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플라스틱 뒤범벅 '인류세'...표본지역 '크로퍼드 호수'로 선정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07-12 16:50:49
  • -
  • +
  • 인쇄
핵실험 낙진·화석연료 입자 등 족적 뚜렷
내년 부산 세계지질과학총회서 최종 결정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크로퍼드 호수' (사진=연합뉴스)


플라스틱, 닭뼈, 방사성폐기물 등으로 뒤범벅된 새로운 지질시대 '인류세'를 가장 잘 보여주는 대표 표본지역이 선정됐다.

11일(현지시간) 35명의 지질학자로 구성된 '인류세워킹그룹'(AWG)은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크로퍼드 호수'를 인류세의 표준층서구역(GSSP·Global Boundary Stratotype Section and Point) 최종 후보지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GSSP는 국제층서위원회(ICS)가 전세계 지질연대의 경계를 가늠할 수 있는 곳으로 지정한 구역이다. 구역의 표식이 황금색 못을 박아넣은 모습을 닮아 '황금못'(Golden Spike)으로도 부른다.

'인류세'(Anthropocene)는 인간활동으로 지층에 현격한 변화가 나타남에 따라 별도의 지질시대로 구분해야 한다는 일부 과학자들의 주장으로 개념화됐다. 실제로 처음 핵실험이 시작된 1945년을 기점으로 방사성동위원소 농도에 큰 변화가 생겨났고, 한 해에만 600억마리의 닭뼈가 땅속에 묻히거나, 에베레스트산 꼭대기부터 마리아나 해구 심해 끝자락까지 플라스틱이 발견되는 등 인간에 의해 지질환경이 급격하게 달라지고 있다.

이에 2009년 결성된 AWG는 인류세가 시작된 시기와 GSSP를 특정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2016년에 핵실험이 시작한 1950년께를 인류세의 시작점으로 잡은 AWG는 이날 △일본 규슈섬 벳푸만 해양 퇴적물 △캐나다 온타리오주 크로퍼드 호수 진흙층 △호주 플린더스 산호해 산호 △발트해 고틀란드 분지 해양 퇴적물 △남극 팔머 빙핵 얼음 △미국 캘리포니아주 서빌호 퇴적층 △중국 지린성 쓰하이룽완 호수 진흙 △폴란드 수데테스산맥 늪지 토탄 △ 멕시코만 웨스트 플라워가든 뱅크 산호 등 지난해 12월 총 9곳으로 좁혀진 GSSP 후보지 가운데 최종 후보지로 '크로퍼드 호수'를 낙점했다.

크로퍼드 호수는 2.4헥타르(㏊)로 면적이 크진 않지만, 깊이가 24m에 달한다. 호수 밑바닥은 외부 환경과 완전히 차단돼 있고, 위로부터 천천히 가라앉는 침하물만 그대로 퇴적층에 쌓인 상태다. 1952년 수소폭탄 실험부터 1963년 핵실험 금지조약에 이르기까지 플루토늄 낙진의 농도, 화석연료 사용으로 발생한 입자들과 화학용 비료 사용량 증가로 나타나는 질산염 농도의 차이 등 호수의 퇴적층은 연도별 구분이 가능할 정도로 인간활동을 명확하게 기록하고 있다.

GSSP를 최종 후보지를 크로퍼드 호수로 선정한 AWG는 올여름 ICS 산하 제4기층서소위원회에 인류세를 공식화하기 위한 제안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소위원회 60% 이상이 찬성하면 ICS로 넘어가 표결에 부쳐지고, 여기서도 60% 이상의 찬성표를 받아내면 인류세 공식 비준을 위한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인류세에 대한 최종 표결은 내년 8월 부산에서 개최될 제37차 세계지질과학총회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인류세가 승인되면 빙하기 이후 1만1700년 동안 이어져온 '홀로세'(Holocene)가 막을 내리고, '신생대 제4기 인류세 크로퍼드절'에 살게 될 전망이다. 지질시대는 '대-기-세-절'로 구분되는데, 현재 우리는 '신생대 제4기 홀로세 메갈라야절'에 살고 있다.

AWG 위원장 콜린 워터스 영국 레스터대 명예 교수는 "인류세는 1950년대 이후 인류가 지구 전체에 끼친 급격한 변화를 특징짓는다"면서 "인류활동의 복합적인 영향이 나쁜 쪽으로 영향을 미쳤다면, 좋은 쪽으로도 충분히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있다는 점에서 희망이 있다"며 "인류세의 도래가 환경적 재앙이 불가피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친환경 교통수단이 생태계 위협”…녹색 교통수단의 역설

기후 대응을 위해 확대 중인 저탄소 교통 인프라가 오히려 생물다양성과 도시 자연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탄소배출이 줄더라도 숲

국립심포니, 폐자원으로 업사이클링..."4년간 나무 5007그루 식재 효과"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지난 2022년부터 폐현수막, 폐악보, 폐플라스틱을 수거해 업사이클링 굿즈로 제작하면서 약 30톤의 탄소를 감축하고 278만리터

폐자원 수거하고 환경교육까지...기업들, 환경의 날 맞아 다양한 활동

6월 5일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기업들이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알리는 다양한 활동들을 펼쳤다.4일 LG전자는 13일(현지시간)까지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

[최남수의 ESG풍향계] 이재명 정부의 ESG정책 방향은?

굳이 이념적 경향성을 따지자면 ESG는 진보 이슈에 더 가깝다. 환경보호와 사람존중 등이 핵심 주제여서 그렇다. 실제로 각 정파가 ESG에 접근하는 움직

SK AX, 카테나X OSP 자격 획득...유럽 ESG 핵심 파트너 등극

SK AX(옛 SK C&C)가 4일 유럽 최대 자동차 공급망 ESG 데이터 네트워크 '카테나X(Catena-X)' 운영사인 '코피니티X(Cofinity-X)'로부터 온보딩 서비스 사업자(On-boa

현대홈쇼핑 '전자폐기물 자원순환 캠페인' 아파트 2000곳으로 확대

현대홈쇼핑이 폐가전을 수거하고 재활용하는 '전자폐기물 자원순환 캠페인' 규모를 아파트 단지 총 2000곳으로 확대한다.현대홈쇼핑은 지속가능한 환

기후/환경

+

작년 동남아 바다 덮친 '해양 열파'...호주 면적의 5배

지난해 동남아시아와 태평양 일대에서 발생한 해양 열파의 면적이 호주 국토의 5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5일(현지시간) 세계기상기구(WMO)는 2024년

"19개국 대표단과 시민 1만여명 참여"...2025 환경의 날, 제주서 마무리

2025 세계 환경의 날 공식 기념행사가 5일 제주에서 이틀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유엔환경계획(UNEP)과 환경부가 '플라스틱 오염 종식(#BeatPlasticPllution)'

'환경의 날' 맞은 환경단체들 새 정부에 '환경 정책' 이행 촉구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환경단체들이 새 정부를 향해 기후 위기 문제 해결을 위한 환경 정책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환경운동연합은 5일 오전 서울

"기후위기 시계를 멈추자" 청년단체, 새 정부 기후대응 촉구

6월 5일 환경의 날을 맞아 청년단체들이 국회 '기후위기 시계' 앞에서 이재명 정부와 국회의 기후 대응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기후변화청년

비가 안와서 가뭄?...더워진 대기가 수분 빼앗아 가뭄 늘었다

더워진 대기가 공기중 수분을 빨아들이면서 전세계적으로 가뭄이 발생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4일(현지시간) 영국 옥스퍼드대 수문기후학자

전세계 하천 통해 수만년전 탄소가 대기로 방출

전세계 하천을 통해 고대에 존재하던 탄소가 대기로 방출되고 있다는 충격적인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로 인해 기존 탄소 순환 모델과 기후목표 설정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