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플라스틱, 꿀벌에게 먹였더니...뇌장벽 뚫고 학습능력·기억력 감퇴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4-02-19 15:5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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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아크릴 재질 농도별 섭취
3일만에 뇌와 시신경서 발견


식품용기나 화장품 등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플라스틱 제품에서 떨어져나온 미세플라스틱이 뇌혈관 장벽을 통과해 뇌 인지기능을 저하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탈리아 피렌체대학교 엘리사 파스키니 연구팀은 꿀벌 실험을 통해 1㎛∼5㎜ 크기의 미세플라스틱 입자를 섭취할 경우 뇌혈관 장벽을 뚫고들어가 뇌손상을 일으키고, 학습능력과 기억력을 감퇴시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꿀벌은 특정 환경오염이 인간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을 가늠하는 주요 생물지표 가운데 하나다. 꿀벌은 전세계적으로 분포해 있어 인간과 생활반경이 가깝고, 벌꿀, 농작물 꽃가루받이 등 영양학적으로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그런데 최근 벌꿀, 밀랍 등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는 빈도가 늘고 있어, 연구팀은 꿀벌이 미세플라스틱을 체내에 축적했을 때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우선 미세플라스틱이 꿀벌의 내장벽을 통과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플라스틱 재질의 일종인 열경화성 아미노포름알데히드를 1㎛~5㎛ 크기의 구체로 만들어 붉게 형광처리했다. 이를 설탕물에 넣고 꿀벌들이 섭취하도록 한 뒤 뇌 영상을 분석한 결과, 미세플라스틱은 3일만에 꿀벌의 뇌와 시신경에서 발견됐고, 최대 21일까지 머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미세플라스틱이 꿀벌의 인지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식품용기에 주로 쓰이는 플라스틱 재질인 PS, 화장품 분말이나 실내외 건축자재로 주로 쓰이는 PMMA(아크릴) 등 2가지 재질의 미세플라스틱을 설탕물에 넣고 초음파로 녹여 고·중·저농도로 나눴다. 농도와 재질에 따라 각기 다른 꿀벌 집단이 이를 섭취하도록 했다.

이후 0.1%, 0.3%, 1%, 3%, 10%, 30% 농도의 설탕물을 이쑤시개에 묻혀 꿀벌들의 더듬이를 자극했다. 이밖에도 2가지 다른 후각자극제를 순차적으로 더듬이에 뿌렸다. 자극제 하나는 설탕물을 보상으로, 또다른 자극제는 설탕물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교육시켜 2~24시간 흐른 뒤 자극제를 뿌렸을 때 주둥이가 나오는지를 관찰했다.

그 결과, 고농도의 PS 용액에 노출된 꿀벌일수록 설탕물에 반응하는 정도가 줄어들었고, 주둥이가 자극제에 반응해 보상을 기억하고 튀어나오는 빈도가 낮아졌다. 즉 PS 재질의 미세플라스틱은 꿀벌의 학습능력과 기억력에 심각한 손상을 일으켰다. PMMA의 경우 학습능력에 미친 영향은 미비했지만, 기억력에 미친 영향은 PS와 비슷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미세플라스틱이 내장계에서 중추신경계로 이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꿀벌을 비롯한 절지동물들이 장기적으로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됐을 때 나타나는 영향도 우려스러운 지점"이라며 추가적인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오는 20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종합환경과학'(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 2월호에 게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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