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탄소세 부과 놓고 찬반 팽팽 '합의 불투명'
대형선박에 대한 탄소세 부과여부 논의가 본격화될 예정인 가운데 해상 무역규모를 축소하지 않으면서도 선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가량으로 줄일 수 있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6일(현지시간) 글로벌 컨설팅업체 CE델프트(CE Delft)가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이미 상용화된 기술을 활용하고 수소엔진 등의 신기술을 도입하면 해운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10년 내에 절반에서 3분의1까지 줄일 수 있다. 해상 운송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에 달한다.
또 보고서는 "전세계 선박의 5~10%가 수소, 바이오연료, 태양전지 등의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기 시작하면 향후 10년 내에 연료 사용으로 인한 배출량을 2008년보다 36%에서 47%까지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해운업계는 탈탄소에 드는 비용절감을 위해서 빠르게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 런던대학교(University College London) 연구에 따르면 10년동안 탈탄소화가 매년 지연될 때마다 해운업계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에 도달하기 위해 추가로 1000억달러의 비용이 발생할 전망이다.
한편 이번 연구는 26일부터 7월 7일(현지시간)까지 런던에서 열리는 국제해사기구(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 IMO) 회의를 앞두고 발표됐다.
이번 회의에서 세계 각국은 해상물류 탈탄소화와 선박에서 발생하는 탄소 1톤당 최대 100달러의 부과금 부여 여부를 두고 논의할 예정이다. 실제 세계은행(World Bank) 추정에 따르면 해운에 탄소세를 부과하면 연간 500억달러에서 600억달러의 세금을 거둘 수 있다. 따라서 일본을 필두로 한 몇몇 국가에서는 2025년부터 배출하는 탄소 1톤당 56달러의 탄소세를 부과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국 의회가 공화당이 다수이기 때문에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다"며 "이로 인해 협상이 완만하게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존 케리(John Kerry) 미 국무장관은 지난번 글로벌 금융협정을 위한 파리 정상회담(Summit for New Global Financing Pact) 이후 "개인으로서는 광범위한 탄소세 증대를 지지하지만, 이는 행정부의 정책이 아니다"며 "개인적으로 탄소가격 책정을 지지해 왔지만, 국무장관으로서는 세금이나 수수료 등을 옹호하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재닛 옐런(Janet Yellen) 미 재무장관 또한 "우리는 기후변화와 빈곤감소 및 기타 글로벌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당한 자원을 조달해야 할 필요성에 매우 집중하고 있다"며 "이러한 방안에 대한 파리 회담의 논리에 동의하고 미국도 참여할지 검토해 볼 것이다"고 했다. 탄소세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실질적인 참여는 신중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아일랜드의 환경장관이자 손실 및 피해 기금 유럽연합 수석 협상 대표 에이몬 라이언(Eamon Ryan)은 "이번 IMO 의제는 찬반이 정확하게 반반으로 갈리고 있다"며 "합의가 이뤄질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전망했다. 그는 "우리는 기후위기 해결에 대한 진정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며 "이는 개발도상국에 더이상 말만 할 때가 아니라 행동해야 할 때라는 확신을 줄 것이다"고 세계 각국의 참여를 촉구했다.
환경단체들은 이번 연구결과를 두고 "중국, 인도, 브라질, 에콰도르, 사우디 아라비아 등의 국가들이 IMO의 탄소규제 시도에 반대하는 이유로 무역피해를 들었던 만큼 이번 연구를 통해 배출량 감축이 세계무역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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