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적인 '야생지 도시경계 화재다'
하와이의 대표적인 관광지 '마우이섬'이 사흘째 산불 진화가 어려운 이유가 '기후변화'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우리나라 시간으로 지난 8일 발생한 마우이섬 산불은 10일까지 진화를 못하고 있다. 오히려 산불의 기세가 더 강해지면서 마을을 통째로 태우며 수많은 사상자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 산불로 수백년된 유적이 파괴되고, 1700채가 넘는 주택이 전소됐다. 현재까지 집계된 사망자만 53명이고, 하와이 당국은 앞으로 사망자가 더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지 소방 당국은 "최근 몇 년간 미국에서 발생한 산불 가운데 가장 치명적"이라며 "섬 서쪽지역을 폐쇄하고 응급구조대와 대피자를 제외한 모든 사람에게 소거 명령을 내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화재를 '야생지 도시 경계 화재'라고 진단했다. 야생지 도시 경계 화재는 야지에서 발생한 불이 도시 등 밀집 거주지역으로 넘어가는 것을 말한다. 기후과학자 다니엘 스웨인(Daniel Swain) 박사는 "이번 화재는 초목에서 발생했지만 도시지역으로 확대되며 구조물을 태우는 전형적인 야생지 도시 경계 화재"라고 설명했다.
아직 화재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기후학자들은 "건조한 날씨에 강풍까지 불면서 화력을 더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미국 국립기상청(NWS)은 이번 화재가 발생하기 이전부터 "하와이 섬은 강풍과 낮은 습도로 화재발생 위험이 높고, 화재가 발생하면 빠르게 확산될 위험이 있다"고 예상한 바 있다.
하와이 호놀룰루에 거주하는 기상학자인 제프 파월(Jeff Powell) 박사는 "하와이는 가뭄에 시달리고 있었고 허리케인 '도라'는 강한 바람을 몰고 왔다"며 "이 시기에 하와이는 북쪽의 고기압과 수백 마일 떨어진 도라와 관련된 저기압 사이에 끼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압의 차이로 비정상적으로 강한 무역풍이 발생하면서 화염을 부채질했다"고 설명했다.
또 허리케인 영향으로 강해진 바람은 전신주를 무너뜨렸고, 내리막길로 이동하면서 불길을 더 키웠다. 리노 네바다 대학교(University of Nevada, Reno)에서 대기과학을 연구하는 닐 라로(Neil Lareau) 교수는 자신의 소셜서비스(SNS)에 "내리막길 바람이 화재 피해를 키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실제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1999년 이후 미국 서부지역에서 발생한 산불로 구조물 손실의 60%와 사망자의 52%가 하강풍에 의한 화재로 인해 발생했다.
문제는 이같은 대형 산불이 기후위기로 인해 더욱 빈번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후학자들은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기후위기로 인해 마우이가 겪고 있는 산불과 같은 극심한 기상이변의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하와이대학교(University of Hawaii)의 화재연구자인 클레이 트라우어니히트(Clay Trauernicht) 박사는 "우기에는 기니풀과 같은 식물이 하루에 15cm 넘게 자라며 높이가 최대 3m에 달할 수 있다"며 "건기에 이 풀이 마르면서 산불을 일으킬 수 있는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후변화로 더운 날씨와 건조한 환경, 강우량이 변덕스러운 상황에서 화재를 예측할수 없게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기후변화는 기온을 상승시켜 화재 위험을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더 강력한 허리케인의 발생 가능성도 높인다. 마우이 화재처럼 바람이 불길을 더 번지게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마우이에서 발생한 것과 같은 재난은 여러 요인에 의해 발생하지만 기후위기가 부인할 수 없는 원인이다"고 경고했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학교(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 산림학부의 켈시 코프스-거비츠(Kelsey Copes-Gerbitz) 박사는 "이런 종류의 기후변화 관련 재난은 우리가 익숙한 대처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며 "이런 종류의 복합적 상호작용이 실제로 재난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는 대형 산불로 인한 피해가 특히 많았다. 그리스와 스페인, 포르투갈 등 유럽지역에서는 산불로 수만명의 사람들이 대피했으며 캐나다 서부도 화마에 휩싸였다. 거비츠 박사는 "이 지역들은 모두 올여름 극한 폭염을 겪은 곳"이라고 했다.
한편 지난달 세계기상기구(WMO)는 "올해 7월이 역대 가장 더운 달"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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