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북극 동시베리아해에서 수집한 음파를 분석해 해저 영구동토층의 존재 가능성을 확인했다.
영구동토층은 탄소가 외부로 새나가는 것을 막고 보관하는 역할을 하지만, 최근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빠르게 녹으면서 제기능 수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상부가 상대적으로 따뜻한 바닷물에 노출된 해저 영구동토층에서는 메탄 분출 현상이 자주 목격된다.
극지연구소 나형술 박사와 한양대학교 에리카(ERICA) 한동균 박사연구팀은 지난 2017년부터 북극 동시베리아해에 독자적인 수중음향관측시스템을 구축하고 바다의 소리를 수집, 분석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북극 동시베리아해 연안의 수심 변화와 해저면 하부의 영구동토층 존재를 파악했다고 27일 밝혔다.
음파는 공기중(약 340 m/s)에 비해 바닷속에서 약 4배 가량 빠르게 전달(약 1500m/s)되고, 영구동토층처럼 밀도가 높은 매질을 통과할 때 속도가 더욱 빨리지는 경향이 있는데, 연구팀은 이러한 소리의 음향학적 특징과 수치모델을 이용해 얇은 상부퇴적층에 덮여 있는 영구동토층의 존재를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음파는 바닷속에서 멀리까지 효과적으로 전달되는 특성이 있어서 접근이 어렵거나 장기간 관측을 필요로 하는 연구에 유용하다. 이번 연구는 인간에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소음 등을 최소화한 비침습적인 방식이라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해양 소음 유발 가능성도 낮고 친환경적이다.
동시베리아해는 대서양과 태평양에서 기원한 바닷물이 마주치는 곳으로, 최근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북극보다 저위도의 바다에서 북상하는 어족 자원들이 발견되는 등 해양생태계가 빠르게 변하고 있는 바다다. 연구팀은 2017년 이후, 매년 해당 바다를 방문해 세계에서 유일하게 동시베리아해의 소리를 장기 관측하고 있다.
연구팀은 이전에도 관측시스템에 기록된 데이터를 분석해 북극해 해빙이 이동할 때 나는 소리, 턱수염바다물범 같은 해양 포유류가 내는 소리 등을 분리해내는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강성호 극지연구소 소장은 "장기간 관측한 북극 바다 속 음향 데이터는 그 확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면서도 "북극 해양 생태계 변화와 북극 해저에서 일어나는 현상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 등 다양한 연구에 활용될 수 있어 앞으로 쓰임새가 더 기대된다"라고 전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해양수산부 연구과제 '북극해 온난화-해양생태계 변화 감시 및 미래전망 연구'와 '북극해 해저지질 조사 및 해저환경 변화 연구'의 일환으로 수행됐으며 '프론티어스 인 마린사이언스'(Frontiers in Marine Science)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