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을 선언한 호주 4대 은행들이 화석연료 기업에 130억달러 넘게 자금을 지원했다.
호주 환경단체 마켓포시즈(Market Forces)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 은행들은 새로운 석탄·석유 및 가스 사업에 직접 자금을 대출하지는 않았지만 이를 개발하는 기업에 자금을 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기업이 추진하는 사업에 직접 투자는 안했지만 해당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해줬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 중 상당수의 금액이 탄소중립과 전혀 무관한 기업에 지원됐다"고 지적했다. 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은행(Australia and New Zealand Banking Group, ANZ)은 지난 2년간 화석연료에 투자하는 기업에게 대출한 자금이 46억달러에 달했다. 내셔널 오스트레일리아은행(National Australia Bank, NAB)도 같은기간 45억달러를 대출했다. 웨스트팩은행(Westpac Bank)과 커먼웰스은행(CommonWealth Bank)은 화석연료 투자기업에 각각 23억달러, 16억달러를 지원했다.
문제는 해당기업들이 은행 자금을 등에 업고 가스전 등 화석연료 개발에 나선다는 사실이다. 지난달 석유 대기업 우드사이드(Woodside)의 CEO 멕 오닐(Meg O’Neill)은 "가스연료는 세계가 파리기후변화협정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ANZ, NAB, 웨스트팩은 우드사이드가 서호주 해안에 위치한 대규모 매장량인 스카버러 해상 가스전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난해 사모펀드에 '인수 대출'을 제공했다.
이 4대 호주은행들은 "파리기후변화협정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비즈니스 관행을 협정에 부합하도록 조정하겠다"며 탄소중립을 선언한 바 있다. 호주은행협회(Australian Banking Association)도 "은행업계가 지속가능한 이니셔티브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2025년까지 1350억달러 이상을 제공할 것"이라며 "호주 은행들은 이미 기후관련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에너지 전환을 돕고 있다"고 파리 협정에 지원 정책 성명에서도 밝혔다.
마켓포시즈는 "이같은 자금조달 방식은 대출기관이 새로운 화석연료 사업을 직접 지원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화석연료 생산에 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 허점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윌반 드폴(Will van de Pol) 마켓포시즈 대표 직무대행은 "은행이 연막 뒤에 숨어있다"며 "이들은 고객들에게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해놓고 수십 년 동안 배출량을 증가시킬 새로운 화석연료 개발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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