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활동가들이 런던 프라이드 퍼레이드(London’s Pride Parade)가 '핑크워싱의 장'이라며 행진을 막아세웠다.
1일(현지시간) 기후위기 활동단체 저스트 스톱 오일(Just Stop Oil) 활동가 9명은 런던 프라이드 행진이 열리는 거리에 난입해 코카콜라 차량 앞에 앉아 행진을 중단시켰다.
런던 광역경찰청은 "이날 오후 1시30분경 시위대가 피카딜리 거리의 도로 한가운데 앉아서 행사 트럭을 막아 행진을 중단시켰다"며 "이후 경찰이 시위대를 체포한 이후 다시 행진이 재개됐다"고 밝혔다. 일부 퍼레이드 참여자들은 활동가들이 연행될 당시 경찰에게 환호를 보내며 연행되는 활동가들에게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저스트 스톱 오일은 "런던 프라이드가 '고공해 산업' 기업의 후원금을 받는 것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이같은 일을 벌였다"고 전했다. 이들 단체는 런던 프라이드에 앞서 "고오염 후원사의 참여를 금지하고 석유와 가스, 석탄을 규탄할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프라이드 퍼레이드는 매년 6월에서 7월경 성소수자들의 자긍심 고취와 가시화를 위해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행사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1일 제24회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려 주최측 추산 5만명이 모이기도 했다. 문제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프라이드 퍼레이드의 규모가 커진 후 각종 대기업들이 이를 후원하면서 자사의 ESG 행보를 선전하는 '핑크워싱'의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주최측도 재정 부담을 덜기 위해 대기업 후원을 받아들이면서 "저항과 평등의 축제가 아니라 기업 홍보의 장이 됐다" "로고를 무지개색으로 바꾼 글로벌 기업 차량에 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 등의 비판이 나오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도 서울퀴어문화축제 운영위가 HIV/AIDS 치료제로 잘 알려진 길리어드 사이언스(Gilead Sciences)의 후원을 받자 "에이즈 감염인들에게 폭리를 취하는 제약회사가 퀴어축제에 부스를 내고 행진 트럭을 지원하는 것은 에이즈 감염인들의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라는 비판으로 곤혹을 치른 바 있다.
저스트 스톱 오일 제임스 스키트(James Skeet)는 "런던 프라이드는 지금까지 기후붕괴로부터 성소수자 커뮤니티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약속을 하지 않았다"며 "한 손에는 무지개 깃발을 흔들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기후위기를 가속화하는 것은 결코 자부심(Pride)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그는 "고오염 산업과 그들에게 자금을 지원하는 은행이 프라이드를 핑크워싱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그런데 정작 기후위기에 가장 취약한 사람들은 성소수자 등 사회적 소수자"라고 강조했다.
사디크 칸(Sadiq Khan) 런던 시장은 "멸종 반란과 저스트 스톱 오일 등은 기후위기의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정말 중요한 단체"라며 "나는 항의할 권리를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합법적이고 안전하며 평화로운 방식으로 시위를 하는 것에 동의한다"며 과격 집회를 자제해줄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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