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가 생태용량 초과의 날'은 4월 2일
인류가 소진한 자원의 양이 지구가 한해 재생산 가능한 자원의 양을 넘어서는 '생태용량 초과의 날'이 올해는 8월 2일이다. 불황탓에 지난해보다 하루 늦춰졌다. 반면 우리나라의 '국가 생태용량 초과의 날'은 지난해와 같은 4월 2일로, 전세계 평균보다 4개월이나 앞선다. 이에 한국은 '생태용량 채무국'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환경민폐국'이 됐다.
지구생태발자국네트워크(GFN)는 8월 2일(현지시간)을 올해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Earth Overshoot Day)이라고 선언했다. 이는 인간이 쓰고 배출한 자원과 폐기물의 규모가 지구의 자정능력을 초과한 날을 의미한다. GFN은 1970년부터 당해 지구의 생태자원의 양을 인류의 수요인 생태발자국으로 나누고, 여기에 365일을 곱해 측정하고 있다.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은 1970년 12월 29일이었지만 이후 몇 번을 제외하곤 계속 앞당겨졌다. 2022년에는 7월 28일이었다. 50년만에 5개월 앞당겨진 것이다. 다만 매년 누락됐던 정보를 추가하고 더 정밀한 측정치를 보강하면서 새 산정기준에 따라 역대 날짜를 재산출하는 GFN은 2022년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을 8월 1일로 개정했다.
2023년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은 지난해보다 하루 늦춰진 2일로 선언됐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둔화된 경기 때문으로 큰 의미는 없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아직 2023년은 151일이나 남았지만 인류는 올해 주어진 자원을 모두 소진해버린 셈이고, 현재 자원소모 속도와 자연의 재생속도를 맞추려면 지구가 1.7개 필요한 상황이 돼 버렸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조금이나마 진전을 보인 전세계와 달리 한국의 '국가 생태용량 초과의 날'은 지난해와 동일한 4월 2일이다. 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 국가에서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미국, 쿠웨이트, 호주 등에 이어 18위를 기록했다. 비슷한 처지의 일본은 '국가 생태용량 초과의 날'이 우리나라보다 한달이나 늦은 5월 6일로, 세계 43위다.
이에 한국은 '생태용량 채무국'으로 분류됐다. GFN은 각국의 생태용량과 1인당 생태발자국을 기반으로 생태용량 '채권국'과 '채무국'으로 분류하고 있다. 연도별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을 기준으로 날짜가 빠른 국가는 '채무국', 늦은 국가는 '채권국'이다. 2023년이 시작된지 91일만에 국가의 생태용량을 소진한 우리나라는 이후 274일동안 지구에 생태적 빚을 지고 살아가는 셈이다.
GFN이 공개한 최신 자료에 의하면 2022년 기준 전세계가 한국과 같은 속도로 자원을 소모할 때 지구가 3.85개 필요하다.
GFN은 "해마다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을 5일씩만 늦출 수 있다면 2050년에 지구가 전세계의 수요를 충당할 정도로 자원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꾸만 앞당겨지는 추세를 뒤집기 위해 소비, 에너지 및 제품 효율, 생태 보전 등에 모두 합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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