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인 폭염으로 한반도 인근 바다가 펄펄 끓고 있다. 뜨거워진 바닷물에 양식장에 있는 우럭과 강도다리, 넙치, 조피볼락 등은 더이상 견디지 못하고 떼죽음을 당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시기 23.1℃였던 수온은 현재 28℃를 넘기고 있다.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은 바닷물 온도 3일 연속 28℃ 이상 지속되자, 지난 25일자 오후 2시부로 남해중부 연안과 경남 사천·강진만에 '고수온 경보'를 내렸다. 앞서 이달중순 제주에서도 고수온 경보가 내려진 적이 있고, 인천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연안 바다들이 고수온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따른 양식업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전남 여수의 한 양식장에서는 160만마리에 이르는 우럭이 집단폐사했다. 피해금액만 27억원에 달한다. 우럭은 수온이 낮은 곳에 사는 한대성 어종으로, 수온이 26℃ 이상이 되면 움직임이 느려지고 폐사하기 시작한다.
해상가두리 양식장이 밀집한 경남 통영과 거제에서도 1주일동안 379만마리가 넘는 양식어류가 떼죽음을 당했다. 지난해 고수원주의보가 발령되지 않았던 경북 동해안에서도 고수온으로 강도다리 등 양식어류 38만마리가 죽었고, 포항에서도 21만마리, 영덕에서도 13만마리, 울진에서도 4만5000마리가 죽어나갔다.
최근 태풍 '카눈'이 지나가면서 수온에 생긴 온도 변화가 어류 폐사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양식장은 주로 수심이 얕은 내만에 자리잡고 있다. 태풍이 오기전 어류들은 바닷물 표면이 뜨거워지자 표층(1∼2m, 26∼27℃)에서 온도가 낮은 중층(5∼6m, 21∼22℃)으로 내려가 고수온을 피했다. 그러나 태풍 후 표층과 중층이 섞이면서 수온 차이가 사라지고 고수온까지 겹치면서 폐사에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여수 해상에서 양식업을 하는 김상심씨는 "20년 양식을 했지만 이렇게 바닷물이 뜨거운 것은 처음"이라며, 원래 깊은 물에 있어야 할 우럭이 죽을 때가 되니까 물위로 올라오고 있다고 했다. 김 씨의 가두리양식장에는 바다 위로 떠오른 우럭 사체들이 가득했다. 여수 앞바다는 28℃가 넘는 수온이 보름 이상 지속되는 상태다. 보름 전부터 물고기가 떠올랐고, 아직 떠오르지 않거나 건져내지 않은 우럭 사체가 가두리에 가득할 것으로 김 씨는 추정했다.
통영시 욕지도에서 양식장을 운영하는 한상봉(56)씨도 "태풍 이후 고수온이 발생하면서 지난해와 비교하면 폐사량이 훨씬 늘었다"며 "올해는 미리 대비한다고 했는데 이 정도까지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바닷물 1℃ 차이는 바깥기온 약 4℃와 맞먹는 것을 고려하면 양식어류들은 현재 견딜 수 없이 뜨거운 물에 있는 것이나 진배없다. 당분간 고수온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예보된만큼 앞으로 양식어류의 집단폐사도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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