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석탄투자정책 "왜 공개 못하는데?"...기후단체들, 행정소송 제기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07-11 11:16:52
  • -
  • +
  • 인쇄
'탈석탄선언' 2년 지났는데 시행방안 없어
1년뒤 공개가 원칙...5개 회의록 전부 거부
▲11일 오전 11시 기후변화청년단체(GEYK), 60+ 기후행동, 기후솔루션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사진은 소장 전달 이후 이들 기후단체가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국민에게 회의록을 숨기고 있는 국민연금의 행태를 묘사하는 퍼포먼스. (사진=기후솔루션)


국민연금 석탄 투자정책이 비공개 처리되자 국내 기후단체들이 관련 회의록을 공개하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1일 기후변화청년단체(GEYK)와 60+기후행동, 기후솔루션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정보공개 거부처분취소소송 소장을 서울행정법원에 전달했다.

이들은 이날 소송을 제기하기전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건복지부 장관과 국민연금의 불성실한 정보공개 행태를 규탄하고, 탈석탄 정책수립 과정의 투명한 공개를 요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며 취지를 밝혔다.

지난 2021년 5월 국민연금은 탄소국경세 등 글로벌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과 기금운용의 위험관리 및 탄소배출 감축의 필요성에 공감해 기금의 석탄채굴 및 발전산업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는 '탈석탄 선언'을 했다. 이후 2022년까지 석탄투자제한 정책 시행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잠정적 계획 또한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탈석탄 선언' 및 계획을 발표한지 2년이 지났음에도 구체적인 석탄투자제한정책을 수립되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석탄투자제한 정책수립을 위한 안건을 상정해 논의를 진행했지만, 해당 안건에 대해서 대부분 비공개 처리했다.

이에 국내 기후단체들은 지난 5월 24일 보건복지부 장관에 대해 석탄투자제한정책 관련 안건이 논의된 5개의 회의록 △2021년도 제5차 기금위 회의록 △2021년 제6차 기금위 회의록 △2021년도 제9차 기금위 회의록 △2022년도 제1차 기금위 회의록 △2022년도 제2차 기금위 회의록, 실무TF 명단과 회의록, 전문가TF 명단과 회의록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6월 8일 전문가 TF 명단을 제외한 나머지 정보에 대해서는 모두 비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사실상 석탄투자제한정책 관련 논의 내용 공개를 모두 거부한 것이다.

비공개를 결정한 사유는 보건복지부가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1호, 국민연금법 제103조의2 제2항 단서의 기금운용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금융시장 안정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기후솔루션의 김현지 변호사는 "보건복지부 장관의 이번 정보공개 거부 처분은 정보공개법의 목적과 취지를 거스르는 위법한 처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연금 기금위 회의록은 1년이 지나면 전체공개를 할 의무가 있고, 예외 사유에 해당할 때만 4년의 유예기간이 주어진다"며 "하지만 대법원은 국민의 알권리 및 국정 참여권 보장, 국정 운영의 투명성 확보 차원에서 이같은 예외 사유를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후단체들은 "국민연금 기금위가 석탄투자제한 정책과 관련된 안건에 대해서는 대부분 비공개함으로써 국민연금의 탈석탄 선언의 정책 수립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빠른 시일 내에 이행되길 바라는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렸다"며 "석탄투자제한 정책 논의과정 공개와 더불어 석탄투자제한정책 수립 지연 사유 설명과 향후 정책수립 계획 발표, 석탄투자제한정책 수립 및 이행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GEYK 김선률 부대표는 "국민연금이 스스로의 '탈석탄 선언'을 거스르며 투자를 계속한다면 '탈석탄 금융' 전망은 점점 더 불투명해지고, 국가경쟁력 저하를 가져올 것이며, 이는 '국민 모두가 행복한 상생의 연금'이라는 국민연금의 슬로건에 정 반대되는 기금운용이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민의 지속가능한 노후를 책임져야 할 국민연금이 어째서 석탄발전 투자액을 늘리고 있는지 알고자, 기후위기 시대에서 청년들의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실마리를 찾고자 소장을 접수했다"고 말했다.

60+기후행동 윤여창 교수는 "국민들은 연령과 소득 조건에 따라 국민연금에 의무적으로 가입해 보험료를 납부하고 있고, 이렇게 마련된 기금은 국민들의 노후 보장을 위해 사용되어야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며 "따라서 우리 국민은 국민연금이 석탄 투자를 통해 우리의 노후를 위험하게 하고, 미래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석탄 투자를 감행하지 않도록 감시할 권리가 있다"면서 "국민연금의 주인은 국민인 만큼 국민의 땀이 어디에 쓰이고 있는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기자회견에서는 국민에게 회의록을 숨기고 있는 국민연금의 행태를 묘사하는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국민연금 및 보건복지부 관계자를 연상시키는 두 사람이 국민연금 기금위 회의록을 온몸으로 막고 있으며, 국민 한 사람이 회의록을 보려고 애를 쓰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들은 퍼포먼스에서 'NO 국민 ZONE', '관계자외 공개금지' 등의 판넬을 붙이고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정부의 행태를 규탄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정부 '위약금 면제' 수용한 SKT..."정보보호에 7000억 투자" 결정

SK텔레콤이 해킹 사고로 번호이동한 가입자에 대해 위약금을 면제해야 한다는 정부의 요청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SKT는 침해사고 발생전인 4월 18일 기

우리은행 'G.우.주 프로젝트' 시행...경기도 보호아동 위해 6억 지원

우리은행이 'G.우.주 프로젝트'를 통해 보호아동을 위해 4년간 매년 1억5000만원을 지원한다.우리은행은 경기주택도시공사(GH), 한국아동청소년그룹홈협

이재명 정부의 ESG 정책과 기업의 대응전략은...KEMI, 17일 세미나

한국ESG경영개발원(KEMI)이 오는 17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파인홀에서 '이재명 정부의 ESG 정책과 기업의 대응 전략'을 주제로 ESG 세미나를 개최한다고 3일

방시혁 하이브 의장 서울대 문화관 재건축에 50억 기부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모교인 서울대학교에 기부한 50억원이 서울대 문화관 재건축에 사용된다.서울대는 3일 오후 6시 서울 관악구 서울대 문화관 중강

KCC '2025 ESG 보고서' 발간...온실가스 '스코프3'까지 확장

KCC가 ESG경영 성과와 지속가능 전략을 담은 '2025 지속가능성보고서'를 발간했다고 3일 밝혔다.올해 11번째로 발간되는 이번 보고서는 지속가능경영보고

"중대재해는 기업 ESG평가의 핵심리스크...등급 차감요소로 작용"

'중대재해'가 기업의 가치와 ESG 평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ESG 평가 및 투자자문기관 서스틴베스트가 3일 발간한 '중대재해

기후/환경

+

바닐라·유제품 생산량도 감소?...기후변화로 생산량 감소세

바닐라와 유제품 등 전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식품과 향신료가 기후변화에 의해 생산량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샬럿 와테인

美 캘리포니아 반년만에 또 '대형산불'...폭염과 강풍에 불길 확산

올 1월 로스앤젤레스(LA) 대형산불로 몸살을 앓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또다시 대형산불이 발생했다.3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산림소방국(Cal Fire)에

"더이상 못 참겠다"…환경부, 계양산 러브버그 직접 방제

인천 계양산에 떼로 나타났던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로 인해 주민들의 불편이 커지자, 환경부가 결국 직접 방제에 나섰다.최근 계양산 정상을

때이른 폭염에 '가장 더운 6월'...1년만에 평균기온 또 갈아치웠다

올 6월 우리나라 전국 평균기온이 역대 최고를 기록하면서 '역대 가장 더웠던 6월'로 기록됐다.4일 기상청이 발표한 2025년 6월 기후특성에 따르면 6월 전

'불지옥'으로 변한 유럽...독일과 그리스 산불 계속 확산

역대급 폭염이 덮친 유럽에서 유럽으로 인한 산불이 곳곳에서 발생하면서 가득이나 뜨거운 대기를 더 뜨겁게 달구고 있다. 3일(현지시간) dpa통신 등에

[주말날씨] 낮 최고 36℃ '찜통더위'...밤에도 28℃ '열대야'

이번 주말도 낮밤을 가리지 않고 찜통더위가 이어지겠다. 중부지방은 대체로 흐리고 남부지방과 제주도는 가끔 구름많겠다.전국에 폭염특보가 발효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