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벽부터 도로까지…틈새를 노리는 '기발한 태양광'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3-06-21 07:3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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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훼손없이 설치할 수 있는 모듈 각광
유휴부지 이용하거나 기존 시설물 활용
▲울산중구청 노면 블록형 태양광발전 설비(사진=울산 중구)

우리나라는 국토의 70%가 산지인데다 위도가 북위 33°~43°여서 태양광으로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높이는데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지 않다. 그러다보니 산지를 깎아내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거나 농지에 태양광을 설치하면서 또다른 환경오염을 야기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수년동안 산지와 농지 등 비교적 해가 잘 드는 지역에 태양광 패널을 즐비하게 설치했지만 우리나라 발전량 가운데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7.15%에 불과하다. 7.15% 재생에너지 가운데 태양광이 48.8%나 차지한다. 주요 재생에너지인 태양광과 풍력만 놓고보면 거의 90%인 셈이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60~90%에 달하는 유럽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고 재생에너지 비중이 20%가 훌쩍 넘어가는 일본과 중국과 비교해서 갈 길이 멀다. 

이에 따라 멀쩡한 산지와 농지가 아닌 유휴부지나 건물외벽, 노면, 방음벽 등에 설치할 수 있는 태양광 패널이 눈길을 끌고 있다. 환경을 훼손시키지 않으면서 효율성이 높은 기발한 태양광 발전설비를 모아봤다.


◇ 농사와 발전수익 '일석이조'···영농형 태양광
▲남해 관당마을에 설치된 영농형 태양광 발전소(사진=한화큐셀)


농사와 재생에너지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영농형 태양광'은 농지에 3m 이상 높이로 4~6m 간격으로 태양광 모듈을 설치하는 방식이다. 작물은 '광포화점' 이상의 태양 빛을 활용하지 못하는데, 이 태양광을 전력생산에 활용하는 것이다. 식물은 빛의 세기에 비례해 광합성 속도가 빨라지지만 일정세기에 이르면 더이상 광합성 속도가 증가하지 않는다. 이때를 '광포화점'이라고 한다.

농지 상부에 설치된 태양광 모듈이 만들어주는 그림자 덕분에 한여름의 폭염으로 인한 작물의 일소현상, 태풍으로 인한 낙과 등의 피해를 막아주고 겨울에는 서리·우박 등에 의한 농작물 피해도 예방할 수 있다.

또 고령화, 노동력 감소 등 위기에 처한 농촌의 새로운 수익모델로 활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 영농형 태양광 표준화 국책과제를 연구하는 영남대학교 정재학 교수연구팀은 지난해 국내 전력 가격을 기준으로 영농형 태양광 발전 수익을 계산한 결과, 100㎾ 규모의 발전소를 기준으로 연간 787만~1322만원의 소득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영농형 태양광은 일본에서 가장 발달했고 유럽 전반으로 퍼져나가는 추세다. 일본에선 지난 2012년부터 영농형 태양광 발전소가 늘어나 현재는 3000개 이상의 발전소가 운영중이다. 일본 소사시에 설치된 영농형 태양광의 면적은 20헥타르로 축구장 30개보다 넓은 크기다. 독일에서는 음지성 식물인 딸기·아스파라거스 농장에 패널을 설치했고 프랑스의 경우 포도밭에서 활용하는 등 점차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수직 태양광 패널로 세운 포도밭 가벽 (사진=선스톨)

가벽 형태의 태양광 패널도 등장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두고 있는 태양광 발전회사 '선스톨'은 영농형 태양광의 단점으로 꼽히는 설치비용 문제를 개선하고자 수직형 태양 전지판을 개발했다. 영농형 태양광은 높은 구조물을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추가비용이 발생하지만 수직 태양광 패널은 별도의 구조물을 설치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또 양면 모듈이어서 반드시 남향을 향해 설치할 필요도 없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6년부터 영농형 태양광 발전시설이 생겼지만 제도 미비로 확산이 어려운 상황이다. 한화솔루션 큐셀부문(한화큐셀) 관계자는 21일 뉴스트리와의 통화에서 "영농형 태양광 모듈 개발은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다"며 "농민 입장에서도 영농형 태양광을 설치할 경우, 전체 소득이 증가하는 효과가 있어 관심을 갖고 있지만, 법령 미비로 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영농형 태양광 활성화를 위한 법률 제·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에 계류돼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 독일 고속도로에 설치된 차양막 형태의 태양광 발전 (사진=Innovation Origin 2023)

유휴부지를 활용해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사례도 많다.

미국,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에서는 농촌과 도시의 유휴부지를 활용한 태양광 설비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독일 A81 고속도로에는 5.5m 높이에 지붕 태양광 패널이 설치됐다. 또 뉘른베르크-레겐스부르크 철도구간 제방에 길이 744m의 1.2MW 규모의 태양광을 설치하기도 했다. 독일 정부는 최근 속도제한 없는 고속도로 '아우토반'을 건설할 때 무조건 태양광 패널을 위한 공간확보를 의무화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도 이같은 사례가 늘고 있다. 열차 운행이 중단된 충남 아산의 장항선 폐철도 구간 10.2㎞는 현재 자전거 및 보행자 겸용 도로가 만들어지고 도로 차양막에 태양광 패널 1만8000여개가 설치됐다. 이곳에서는 연간 2만2000여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기가 생산되고 있다. 또 평택~제천고속도로 진천나들목(IC) 방면 비탈면에는 5617평방미터(㎡) 규모에 태양광 패널이 빽빽하게 들어섰다. 이곳에서는 연간 700가구가 쓸 수 있는 전기가 생산된다.


◇ 외벽·방음벽·철도…공간 재활용한 태양광

▲벽면을 태양광 패널로 덮은 건물일체형(BIPV)(사진=IFE 홈페이지 캡처)


건물 옥상이나 외벽 등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건물일체형 태양모듈'(BIPV)도 최근 주목받고 있다.

BIPV는 건물 부자재의 역할과 전력생산을 동시에 할 수 있는 태양광 설비를 말한다. 별도의 모듈을 설치하는 일반 태양광과 달리 지붕, 옥상에 별도의 구조물을 설치할 필요가 없어 도심지역에 적용이 용이하고, 부수적으로 도시미관 개선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주로 건축물 외관에 적용되는 위치에 따라 크게 지붕 통합형, 입면 통합형으로 구별된다. 지붕 통합형은 단독주택, 학교 등 주로 표면적 대비 지붕면적이 큰 건물 유형에 적합한 방식이다. 입면 통합형은 건물 입면에 태양광 시스템을 적용하는 것으로, 통유리벽에 통합하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건물의 외장 마감재를 대체할 수 있는 '외벽용'과 모듈을 건물의 차양재로 활용할 수 있는 '차양 장치용'도 있다.

▲패널 유리막에 색을 넣어 심미성을 높인 BIPV도 등장했다. (사진=옥토끼이미징 홈페이지 캡처)

무엇보다 BIPV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는 제로에너지건축물 의무화에 필수요소로 꼽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2020년부터 연면적 1000평방미터(㎡) 이상 공공 신축건물에 5등급 수준의 제로에너지건축을 의무화했다. 단계적 의무화를 추진해 2050년에는 모든 건물에 1등급 수준의 제로에너지건축을 의무화할 계획이다. 제로에너지건축 등급은 에너지자립률에 의해 결정되며 1등급은 자립률 100%, 5등급은 20~40%인 건축물을 뜻한다.

BIPV 전문기업 씨엠이엔씨 관계자는 "BIPV는 건물 외장재로 사용할 수 있어 태양광 설비 설치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단열효과 적용이 가능해 냉난방시 전력낭비를 줄일 수 있다"며 "또 높은 가시광선 투과율을 이용해 창호로서도 활용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업체에 따라 다르겠지만 정비 및 교체도 간단해 시공 횟수와 기간을 줄일 수 있어 경제적 측면이나 탄소감축 측면에서 득이 많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BIPV 시장은 2022년 기준 2.14GW(약 4조3859억원 규모)지만 2026년 5.6GW(약 9조7427억원 규모)로 2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고 있으며 중국, 인도, 호주 등에서 보급 확대가 예상된다.

우리나라 BIPV 시장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수준으로,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누적 534건, 총 31㎿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가 'BIPV 산업생태계 활성화 방안'을 전격 발표한 것을 비롯해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BIPV 보급사업을 위한 제도 재정비와 지원에 나서고 있어 잠재력이 큰 편이다. 일례로 서울시는 올해 10억원을 투입해 서울 소재 민간건물 소유자 또는 소유 예정자가 올해중으로 건물에 태양광을 설치할 경우 설치비를 최대 80%까지 지원한다.

▲지난 5월 한화큐셀이 공개한 방음벽 태양광 모듈 ⓒnewstree

태양광 패널은 다양한 장소에 설치가 가능하지만 자연이나 건축물의 미관을 해치거나, 건물 규제 등의 문제로 설치가 불가능한 위치도 많다. 이에 도로방음벽, 철도 위 등 의외의 장소에 설치하는 태양광 모듈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 한화큐셀은 방음벽 역할도 하면서 태양광 에너지도 생산하는 '방음벽 태양광 모듈' 시제품을 선보였다.

방음벽 태양광 모듈은 소음을 차단하는 방음 기능과 빛을 흡수하는 빛공해 저감 기능을 갖춘 제품이다. 또 고장, 화재, 스파크와 같은 위험 징후를 미리 감지해 차단하는 기능도 추가해 화재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또 이렇게 설치된 방음벽은 투명하지 않아 새들이 비행중에 충돌해 죽는 사고를 방지하는 효과도 볼 수 있다.

벽이나 지붕에 태양광 발전을 설치하는 게 아니라 도로를 태양광 패널로 만든 경우도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북쪽 크롬메에 위치한 100m 자전거 도로는 태양광 패널로 만들어진 태양광 도로다. 이밖에도 프랑스 노르망디 지역 투루부르, 중국 산둥성 지난시, 미국 밀워키 마케트 대학교 등에서 태양광 도로가 시범 운행중에 있다.

우리나라도 여러 기업들이 태양광 도로 기술 개발을 진행중이며, 실증 및 상용화에 힘쓰고 있다. 한국전력은 자체 연구과제를 통해 2018년부터 한전 본사에 태양광 도로를 설치하고 테스트를 진행중이다.

또 한국동서발전은 보도블록형 태양광 패널을 상용화해 현재 울산 중구청 앞 등 전국에서 실증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 설비는 폐기물 등 친환경 소재를 활용해 제작됐으며 하루 3시간30분 기준으로 22㎾, 연간 8030㎾의 전력을 생산해 청사 전력으로 사용된다.

▲철도 선로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사진=선웨이즈 홈페이지 캡처)

스위스 스타트업 선웨이즈는 철도 선로 사이에 탈부착이 가능한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이들은 지난달부터 스위스 뉴샤텔주에 있는 부츠역 선로 42m 구간에 60개의 태양광 패널 설치 작업을 진행중이다.

선웨이즈는 태양광 패널 설치에 필요한 공간 등 환경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철로 사이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환경적 영향 등 장애물을 극복하고자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반티스트 대니처 선웨이즈 공동창업자는 "스위스 전체 철도망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면 연간 1테라와트(TW)의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으며, 이는 스위스 전체 전력 소비량의 약 2%를 커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나온 다양한 태양광 발전시설은 전체 발전량만 따지면 기존 시설과 비교할 게 못되는 수준이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확대가 절실하지만 설치할 땅이 없어 태양광 산업에 제동이 걸린 지금, 태양광 발전을 늘리기 위해서는 이런 아이디어들을 상용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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