를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이번 공시 의무화 규정을 놓고 '그린워싱을 부추기게 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전직 SEC 위원장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규칙의 최종판은 기업의 그린워싱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한탄했다.

의무공시 대상 기업범위도 축소됐다. 초안에서는 "모든 상장기업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고한다"고 명시했지만, 최종안에서는 기후공시 의무화 대상을 '일정규모 이상의 대기업'으로 범위를 축소한 것이다. 이에 기후활동가들은 "연매출이 12억달러 미만인 소규모 기업 등 미국 상장기업의 60%가 면제대상"이라고 지적했다. 또 초안에서는 기업 이사진의 기후 전문성을 공개하도록 했지만 최종안에서는 이 내용이 제외됐다.

무엇보다 기후공시 내용을 기업이 자의적으로 판단하도록 했다는 점이 '실효성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규정에는 '기업이 자의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이 투자자나 고객에게 중요하다고 판단한 경우에만 특정 온실가스로 인한 오염을 공개할 수 있다'고 명시한 것이다. 미 참여과학자모임(Union of Concerned Scientists, UCS)의 로라 피터슨(Laura Peterson) 분석가는 "사실상 기업의 재량에 따라 보고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SEC '기후공시 의무화' 규정이 초안과 다르게 크게 후퇴한 원인은 최근 미국 정치권에서 ESG(환경·사회·거버넌스) 등 지속가능 금융에 대한 방해 시도가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공화당과 주요 기업들은 "이번 규칙은 SEC의 월권"이라며 대규모 소송을 예고하기도 했다. 실제로 기후공시 규정이 발표된지 불과 몇 시간 후 패트릭 모리시(Patrick Morrisey) 웨스트버지니아주 법무장관은 "공화당이 집권한 9개주가 연합해 법정 싸움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기후단체들은 "해당 규정이 너무 약하다"고 거세게 반발하며 법적대응을 예고하고 있어, SEC는 양측에서 공격받으며 동네북이 될 가능성도 있다. 미 환경단체연합인 시에라클럽(Sierra Club)은 "최종안에서 SEC가 주요 조항을 자의적으로 삭제한 것에 법적이의를 제기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표결에 참여한 캐롤라인 애비 크렌쇼(Caroline Abbey Crenshaw) SEC 위원은 "이번 규정은 말그대로 최소한도를 정한 것"이라며 "위원들 사이에서도 전폭적인 지지가 나오지 못했다"며 후일담을 전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하나금융 'ESG스타트업' 15곳 선정...후속투자도 지원

하나금융그룹이 지원하는 '2025 하나 ESG 더블임팩트 매칭펀드'에 선정된 스타트업 15곳이 후속투자에 나섰다.하나금융그룹은 지난 2일 서울시 중구 동대

과기정통부 "쿠팡 전자서명키 악용...공격기간 6~11월"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전자서명키가 악용돼 발생했으며, 지난 6월 24일~11월 8일까지 공격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

李대통령, 쿠팡에 '과징금 강화와 징벌적손배제' 주문

쿠팡이 개인정보를 유출한 기업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의 국내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이재명 대통령이 2일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건에 대해 "사고원

이미 5000억 현금화한 김범석 쿠팡 창업자...책임경영 기피 '도마'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무단으로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쿠팡의 김범석 창업자가 1년전 쿠팡 주식 5000억언어치를 현금화한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비

우리금융지주 차기 회장후보 4명으로 좁혀졌다

우리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차기 회장 최종 압축 후보군으로 임종룡 회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및 외부 후보 2명 등 총 4명을 선정했다고 2일

[최남수의 ESG풍향계] 조정기간 거친 ESG...내년 향방은?

올 한 해 ESG는 제도적으로 조정기간을 거쳤다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 1월에 출범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하고 SEC(증

기후/환경

+

[날씨] 수도권 '퇴근길' 눈 온다...첫눈부터 '펑펑'

오늘 퇴근길에 눈을 맞을 수도 있다. 4일 오후 6시경 수도권에 눈이 시간당 1∼3㎝씩 거세게 쏟아질 것으로 예보됐다.기상청에 따르면 현재 발해만 쪽

2040년 '플라스틱 오염' 2배 증가...그런데 97% 줄이는게 가능하다고?

반환·재사용 제도를 통해 플라스틱 오염을 2040년까지 97%까지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3일(현지시간) 미국 최대 사립재단 '퓨

"집값 떨어져"...美 부동산 기후위험 데이터 비공개로 전환

미국 최대 부동산 매물사이트인 질로우(Zillow)가 부동산의 기후위기 노출 위험도를 공개하는 기능을 삭제했다고 최근 가디언이 보도했다. 집값이 떨어

껌은 '미세플라스틱 폭탄'...플라스틱 성분인데 규제 사각

껌이 플라스틱 성분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때문에 껌을 씹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양의 미세·나노플라스틱을 섭취하는

사람잡는 '칠레 연어'...항생제 범벅에 열악한 노동환경까지

칠레의 주요 수출품인 연어가 양식과정에서 심각한 환경오염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열악한 근로환경으로 노동자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나

'청정호수'인줄 알았는데...50년간 미세플라스틱 쌓였다

인간의 접근이 거의 없어 '청정지역'으로 알려진 인도의 호수에서 50년간 미세플라스틱이 차곡차곡 쌓여왔던 것으로 확인됐다.카사라고드와 마니팔 지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