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 의존하던 15개국에서 석탄발전 감소
유럽연합(EU)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발발한 지난해 겨울동안 에너지대란이 발생할 것이라는 당초 우려와 달리, 석탄발전이 감소하고 재생에너지가 증가하면서 유럽전역에서 약 120억유로의 전기가 절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5년간 유럽의 평균 전력수요보다 6% 감소한 결과다.
영국의 에너지싱크탱크 엠버(Ember)가 27일(현지시간) 공개한 '웨더링 더 윈터'(Weathering the winter)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10월~2023년 3월까지 유럽의 석탄발전량은 27테라와트시(TWh) 감소했고, 가스발전량도 38TWh 감소했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약 12%가 감소한 수치다.
이에 비해 재생에너지 공급량은 늘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처음으로 풍력과 태양광 및 수력발전이 화석연료 발전을 초과해 모든 전기공급의 40% 비중까지 늘어났다. 반면 화석연료 비중은 37%로 줄었다. 풍력과 태양광 발전량이 전년대비 18TWh 증가하면서 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 발전비중을 추월했다.
보고서는 지난 겨울동안 석탄 의존도가 높았던 EU의 18개 국가 가운데 15개 국가가 석탄발전 비중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탈리아와 핀란드, 헝가리만 석탄발전 비중이 늘었다. 뿐만 아니라 EU 회원국의 전력소비량이 전년 같은기간에 비해 5%가량 줄었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사람들이 물가상승으로 전력 자체를 적게 사용한 결과"로 분석했다.
해리엇 폭스(Harriet Fox) 엠버 분석가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위기가 오히려 재생에너지 공급을 촉진했다"며 "이제 유럽 국가들은 타국에서 에너지를 수입하는 것이 아니라 자국에서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이 더 안정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프랑스는 원전보수 문제로 원자력 발전량은 급속히 감소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유럽 전력생산량에 관한 조사가 엠버의 조사결과와 일치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는 러시아의 전면적인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40년만에 유럽 대륙이 최악의 에너지위기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석탄 사용량의 가파른 반등에 대한 우려가 과장됐음을 보여준다"며 "비록 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을 삭감해 전기요금이 기록적인 수준으로 올라가고 정부에서도 화석연료 발전을 어느 정도는 지속하려고 했지만 이것이 전력소비 증가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고 분석했다.
엠버 분석팀은 "지난 겨울동안 유럽이 주요한 공급망 차질을 피했기 때문에 석탄을 사용해 전력을 덜 생산한 것"이라며 "화석연료 생산을 중단하면서 겨울철 EU 전력부문 배출량이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에서 올 3월 사이의 총 전력소비량은 2021년과 2022년 겨울같은 기간에 비해 94TWh(약 7%) 감소했다.
다만 유럽의 화석연료 감소는 지난 겨울이 유독 따뜻했던 요인도 작용했다. 해리엇 폭스 분석가는 "전력 생산이 감소한 것은 고물가 탓도 있다"며 "고물가로 많은 유럽인들이 고통을 겪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엠버의 선임 에너지&데이터 분석가 크리스 로슬로(Chris Rosslowe) 박사는 "올겨울을 대비하기 위해 유럽 각국은 에너지 효율을 계속 추진하고 재생에너지 생산을 촉진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폭스는 "사람들은 2022년과 2023년을 재생에너지 비상의 원년으로 생각할 것"이라며 "유럽의 각국 정부는 더이상 화석연료에 의존할 수 없으며 재생에너지가 에너지 수요의 대부분을 충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엠버는 지난 13일 '세계 에너지 보고서 2023'를 통해 올해 전력생산에서 화석연료 사용량이 감소하는 첫 해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풍력과 태양광 등 탄소배출이 거의 없는 재생에너지로 전력을 생산하는 비중은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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