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암석지대 전세계 3000㎞ 걸쳐있어
땅속에서 자연적으로 솟아나는 '천연수소'가 대량으로 매장돼 있는 암석지대를 찾았다. 이에 따라 앞으로 이 암석지대에서는 천연수소 탐사가 러시를 이룰 전망이다.
이 암석지대는 프랑스 그르노블알프대학교 로랑 트루셰 교수 연구팀이 발견했다. 트루셰 교수 연구팀은 최근 알바니아 북동부 불키저 지역의 크롬광산의 갱도 1㎞ 아래에서 자연적으로 수소를 뿜어내는 물웅덩이를 발견했다. 30㎡ 크기의 물웅덩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수소는 연간 11톤 규모다.
연구팀이 발견한 '천연수소 샘'은 이 광산에서 방출되는 수소의 일부분에 불과했다. 연구팀이 인근 갱도와 동굴들에서 방출되는 수소가스를 종합한 결과, 불키저 크롬광산에서 뿜어져 나오는 수소가스는 한해 최소 200톤이 넘으며, 순도 84%에 이른다는 분석이다. 이는 몸체 길이 245m의 세계 최대 비행선 힌덴부르크호 10대를 채우고도 남을 양으로, 여지껏 발견된 오피올라이트 지대에서 발견된 '천연수소 샘'들과 비교했을 때 1000배 많은 양이다.
오피올라이트는 지각판이 맞물리면서 바다밑에 가라앉아 있던 해양지각이 수면 위로 솟아난 암석지대다. 오피올라이트는 지각 위로 솟아오르기전 맨틀과 가까이 붙어있었던 탓에 다양한 철분을 함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철을 함유한 감람석이 고온·고압에서 물을 만나면 사문석으로 산화하고, 부산물로 수소가 나온다.
이번에 연구팀이 발견한 '천연수소 샘'이 위치한 광산은 수천만년전 아프리카 지각판과 유럽 지각판이 충돌해 생성된 오피올라이트 지대다. 당시 지각판 충돌로 스페인 서부에서 알바니아가 위치한 발칸반도, 중앙아시아를 거쳐 인도 북부와 중국에 이르기까지 3000㎞에 걸쳐 암석지대가 형성됐다.
트루셰 교수팀도 이 지대에 있는 불키저 광산에서 1992년부터 3차례나 수소가스에 의한 대형 폭발이 일어났다는 점에 착안해 탐사를 시작한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이 암석지대를 중심으로 천연수소를 탐사하려는 시도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자연적으로 솟아나는 천연수소를 포집하면 낮은 비용으로 청정에너지인 '그린수소'를 수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 수소에너지 수요는 연간 1억톤 규모에 이른다. 이에 전세계 국가들은 이미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DOE) 산하 에너지고등연구계획국(ARPA-E)은 천연수소 추정 매장량이 1000만톤 이상이면 20만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지난 2019년 미국 천연수소에너지(Natural Hydrogen Energy)는 네브래스카주와 캔자스주에 천연수소 탐사 시추공을 이미 뚫은 바 있다. 프랑스는 지난 2022년 자원채굴법에 수소를 추가하면서, 업체 4곳이 천연수소 탐사 허가를 신청했다. 스페인은 피레네산맥에서 2028년 생산을 목표로 천연수소를 추출하는 '헬리오스 아라곤'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연구팀이 이번에 발견한 '천연수소 샘'은 수소매장량이 최대 5만톤으로 상업화하기엔 부족하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오피올라이트 암석지대가 천연수소를 찾아내기 좋은 장소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줬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는 평가다.
미국 매사추세츠 우즈홀해양연구소(WHOI) 프리더 클라인 박사는 "전세계적으로 수많은 오피올라이트 노두(광맥·암석 등의 노출부)가 있다"면서 "매장지를 하나하나 살펴서 포집이 가능한 수소배출원이 있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텍사스대학교 에너지시스템 마이클 웨버 연구원 "석유와 가스가 나지 않는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지정학을 뒤흔들어 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 8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온라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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