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기후변화에 대해 그다지 경각심을 갖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단기실적 압박에 장기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기후위기 관련 투자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다.
최근 글로벌 회계법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ricewaterhouseCoopers, PwC)가 미국 CEO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만 기후변화를 사업 위험요소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를 기업의 심각한 리스크로 생각하는 CEO는 겨우 19%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해 설문조사 결과인 23%보다 4%포인트(P) 줄어든 수치다.
향후 12~18개월 내에 발생할 수 있는 기후 관련 혼란에 대비하고 있는 기업은 응답자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후위기는 다양한 방식으로 사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 정책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의 산제이 팻나익(Sanjay Patnaik) 연구원은 "공급망부터 공장의 위치, '향후 몇 년동안 제조에 필요한 충분한 물을 확보할 수 있는가'와 같은 문제까지 기후변화는 사업에 다방면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설문조사뿐 아니라 많은 연구와 조사에서, 대부분의 기업이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 완화를 줄이는데 크게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당장 리스크가 눈앞에 닥치지 않아서 그런 것같다"고 분석했다.
팻나익 연구원은 또 "가령 식품산업을 예로들면 초콜릿과 커피 사업을 하는 기업이라면 이미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기 시작하고 이에 대응해서 공급망 확충 등의 준비를 할 것"이라며 "그러나 이러한 사업유형은 소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CEO들이 개인적으로 기후변화에 경각심을 가지는 경우는 많지만 이것이 해당 기업의 의미있는 변화로 이어지지는 못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PwC 미국지사 컨설팅 책임자인 닐 다르(Neil Dhar) 부사장은 "사실 대부분의 경영진은 기후변화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며 "CEO들은 투자자, 이사회, 직원, 고객이 기후위기에 대해 질문할 때, 그 주제를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관심을 가진다는 것이 조치를 취하는 것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며 "우려를 갖는 것과 실제로 투자 및 지출을 수반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CEO들은 투자자와 주주로부터 단기적인 수익창출 압박을 받아 장기적인 기후위기 대응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터프츠대학교(Tufts University)에서 경영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바스카 차크라보티(Bhaskar Chakravorti) 교수는 "대부분의 CEO는 애널리스트와 시장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며 "더욱이 CEO들의 재직기간은 평균 5년인 것에 반해 기후위기에 대한 장기적 투자는 더 오랜기간이 지나서야 성과가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CEO뿐 아니라 사실 대부분의 인간은 추상적으로 느껴지는 위협에 대비해 미래를 계획하는 데 능숙하지 않다"며 "과연 우리는 에어컨을 끄고 육류 섭취를 줄이고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소비자인 우리 대부분이 일상생활에서 기후위기 방지를 위해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는 것처럼 기업도 마찬가지일 뿐"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차크라보티 교수는 "이를 위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정부가 나서서 인센티브나 규제를 통해 기업의 행동을 유도하지 않는 한 대부분의 기업은 기후변화를 위해 의미있는 노력을 하지 않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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