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기업들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호황이 줄어들면서 다시 감산 및 재생에너지 사업에 주력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엑손모빌(ExxonMobil), 셰브론(Chevron), 쉘(Shell), 토탈에너지(TotalEnergies), 에니(Eni) 등 주요 화석연료 기업들은 일제히 "올해 2분기 수익이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약 50%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가와 가스 가격이 급등하면서 업계 수익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고, 이에 해당 기업들은 탈탄소화보다 공급망 확충에 주력했다. 이 과정에서 주요 화석연료 기업들은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엑손, 셰브론, 쉘, 토탈에너지, BP 등 5대 기업은 2022년 1월부터 2023년 3월까지 5분기동안 총 2380억달러의 수익을 올렸으며, 이 수익은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으로 투자자들에게 돌아갔다.
올 2분기 실적도 여전히 견조했다. 29일(현지시간) 엑손은 자사의 2분기 순이익을 79억달러로 발표했는데 이는 우-러 전쟁기를 제외한 2014년 9월부터 2021년 10월 사이에 가장 높은 수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주도한 이익 호황은 이제 막을 내렸다"고 분석했다.
클라우디오 데스칼지(Claudio Descalzi) 에니 회장은 파이넨셜타임즈(Financial Times)의 인터뷰에서 "2022년 수준으로 돌아갈 것같지는 않다"며 "2021년말 각국의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봉쇄 조치가 완화되면서 수요가 반등했고,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시장의 혼란으로 인한 특수한 상황에 기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두 가지 요인이 겹치면서 호황을 만들어냈지만 이제 끝났다고 생각한다"며 "에너지 안보에 대한 당장의 우려가 사라지고 수익이 정상화되면 탈탄소화 계획에 대한 투자자와 정책입안자들의 관심이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데스칼지 회장은 "생산량에서 가스 비중을 늘리고 재생 가능한 전력을 도입하는 데 초점을 맞춘 자사의 에너지전환 계획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다른 화석연료 기업들도 탄소중립 카드를 다시 만지작 거리고 있다. 이미 BP는 올 2월 "바이오연료, 재생에너지, 수소 등 자사의 주요 에너지전환 사업에 대한 지출을 2030년 50%로 늘릴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다만 탄소중립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는 유럽과 달리 엑손과 쉐브론을 필두로 한 미국 기업들은 아직 석유생산을 고집하고 있다. 실제 엑손과 셰브론의 주요 주주들은 올해 기후변화 제안을 전면적으로 거부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엑손과 쉐브론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피하고 대신 수소 및 탄소포집과 같은 다른 저탄소 벤처에 대한 지출을 천천히 늘리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지난 28일(현지시간) 대런 우즈(Darren Woods) 엑손 CEO는 "우리는 처음부터 탄소포집과 수소 및 바이오 연료를 통한 전환에 집중했다"며 "이를 배터리에 사용할 리튬 생산으로 확장하는 것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이크 워스(Mike Wirth) 셰브론 사장 역시 "우리의 고유한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에 계속 집중할 것"이라며 "우리가 풍력 및 태양열 사업에 진출하지 않은 이유는 이미 수많은 기업이 있고 우리 회사만의 차별점이 없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투자은행 레이몬드 제임스(Raymond James)의 파벨 몰차노프(Pavel Molchanov) 수석 에널리스트는 "재생에너지 및 기타 저탄소 에너지 솔루션은 유럽 주요 에너지 기업의 총 자본 지출에서 약 30%를 차지하지만 미국에서는 10% 미만에 불과하다"며 "탄소중립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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