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바닷물 온도가 전례없이 상승하면서 2024년에 산호백화 현상과 폐사 사태가 잇따를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2023년 7월은 1910년 이후 해수면 온도가 가장 높은 달로 기록됐다.
호주 퀸즐랜드대학교(University of Queensland)와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등으로 구성된 국제연구진이 최근 사이언스(The Science)에 발표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기후변화가 산호초에 미치는 영향이 더이상 측정 불가능할 정도로 심각해졌다. 산호백화 현상이 자연 회복력을 넘어설 정도라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40년에 걸친 해수면 온도에 대한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했다. 연구진은 "올해 발생한 해양 폭염이 2024~2025년 인도 태평양 전역에서 산호 대량 표백 및 산호 폐사 사건의 전조일 수 있다"며 "산호의 대량 백화 현상이 처음 나타난 1980년대 이후 이처럼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산호백화는 산호가 열 등의 요인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갈색 미생물 조류를 잃어 하얗게 변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열을 적게 받는 경우 조류가 다시 발생해 백화 현상이 자연적으로 사라진다. 그러나 최근 카리브해 산호초 지역에서 해양 폭염이 평년보다 한두달 일찍 발생하면서 백화 현상이 더 오래 지속됐다.
논문의 주 저자인 오베 호그 굴드버그(Ove Hoegh-Guldberg) 퀸즐랜드대학교 교수는 "산호에 서식하는 갈조류는 온도변화에 매우 민감하다"며 "인간과 마찬가지로 산호초도 괜찮다고 느끼는 온도가 정해져 있는데 이 온도보다 1~2℃만 높아져도 죽게 된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올여름부터 엘리뇨 현상이 나타나면서 백화 현상 우려지역이 더 범위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1997년 이후 엘니뇨가 발현할 때마다 전세계적으로 대규모 산호백화 현상이 발생했다.
굴드버그 교수는 "앞으로 1년동안 엘니뇨가 해수 온도 상승과 결합해 산호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우리는 지금까지 봐온 것보다 훨씬 더 큰 백화의 폭풍을 볼 수 있다"며 "육지와 바다의 기온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굴드버그 교수는 "많은 과학자들이 우리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중이 아니냐고 두려워하고 있다"며 "이같은 극한기후가 어떤 해악을 초래할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또 "40년 역사를 통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기후변화와 생태계가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호초 붕괴는 곧 해양생태계 파괴로 이어진다. 논문은 "산호초가 죽어감에 따라 생물종의 의존하는 서식지가 사라지고 있다"며 "해양 생물다양성의 25%까지 훼손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연구진들은 "정책 입안자들과 세계 지도자들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더 신속하고 결단력 있게 움직여야 한다"며 "과학을 신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굴드버그 교수는 "지구가 작동하는 방식을 알아내고 이에 맞춰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며 " 지구의 온도를 낮추거나 적어도 한동안은 더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이를 시행할 수 있는 자원이 있다"며 "현명하게 행동하고 모든 사람을 참여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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