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남극 해빙이 지난해 급격하게 녹으면서 황제펭귄이 번식할 수 있는 터전을 잃어 멸종위기에 처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남극연구소(BAS) 피터 프렛웰 박사연구팀은 남극 반도의 서쪽지역인 벨링하우젠해 중부와 동부에 있는 황제펭귄 서식지 5곳 중 4곳에서 해빙이 사라져 새끼 펭귄들이 살아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연구팀은 지난 2018년~2022년까지 벨링하우젠해에 있는 황제펭귄 서식지 5곳을 인공위성 사진을 통해 번식기동안 서식지의 펭귄을 관찰했다. 해당 지역에는 약 630쌍~3500쌍의 펭귄이 번식을 하며 서식했다. 그러나 2022년 관찰에서는 서식지 4곳에서 번식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이는 새끼가 한 마디로 생존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통상 황제펭귄은 5~6월에 알을 낳는다. 알은 낳은지 65일 후 부화하지만, 새끼들은 여름인 12월~1월까지 깃털이 완전히 나지 않기 때문에 얼음이 필수적이다. 새끼는 태어난지 6개월 후인 12월에 부모로부터 독립하는데, 이 과정에서 육지와 연결된 해빙이 일종의 교두보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는 지구온난화로 해빙이 훨씬 일찍 녹으면서 11월에 해빙이 모두 사라졌다. 황제펭귄들이 알을 낳을 장소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이 때문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을 수 있는 해빙이 사라진 서식지 4곳에서 황제펭귄들이 번식에 실패한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연구진들은 "이같은 재앙적 번식 실패는 최초"라며 "지구온난화로 인해 황제펭귄 서식지의 90% 이상이 2100년까지 멸종될 것이라는 예측을 뒷받침한다"고 평가했다. 연구팀 중 1명은 "이 시기에는 얼음 위에 있는 황제펭귄을 보는 것이 익숙했는데 갑자기 얼음이 보이지 않았다"며 "순간 소름이 돋았다"고 말했다.
영국남극연구소에서 조류를 연구하는 노먼 랫클리프(Norman Ratcliffe) 박사는 "해빙이 일찍 깨지면 병아리들이 물에 빠져 익사할 수 있다"며 "해빙이 갑자기 조각나 어미와 새끼가 서로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번 발견이 멸종에 대한 조기경보"라며 "이전에도 해빙이 갈라지는 경우가 있었지만 이는 남극 전체에서 극소수로 일어났던 일"이라고 했다.
문제는 앞으로 이런 일이 반복된다는 사실이다. 과학자들은 이미 수차례 해빙이 급격하게 감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올여름에도 남극에서 해빙은 전례없이 녹아버렸다. 게다가 해빙은 보통 여름에 녹고 겨울에 보충되는데 이번 겨울에 보충되는 해빙의 양은 턱없이 부족했다. 올 7월 남극 해빙은 1945년 관측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1981~2010년 평균보다 260만제곱킬로미터나 감소한 것이다.
랫클리프 박사는 "해빙 감소는 황제펭귄에게 치명적"이라며 "펭귄이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황제펭귄은 번식 실패에 적응하기 위해 인근의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번식 서식지 전체가 영향을 받는다면 이 방법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황제펭귄 서식지 62곳 중 30%가 해빙 손실의 영향을 받았다. 콜로라도 볼더대학교(University of Colorado Boulder)에서 환경학을 연구하는 카산드라 브룩스(Cassandra Brooks) 교수는 "이번 연구는 황제펭귄이 생존 위험에 직면해 있다는 많은 증거를 제공한다"고 했다.
해빙 소멸은 비단 펭귄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바다표범과 크릴 등 많은 해양생물들이 해빙에 의존해 살아가기 때문이다. 화석연료 오염을 억제하지 못해 해빙 손실을 방치되면 남극 토착종의 65%가 멸종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또한 남극 해빙은 태양빛을 반사해 지구온난화를 늦추는 역할도 한다고 알려져 있다. 랫클리프 박사는 "결론은 남극을 둘러싼 물리 해양학과 생물학 그리고 남극에 의존하는 생태계 모두에 상당히 우려스러운 일이라는 것이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25일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지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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