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황제펭귄' 멸종 직면..."번식할 해빙 모두 녹아버렸다"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3-08-25 11:46:44
  • -
  • +
  • 인쇄



기후변화로 남극 해빙이 지난해 급격하게 녹으면서 황제펭귄이 번식할 수 있는 터전을 잃어 멸종위기에 처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남극연구소(BAS) 피터 프렛웰 박사연구팀은 남극 반도의 서쪽지역인 벨링하우젠해 중부와 동부에 있는 황제펭귄 서식지 5곳 중 4곳에서 해빙이 사라져 새끼 펭귄들이 살아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연구팀은 지난 2018년~2022년까지 벨링하우젠해에 있는 황제펭귄 서식지 5곳을 인공위성 사진을 통해 번식기동안 서식지의 펭귄을 관찰했다. 해당 지역에는 약 630쌍~3500쌍의 펭귄이 번식을 하며 서식했다. 그러나 2022년 관찰에서는 서식지 4곳에서 번식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이는 새끼가 한 마디로 생존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통상 황제펭귄은 5~6월에 알을 낳는다. 알은 낳은지 65일 후 부화하지만, 새끼들은 여름인 12월~1월까지 깃털이 완전히 나지 않기 때문에 얼음이 필수적이다. 새끼는 태어난지 6개월 후인 12월에 부모로부터 독립하는데, 이 과정에서 육지와 연결된 해빙이 일종의 교두보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는 지구온난화로 해빙이 훨씬 일찍 녹으면서 11월에 해빙이 모두 사라졌다. 황제펭귄들이 알을 낳을 장소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이 때문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을 수 있는 해빙이 사라진 서식지 4곳에서 황제펭귄들이 번식에 실패한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연구진들은 "이같은 재앙적 번식 실패는 최초"라며 "지구온난화로 인해 황제펭귄 서식지의 90% 이상이 2100년까지 멸종될 것이라는 예측을 뒷받침한다"고 평가했다. 연구팀 중 1명은 "이 시기에는 얼음 위에 있는 황제펭귄을 보는 것이 익숙했는데 갑자기 얼음이 보이지 않았다"며 "순간 소름이 돋았다"고 말했다.

영국남극연구소에서 조류를 연구하는 노먼 랫클리프(Norman Ratcliffe) 박사는 "해빙이 일찍 깨지면 병아리들이 물에 빠져 익사할 수 있다"며 "해빙이 갑자기 조각나 어미와 새끼가 서로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번 발견이 멸종에 대한 조기경보"라며 "이전에도 해빙이 갈라지는 경우가 있었지만 이는 남극 전체에서 극소수로 일어났던 일"이라고 했다.

문제는 앞으로 이런 일이 반복된다는 사실이다. 과학자들은 이미 수차례 해빙이 급격하게 감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올여름에도 남극에서 해빙은 전례없이 녹아버렸다. 게다가 해빙은 보통 여름에 녹고 겨울에 보충되는데 이번 겨울에 보충되는 해빙의 양은 턱없이 부족했다. 올 7월 남극 해빙은 1945년 관측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1981~2010년 평균보다 260만제곱킬로미터나 감소한 것이다. 

랫클리프 박사는 "해빙 감소는 황제펭귄에게 치명적"이라며 "펭귄이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황제펭귄은 번식 실패에 적응하기 위해 인근의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번식 서식지 전체가 영향을 받는다면 이 방법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황제펭귄 서식지 62곳 중 30%가 해빙 손실의 영향을 받았다. 콜로라도 볼더대학교(University of Colorado Boulder)에서 환경학을 연구하는 카산드라 브룩스(Cassandra Brooks) 교수는 "이번 연구는 황제펭귄이 생존 위험에 직면해 있다는 많은 증거를 제공한다"고 했다.

해빙 소멸은 비단 펭귄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바다표범과 크릴 등 많은 해양생물들이 해빙에 의존해 살아가기 때문이다. 화석연료 오염을 억제하지 못해 해빙 손실을 방치되면 남극 토착종의 65%가 멸종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또한 남극 해빙은 태양빛을 반사해 지구온난화를 늦추는 역할도 한다고 알려져 있다. 랫클리프 박사는 "결론은 남극을 둘러싼 물리 해양학과 생물학 그리고 남극에 의존하는 생태계 모두에 상당히 우려스러운 일이라는 것이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25일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지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정부 '위약금 면제' 수용한 SKT..."정보보호에 7000억 투자" 결정

SK텔레콤이 해킹 사고로 번호이동한 가입자에 대해 위약금을 면제해야 한다는 정부의 요청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SKT는 침해사고 발생전인 4월 18일 기

우리은행 'G.우.주 프로젝트' 시행...경기도 보호아동 위해 6억 지원

우리은행이 'G.우.주 프로젝트'를 통해 보호아동을 위해 4년간 매년 1억5000만원을 지원한다.우리은행은 경기주택도시공사(GH), 한국아동청소년그룹홈협

이재명 정부의 ESG 정책과 기업의 대응전략은...KEMI, 17일 세미나

한국ESG경영개발원(KEMI)이 오는 17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파인홀에서 '이재명 정부의 ESG 정책과 기업의 대응 전략'을 주제로 ESG 세미나를 개최한다고 3일

방시혁 하이브 의장 서울대 문화관 재건축에 50억 기부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모교인 서울대학교에 기부한 50억원이 서울대 문화관 재건축에 사용된다.서울대는 3일 오후 6시 서울 관악구 서울대 문화관 중강

KCC '2025 ESG 보고서' 발간...온실가스 '스코프3'까지 확장

KCC가 ESG경영 성과와 지속가능 전략을 담은 '2025 지속가능성보고서'를 발간했다고 3일 밝혔다.올해 11번째로 발간되는 이번 보고서는 지속가능경영보고

"중대재해는 기업 ESG평가의 핵심리스크...등급 차감요소로 작용"

'중대재해'가 기업의 가치와 ESG 평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ESG 평가 및 투자자문기관 서스틴베스트가 3일 발간한 '중대재해

기후/환경

+

바닐라·유제품 생산량도 감소?...기후변화로 생산량 감소세

바닐라와 유제품 등 전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식품과 향신료가 기후변화에 의해 생산량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샬럿 와테인

美 캘리포니아 반년만에 또 '대형산불'...폭염과 강풍에 불길 확산

올 1월 로스앤젤레스(LA) 대형산불로 몸살을 앓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또다시 대형산불이 발생했다.3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산림소방국(Cal Fire)에

"더이상 못 참겠다"…환경부, 계양산 러브버그 직접 방제

인천 계양산에 떼로 나타났던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로 인해 주민들의 불편이 커지자, 환경부가 결국 직접 방제에 나섰다.최근 계양산 정상을

때이른 폭염에 '가장 더운 6월'...1년만에 평균기온 또 갈아치웠다

올 6월 우리나라 전국 평균기온이 역대 최고를 기록하면서 '역대 가장 더웠던 6월'로 기록됐다.4일 기상청이 발표한 2025년 6월 기후특성에 따르면 6월 전

'불지옥'으로 변한 유럽...독일과 그리스 산불 계속 확산

역대급 폭염이 덮친 유럽에서 유럽으로 인한 산불이 곳곳에서 발생하면서 가득이나 뜨거운 대기를 더 뜨겁게 달구고 있다. 3일(현지시간) dpa통신 등에

[주말날씨] 낮 최고 36℃ '찜통더위'...밤에도 28℃ '열대야'

이번 주말도 낮밤을 가리지 않고 찜통더위가 이어지겠다. 중부지방은 대체로 흐리고 남부지방과 제주도는 가끔 구름많겠다.전국에 폭염특보가 발효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