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의 늪'에 빠진 개도국들...빛 갚느라 기후위기 대응 못해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3-08-22 11:47:51
  • -
  • +
  • 인쇄

개발도상국들이 막대한 국가부채를 갚느라 기후위기 대응은커녕 단기간에 수익을 얻기 위해 화석연료 개발에 의존하면서 신재생에너지 전환의 길이 묘연해지고 있다.

반부채 시민단체인 부채정의(Debt Justice)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돈을 빌려준 선진국과 은행 등 채권자들이 기후위기에 직면한 개발도상국의 화석연료 프로젝트와 관련된 부채의 전액 또는 일부를 탕감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가난한 국가들은 국가부채를 갚기 위해 화석연료 개발에 나서고 있다. 화석연료 개발은 단기간에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신재생에너지는 장기적으로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당장 빚을 갚아야 하는 국가 입장에서는 시도조차 하기 어렵다. 심지어 일부 개발도상국들은 부채를 자국의 화석연료 채굴권으로 상환하고 있는 실정이다.

부채정의 수석정책책임자인 테스 울펜덴(Tess Woolfenden)씨는 "많은 부채는 화석연료를 단계적으로 퇴출하는 데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며 "부채가 많은 남미 국가들은 수익 창출이 높은 화석연료 프로젝트에 매달리고 있고, 이 가운데 일부 프로젝트는 기대했던 수익을 얻지 못해 부채가 오히려 더 쌓이고 있다"고 했다.

남반구에 있는 국가들의 부채가 특히 더 심각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이후 전세계 남반구 국가들의 부채는 150% 증가했다. 또 54개 국가들은 기후위기 해결보다 부채 상환에 5배 더 많은 예산을 지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 활동가들도 이같은 상황을 토로하고 있다. 모잠비크의 환경단체인 저스티사 앰비엔탈(Justiça Ambiental)의 다니엘 리베이로(Daniel Ribeiro) 활동가는 "모잠비크 정부가 의회 허락도 없이 영국의 한 은행에서 돈을 빌린 이후 해당 부채를 화석연료를 팔아 갚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3년 모잠비크 정부는 가스전 개발을 위해 대규모 자금을 동원했는데, 이후 유가와 가스가격이 하락하면서 부채의 늪에 빠졌다. 가스 수출로 먹고 사는 모잠비크는 현재 가스를 팔아 번 돈으로 가스전 개발 비용을 갚고 있는 실정이다. 리베이로 활동가는 "화석연료로 인한 부채는 화석연료로 갚아야 하는 구조로 돼 있어 화석연료를 계속 사용할 수 없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는 악순환이 고착화됐다"고 우려했다.

수리남의 상황도 비슷하다. 2020년 수리남이 국가부채를 갚지 못하자, 채권자들이 2050년까지 수리남 석유 수입의 30%를 가지기로 수리남 정부와 합의했다.

현지 시민단체 프로젝타의 샤르다 강가 이사(Sharda Ganga) 이사는 "부채가 가파르게 증가함에 따라 부채는 모든 정책 결정을 지배하고, 시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 악순환 속에서 지속가능성이나 기후정의같은 성가신 것들은 우선순위 밖으로 밀렸고, 이는 새로운 식민주의와 다를 바가 없다"고 비판했다.

또 기후재난을 겪는 개발도상국들은 복구비용 때문에 더 큰 부채를 지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 국가들의 부채를 탕감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고서는 "기후 영향을 받는 국가들이 사이클론과 홍수 후 복구 비용을 지불하기 위해 더 많은 빚을 지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지원금이 대부분 대출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파키스탄 대홍수 이후 파키스탄에 제공된 100억달러의 재정지원의 대부분은 대출 형태였고, 도미니카의 경우 2017년 허리케인 마리아 이후 국내총생산(GDP)에서 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68%에서 78%로 증가했다. 

부채와 개발에 맞서는 아시아인 행동(Asian People’s Movement on Debt and Development)의 매 부에나벤투라(Mae Buenaventura) 활동가는 "이윤과 탐욕을 채우기 위해 인간, 경제, 환경 자원을 끊임없이 추출하는 행동이 기후와 부채 위기를 만들었다"며 "부채 탕감은 부유국과 대출기관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라고 강조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대한항공 기내식 용기 '식물성 소재'로 바꾼다

대한항공이 식물성 원료로 만든 기내식 용기를 도입한다.대한항공은 오는 12월부터 밀짚, 사탕수수, 대나무 등 비목재 식물성 원료로 제작된 기내식 용

"배출권거래제, NDC 53% 맞춰 운영"…정부, 산업계 부담 덜어준다

정부가 '2035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2035 NDC)에 대한 산업계 우려를 덜어주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를 NDC 하한목표인 53%에 맞춰 운영하기로 했다

'젊어지는 삼성전자'...30대 상무·40대 부사장으로 '세대교체'

삼성전자가 지난해보다 24명 많은 161명에 대한 임원승진을 단행했다. 인공지능(AI)와 로봇, 반도체 분야에서 미래기술을 이끌 리더들을 중용했다는 게

진짜 돈이 들어간 '돈방석·돈지갑' 나왔다

진짜 돈이 들어간 '돈방석'이 나왔다. 한국조폐공사는 진짜 돈이 담긴 화폐 굿즈 신제품 돈방석·돈지갑을 출시하고, 지난 23일 오후 2시부터 와디

파리크라상 '사업부문'과 '투자·관리부문'으로 물적분할한다

SPC그룹 계열사인 ㈜파리크라상이 물적분할을 진행한다.SPC그룹은 지난 21일 이사회에서 계열사인 파리크라상에 대해 물적 분할을 결정했다고 24일 밝혔

광명시, 포스코이앤씨 공사장 오폐수 무단방류로 고발

포스코이앤씨가 오폐수 무단방류 혐의로 광명시로부터 고발당했다.경기도 광명시는 서울~광명 고속도로 공사현장에서 원광명지하차도 터파기 과정에

기후/환경

+

땅속에서도 죽지 않는다...북극 동토층 '좀비 산불'로 몸살

땅속으로 파고든 불씨가 죽지않고 타는 '좀비 산불'이 시베리아와 캐나다, 알래스카 등 북극의 새로운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 '좀비 산불'은 유기토양

기후취약국들 갈수록 '빚더미'..."기후재원 언제까지 대출받아 피해복구?"

기후재난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기후취약국들이 기후위기를 촉발시킨 선진국들의 책임있는 자세를 다시한번 촉구하고 나섰다.기후

1만2000년만에 분화한 화산...연기 14km까지 치솟아

에티오피아 북동부에 위치한 하일리 굽비 화산(Hayli Gubbi volcano)이 약 1만2000년 만에 처음으로 분화했다고 24일(현지시간) AFP, 가디언 등 외신들이 보도했

"초미세먼지 줄여라"…정부, 석탄발전소 가동중단에 출력제한 조치

온화한 날씨로 인해 올겨울 초미세먼지(PM2.5)가 지난해보다 더 짙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부가 초미세먼지 농도를 낮추기 위해 석탄발전소 최대 17기

탄소배출권 사서 메우자?...배출권 의존기업 탄소감축 '제자리'

온실가스 배출권 시장 확대보다 기업의 직접 감축 노력이 우선이라는 국제보고서가 공개되며 상쇄 전략에 대한 재검토가 요구되고 있다.25일(현지시간

대한상의 '재생에너지 벤치마킹 연수' 참여기업 모집

대한상공회의소가 기업 재생에너지 활용현장을 직접 체험하는 '재생에너지 벤치마킹 연수' 참여기업을 모집한다고 25일 밝혔다. 연수는 오는 12월 10일~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