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들 '찔끔' 기부에...'손실 및 피해기금' 필요액의 0.2%만 모았다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3-12-07 12: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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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4000억달러 필요한데 7억달러 확보
지원자금의 성격과 지원시기도 불투명해


기후변화로 피해를 입은 개발도상국에게 보상해주기 위해 마련된 '손실 및 피해기금'이 7억달러가 모였지만, 이는 실제로 필요한 피해보상액의 0.2%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기후행동네트워크 인터내셔널(Climate Action Network International)의 하르짓 싱(Harjeet Singh) 국제정치전략 책임은 "초기기금으로 모인 7억달러는 매년 수천억달러로 추산되는 막대한 피해복구자금 수요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라며 "30년동안 외친 결과가 고작 이정도라는 것은 개발도상국의 곤경을 무시하겠다는 것이나 진배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기후위기에서 가장 큰 책임이 있는 미국의 기부금이 고작 1750만달러"라고 꼬집었다. 

'손실 및 피해기금'은 선진국들이 산업화 이후 성장 과정에서 배출한 탄소로 인해 발생한 기상이변으로 재산과 인명피해를 당하고 있는 개발도상국을 지원하기 위해 선진국들이 내놓는 재원이다. 

개발도상국에 대한 '손실 및 피해기금' 논의는 1990년대부터 진행됐지만 올해 열린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채택되면서 공식 출범했다. 하지만 초기기금은 7억달러를 모으는데 그치고 말았다. 30년간 질질 끌던 논의를 이번에 매듭짓는다는 것에 의미를 둔 때문인지, 선진국들이 그저 시늉만 했기 때문인지 필요자금에 훨씬 못미치는 규모로 출발하게 된 것이다.

COP28 의장국인 UAE와 독일은 '손실 및 피해기금'으로 각각 1억달러(약 1300억원)씩 내놨다. 영국은 5000만달러(약 650억원), 미국은 1750만달러(227억원) 그리고 일본은 1000만달러(약 130억원) 지원한다. 유럽연합(EU)은 독일 기부금을 제외하고 27개 회원국을 대표해서 1억4500만달러(약 1886억원)를 기부한다. 이외에도 덴마크와 캐나다 등이 기부를 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이 금액으로는 '손실 및 피해'를 보상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기후변화로 인해 개발도상국들이 입는 피해규모는 연간 400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더구나 기상이변 빈도가 점점 늘어나고 있어, 앞으로 피해규모는 더 증가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리엔 반담메(Lien Vandamme) 국제환경법센터(Centre for International Environmental Law) 선임활동가는 "선진국들은 손실 및 피해 기금을 가능한 한 빨리 가동해 지역사회에 전달한다는 명분으로 결함이 있는 조항도 밀어붙였지만 COP28에서 모은 금액은 필요액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위선적인 선진국들은 손실 및 피해기금을 의무가 아니라 자선사업으로 취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게다가 '손실 및 피해기금'의 자금지원 형태도 아직 불분명하다. 기후정의 활동가들은 "손실 및 피해기금은 대출이나 투자가 아닌 직접적인 보조금 형태로 제공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대부분의 국가들은 자금의 성격과 지원시기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특히 몇몇 국가들은 손실 및 피해기금을 '돌려막기' 한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원래 제공하던 국제원조 금액에서 일부를 이름만 바꾸고 그대로 제공한다는 것이다. 가령 영국의 경우 7500만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기존 기후금융에서 일부를 손실 및 피해기금으로 다시 명명한 것뿐이라는 사실이 들통났다. 

COP28에서의 합의가 손실 및 피해기금 마련을 위한 첫 단계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있다. 전문가들은 "아직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GST) 협상이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GST는 파리기후변화협정의 핵심요소로 각국이 파리협정을 얼마나 이행하는지 점검하기 위한 광범위하고 상세한 평가다.

개발도상국들은 "GST에 탄소중립을 위한 노력뿐만 아니라 각국이 손실 및 피해기금에 얼마나 기여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지침도 추가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 5일(현지시간) 발표된 GST 초안에서 이같은 내용이 누락돼 있었기 때문이다.

기후 싱크탱크 파워시프트 아프리카(Powershift Africa)의 모하메드 아도우(Mohamed Adow) 이사는 "손실 및 피해기금이 일단 설립되면 그 이야기는 끝난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며 "그러나 충분한 자금이 지원되지 않고 배출량을 시급히 줄이지 않는다면 손실과 피해에 대한 청구서는 늘어날 뿐"이라며 부유국들의 더 많은 투자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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