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강물에 떠있으면서 '그린수소' 만든다...국내연구진 '광촉매' 개발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04-28 09:3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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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학연구원, 젤 타입 '광촉매 플랫폼' 개발
1㎡ 면적서 시간당 4L 수소 생산 가능성 제시
연구진이 개발한 부유식 광촉매 플랫폼의 구조:개발된 나노복합체는 광촉매층과 지지층으로 구성된다. 광촉매층은 공기 중에 노출되어 있어 효과적으로 빛을 전달받을 수 있다.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다공성의 고무-하이드로젤 복합체를 사용해 높은 표면장력을 달성하여 물에 떠 있을 수 있고, 촉매를 복합체 내에 안정적으로 고정할 수 있으며, 하이드로젤의 물질 전달 특성 덕분에 지속적으로 물을 광촉매로 전달할 수 있다. (자료=IBS)

바다, 호수, 강 등 어느 곳에서든 광촉매가 물위에 떠서 친환경 수소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자연의 물뿐만 아니라 생활폐기물을 녹인 용액에서도 수소 생산이 가능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연구단의 김대형 부연구단장(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과 현택환 단장(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석좌교수) 공동연구팀이 세계 최고 수준의 '그린수소' 생산 성능을 갖춘 '물에 뜨는 광(光)촉매 플랫폼'을 새로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그린수소(Green Hydrogen)는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생산한 친환경 수소를 말한다.

대체자원으로서 수소에너지를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친환경적이면서 높은 효율로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공정 기술과 시설 개발이 필수다. 기존의 대표적 수소 생산방식인 천연가스 수증기 개질은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온실기체인 이산화탄소(CO2)가 다량 배출된다는 단점이 있다. 천연가스 수증기 개질(Natural Gas Steam reforming)은 고온고압에서 메테인(CH4)과 수증기(H20)를 반응시켜 수소를 생산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널리 이용되고 있지만 에너지 소모가 많고 일・이산화탄소가 다량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

이에 비해 광촉매 기반 수소 생산은 태양광 에너지를 흡수해 물(H2O)에서 수소(H2)를 만드는 친환경 방식으로, 무한 에너지원인 태양을 직접 사용하고 이산화탄소(CO2) 등 온실기체 배출이 없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광촉매의 성능 향상을 위한 많은 연구에도 불구하고 아직 상용화에 이르지는 못했다. 실제 환경에서 활용하려면 가루 형태의 광촉매를 넓은 판(패널) 형태로 제작해야 할뿐 아니라, 물속에서 작동하면서 수소를 물 밖으로 보내는 별도 장치 개발 등 추가적인 과정과 비용이 필요하여, 수소 생산의 효율성과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IBS 연구팀은 물 위에 뜨는 젤 형태의 새로운 광촉매 플랫폼을 고안했다. 이중층 구조의 플랫폼으로 상층에는 공기 중에 노출된 광촉매층을, 하층에는 부력을 제공하면서 물을 흡수・전달하는 지지층을 배치해, 별도 추가장치 없이도 실제 환경에서 효율적으로 작동하도록 구성했다.

우선 연구진은 광촉매를 패널 형태가 아닌 기체로 채워진 고체(에어로겔 나노복합체) 형태로 제작해, 촉매 자체의 밀도를 낮추고 성능이 우수한 백금(Pt)계 촉매, 값싼 구리(Cu) 기반 촉매 등 모든 광촉매를 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또 구멍이 송송 뚫린 다공성 구조의 고무-하이드로겔 복합체를 사용해 높은 표면 장력으로 물에 잘 뜸과 동시에, 함수율이 높은 하이드로겔 특성을 활용하여 물이 광촉매에 쉽게 전달되도록 제작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플랫폼은 물 표면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수소가 다시 물로 바뀌는 역반응을 최소화해 생성물의 손실이 적다. 광촉매가 물속에 잠기지 않기 때문에 수심에 따른 빛의 감소나 산란 없이 태양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한다. 또한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촉매의 기계적 혼합(교반) 공정이 필요 없으며, 간단하게 제작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한편 연구진은 태양광을 통한 수소 생산 성능도 검증했다. 1㎡ 면적에서 시간당 약 4L의 수소를 생산(환산치)할 수 있었다. 이는 실제 환경에서 이룬 결과이며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이다. 또한, 다양한 부유물이 섞여 있는 열악한 바닷물 환경에서 2주 이상 장시간 구동했을 때도 성능 저하는 거의 없이, 높은 생산 성능이 유지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광촉매 수소생산 기술 상용화에 큰 걸림돌이었던 생산 공정∙시스템의 효율성과 경제성을 개선하는 한편, 다양한 화합물 생성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활용성과 확장성을 확보한 것에 큰 의의가 있다.

연구를 이끈 김대형 부연구단장은 "연구실이 아닌 실제 환경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 성능을 확보하고, 활용이 제한적인 육지를 벗어나 넓은 바다에서의 친환경 수소에너지 생산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이번 성과의 의미를 밝혔다.

현택환 단장은 "친환경적이며 효율성을 높인 이번 플랫폼은 그린수소 생산뿐 아니라 유기화합물 합성과 과산화수소(H2O2) 생성 등 다양한 광촉매 반응에 활용할 수 있어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Nature Nanotechnology, IF 40.523) 27일자(현지시간) 온라인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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