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지대까지 해충 서식지 확장되며 건강 위협
3년만에 더 강해져서 돌아온 '엘니뇨'로 인해 기아와 말라리아의 위험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후전문가들과 보건학자들은 "기후위기를 동반한 엘니뇨로 인해 전세계 사람들의 건강이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과학자들은 엘니뇨가 더 강해지면서 일부 국가에서 기아와 가뭄, 말라리아의 위험이 높아지고, 극한폭염을 동반하는 엘니뇨는 심장병에서 자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열관련 질환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미국 보스턴대학교(Boston University) 공중보건대학 기후및건강센터장인 그레고리 웰레니우스(Gregory Wellenius) 교수는 "폭염은 건강에 위험하다"며 "입원 또는 사망 등 직접적인 피해도 많아지지만 폭염에 따른 간접 피해도 엄청나다"고 했다.
엘니뇨는 적도 부근 태평양 수온이 평년보다 높아지는 기후현상으로, 이로 인해 지구 평균기온을 높이게 만든다. 엘니뇨와 반대 현상인 라니냐가 발생한 시기에도 온실가스 배출량이 높아지면서 지구 평균기온이 역대급으로 상승한 상태인데, 올여름 엘니뇨가 시작되면서 과학자들의 우려는 더 깊어지고 있다.
엘니뇨는 지구 일부 지역에 엄청난 폭우를 퍼부으며 홍수를 초래한다. 하지만 이로 인해 다른 지역은 극단적인 가뭄과 폭염을 가져온다. 이같은 '극과극' 기상현상으로 전세계는 식량위기와 전염병 위기가 더 자주 도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컬럼비아대학(Columbia university) 국제기후 및 사회연구소의 월터 베스겐(Walter Baethgen) 박사는 "물론 엘니뇨가 모든 재난의 시발점은 아니다"며 "그러나 엘니뇨는 분명히 세계 곳곳의 기후를 변화시킬 것이며, 우리는 이를 예측하고 정부에게 대응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엘니뇨는 식량안보에 악영향을 끼친다. 이미 코로나19,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극한기후로 인해 곡창지대의 수확량이 떨어진 상태인데, 여기에 엘니뇨로 기상패턴까지 급격하게 바뀌면서 결정타를 날리는 격이기 때문이다.
베스겐 박사는 "현실적으로 많은 국가에서 식량안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며 "그러나 유엔이나 세계식량계획과 같은 국제기구들은 이 정보를 활용해 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국제기구들은 엘니뇨가 발생하는 해에 일부 지역에서 식량위기가 증가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했다.
저개발국가에서는 이미 엘니뇨발 식량위기와 전염병 위기가 닥치고 있다. 기후·건강자선단체인 웰컴 트러스트(Wellcome Trust)의 기후 영향 및 적응책임자 마들렌 톰슨(Madeleine Thomson)씨는 "에티오피아는 엘니뇨가 발생하면 북부지역에 가뭄이 발생한다"며 "전염병의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서늘한 고지대에 사는 사람들은 모기가 없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말라리아에 노출되지 않았다"며 "하지만 엘니뇨가 발생하면 고지대 지역에서도 전염병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모기의 서식지가 고산지대로 계속 확장되고 있다.
엘니뇨의 영향으로 지구 평균기온도 계속 상승하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올 7월이 기록상 가장 더운 달로 선언했다. 특히 북반구에 위치한 국가들은 극심한 폭염을 겪었다. 이 영향으로 7월에 일시적으로 지구 평균기온이 1.5℃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세계기상기여도 네트워크(World Weather Attribution network)에 따르면 온실가스가 7월에 북미와 남유럽, 동아시아의 기온을 끌어올렸다.
WMO 기후책임자인 크리스 휴잇(Chris Hewitt)씨는 "날씨가 점점 더 따뜻해짐에 따라 그 영향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며 "지구온난화를 막고 기온 상승을 '가능한 한 낮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며 온도가 1℃씩 올라갈 때마다 위험은 증가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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