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만에 번진 불길에 서천시장 '잿더미'...소방설비 16분이나 '잠잠'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4-01-23 18:10:23
  • -
  • +
  • 인쇄
▲22일 오후 11시 8분쯤 충남 서천특화시장에서 불이 나 점포 227개가 전소했다. (사진=연합뉴스)

충청남도 서천에 있는 전통시장 '서천특화시장'은 하룻밤 사이에 잿더미가 됐다. 292개 점포 가운데 227개 몽땅 불에 타버렸다. 모든 점포가 문을 닫은 22일 밤 11시쯤 화재가 발생한 데다, 때마침 불어온 강풍에 불길이 번지면서 피해가 더 커졌다.

간밤에 뜬눈으로 밤을 새운 상인들은 굵은 눈발이 날리는 가운데 처참하게 타버린 점포와 시설물 앞에서 망연자실한 모습들이다. 강한 불길에 화재를 진압하는데 9시간이나 걸렸다. 설 대목을 앞두고 수천만원어치 쟁여놨던 건어물은 밤새 재로 사라지고 매케한 연기만 남았다.

23일 소방당국의 분석에 따르면, 화재는 1층 빈 점포에서 시작됐다. 22일 오후 10시52분쯤 시장 1층 수산물동 한 점포에서 스파크가 튀며 불꽃이 일기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불꽃은 5분만에 점포 전체를 밝힐 정도로 커졌다. 15분 후에는 인근 점포까지 번졌다.

점포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탓에 불길은 인근 점포로 순식간에 확산됐고, 조립식 샌드위치 패널로 이어진 점포 칸막이들은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여기에 강풍까지 불면서 불길은 순식간에 시장을 집어삼켰다.

화재를 탐지하고 알리는 시설도 제때 작동하지 않았다. 건물 내부에는 스프링클러와 자동 화재탐지·속보기가 설치돼 있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이 탐지기기들은 화재가 발생한지 20분이나 지난 뒤에 작동했고, 이 때문에 화재를 초기대응할 시간을 놓쳤다.

자동화재속보기는 불꽃이 시작된지 16분만인 오후 11시 8분쯤 작동해 119로 자동 신고했다. 소방대는 신고를 받은지 3분만인 11시 11분쯤 현장에 도착했지만 불길은 이미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진 상태였다.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 작동여부도 확실하지 않다. 통상 스프링클러는 연기와 열을 통해 화재를 감지하고, 작동과 동시에 탐지·속보 설비로 전달돼 즉각 119종합상황실에 신고가 접수되는 방식이다. 그런데 신고가 접수되기까지 너무 긴 시간이 지체됐다는 점에서 제때 작동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충남소방본부에 따르면 해당 건물에는 스프링클러, 화재탐지·속보설비, 옥내소화전, 방화셔터 등이 설치돼 있다. 지난해 2월과 8월 민간관리업체 점검결과 이상은 없었으며, 올 1일 국무총리 지시사항으로 소방당국이 직접 점검했을 때도 방화셔터 수동기동 불량 외 화재탐지·속보설비에는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런데도 화재에 초기대응을 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방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지만 경찰은 "건물 내부가 전소돼 정확한 화재 원인을 규명하는데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라며 "내부 CCTV 영상을 복원해 분석할 방침"이라고 했다.

경찰은 동작 감지가 아닌 열 감지 방식의 무인경비시스템이 작동한 점 등으로 보아 화재 당시 건물 안에 사람이 없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화재 전후로 시장건물 안으로 들어간 행인은 없었고, 늦은 밤시간대라 시장 앞을 오가는 차들도 거의 없었다.

시장이 복구되는데 최소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돼 상인들의 시름은 더 깊어지고 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화재현장에 방문해 특별재난지역선포 가능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피해 상인들이 기다리는데도 만나지 않고 발길을 돌려 원성을 사기도 했다. 금융권에서는 피해지역에 긴급 구호품을 보내는 한편 피해상인들을 대상으로 특별대출, 만기연장, 금리우대, 보험료·카드대금 유예 등의 금융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현대백화점, 추석 선물세트 포장재 종이로 교체 'ESG 강화'

이번 추석 선물세트 시장에서 현대백화점은 과일세트 포장을 100% 종이로 전환하며 ESG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현대백화점은 기존 플라스틱과 스티로폼

K-컬쳐 뿌리 '국중박' 하이브와 손잡고 글로벌로 '뮷즈' 확장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하는 반려호랑이 '더피'의 굿즈를 판다는 소문이 나면서 전세계에서 가장 핫해진 국립중앙박물관이 방탄소년단(BTS)의 하

하나은행, 美글로벌파이낸스 선정 '2025 대한민국 최우수 수탁은행' 수상

하나은행은 미국의 글로벌 금융·경제 전문지 '글로벌파이낸스지(誌)'로부터 '2025 대한민국 최우수 수탁은행(Best Sub-Custodian Bank in Korea 2025)'으로 선

LG생활건강, 청년기후환경 프로그램 '그린밸류 유스' 활동 성료

LG생활건강이 자사의 청년기후환경활동가 육성 프로그램 '그린밸류 유스(YOUTH)'가 2025년 활동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2일 밝혔다. LG생활건강은 지

쏟아지는 추석선물세트...플라스틱·스티로폼 포장 '여전하네'

추석을 맞아 다양한 선물세트가 백화점과 대형마트 매대를 장식하고 있는 가운데 아직도 플라스틱이나 스티로폼 포장재를 사용하고 있는 선물세트들

쿠팡 '납치광고' 반복한 파트너사 10곳 형사고소...수익금 몰수

쿠팡이 이용자 의사와 무관하게 쿠팡사이트로 이동시키는 이른바 '납치광고'를 해온 악성파트너사 10곳에 대해 형사고소를 진행한다고 1일 밝혔다.납

기후/환경

+

수령 어려진 열대우림...탄소저장공간 1억4000만톤 사라져

열대지역 나무들의 수령이 어려지면서, 숲에 저장돼있다 방출된 탄소가 1억4000만톤에 이른다는 연구가 나왔다.2일(현지시간) 독일 GFZ헬름홀츠 지구과

스위스 빙하, 2015년 이후 1000개 사라졌다...'전체의 25%'

스위스 빙하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2일(현지시간)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 빙하연구소(GLAMOS) 연구팀은 2015년 이후 스위스 빙하가 약 25% 사라졌다

10억달러 피해 입힌 '괴물산불' 43%가 최근 10년에 발생

피해 금액이 10억달러가 넘는 대규모 산불의 약 절반이 최근 10년 사이에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2일(현지시간) 칼럼 커닝햄 호주 태즈메이니아대학 박

"고기는 일주일 한번"...'지구건강식단' 하루 사망자 4만명 줄인다

고기를 적당히 먹어도 식량 부문 탄소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하루 전세계 사망자를 최소 4만명씩 줄일 수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2일(현지시간) 요

유럽의 녹지, 매일 축구장 600개만큼 사라진다

유럽 대륙의 녹지가 개발로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영국과 유럽 전역의 위성 이미지를 분석한

기후대응 촉구한 교황...트럼프 겨냥한듯 "지구 외침에 귀기울여야"

교황 레오 14세가 사실상 기후회의론자들을 겨냥해 "지구의 외침에 귀를 기울이라"며 일침을 가했다.교황은 1일(현지시간) 로마 바티칸에서 열린 생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