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20개 이상의 ESG 펀드를 줄지어 없애는 한편 미국 증권거래위원회(U.S.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SEC)는 ESG펀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ESG 증권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 미국 금융컨설팅 및 투자관리기업 모딩스타(Morningstar) 데이터에 따르면 스테이트 스트리트 코퍼레이션(State Street Corporation), 콜럼비아 스레드니들 투자(Columbia Threadneedle Investments), 재너스 헨더슨 그룹(Janus Henderson Group) 등 거대 자산운용사들은 20개 이상의 ESG 펀드를 청산했다.
현재 미국에는 656개의 ESG 펀드가 있지만 청산하는 펀드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특히 올해 청산건수는 지난 3년에 걸쳐 청산된 것보다 더 많은 지속가능성 펀드가 청산됐다.
이달 15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 또한 "2개의 지속가능 신흥시장 채권 펀드를 해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펀드들의 운용 자산은 약 5500만달러(약 736억원)에 이른다.
모닝스타 지속가능성 연구담당 알리사 스탄키에비츠(Alyssa Stankiewicz) 차장은 "우리는 2022년과 2023년에 확실히 수요가 감소하는 것을 목격했다"며 "2022년부터 일부 ESG 및 지속가능성 편드가 실적부진 및 자산확보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석유가격이 상승해 화석연료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한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석유 및 가스 회사들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ESG 펀드는 하락세로 접어든 것이다.
이런 와중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20일(현지시간) 투자 펀드의 그린워싱 마케팅 관행을 단속하는 규정을 채택했다. 이 규정은 펀드를 구성하는 자산의 80% 이상이 펀드 광고내용과 일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한 투자회사에서 자사 금융상품을 두고 '신재생 에너지 투자펀드'로 광고한다면 실제 자금의 80% 이상을 재생에너지 회사에 투자해야 하는 것이다. SEC 관계자는 "현재 투자 자금의 76%가 신규 규정의 영향을 받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는 투자자들의 ESG 펀드에 대한 관심을 악용해 광고내용과 실제 투자내역이 판이한 '그린워싱' 펀드가 우후죽순 등장한데 따른 조치다. 개리 겐슬러(Gary Gensler) SEC 위원장은 "펀드의 투자 포트폴리오는 펀드가 광고하는 투자 초점과 일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블랙록의 한 ESG 펀드 상품은 정작 운용금액의 35%를 15개 석유·가스 회사에 투자하는 등 그간 금융계의 'ESG 그린워싱'은 만연했다는 지적이다.
증권 당국의 이같은 조치에 미국 금융계는 일제히 반대하고 나섰다. 에릭 팬(Eric Pan) 미국 자산운용협회(Investment Company Institute) 대표는 "이 규칙은 미국 전체 펀드의 4분의 3 이상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투자자들 사이에 혼란만 야기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워싱턴 펀드그룹(Washington funds group)은 성명서를 통해 "결국 SEC가 자유로운 투자 결정에 개입하고자 하는 것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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