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피해 계속 늘어...원인은 '기후변화'
맑게 갠 하늘에서 급작스레 항공기에 들이닥치는 '청천난류' 발생 빈도가 늘고 있어 긴 항공기 탑승시간동안 안전벨트를 풀지 못하는 상황까지 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Fortune)은 기후변화 영향으로 대기질이 불안정해지면서 레이더 장비, 조종사 교육, 기내 안전, 친환경 연료 전환 등 산업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전환없이 항공산업이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최근 춥고 더운 기온의 양극단 격차가 커지면서 더 강력한 폭풍과 난기류가 생겨날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영국 레딩대학교 대기과학과 폴 윌리엄스 교수에 따르면 1979년 첫 대기질 관측 이래 바람과 바람 사이를 차단시켜 난기류를 발생시키는 '급변풍'의 강도가 15% 증가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난기류 강도를 '경미함', '중간 세기', '심함' 3단계로 구분한다. 이 가운데 비행 고도가 바뀌고, 순간적으로 통제 불능에 빠질 정도의 '중간 세기' 이상 난기류는 연평균 6만5000회 발생한다. 윌리엄스 교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심함' 단계 난기류가 향후 수십년간 2~3배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난기류 가운데 가장 위험한 '청천난류'(靑天亂流·Clear Air Turbulence)는 지구 평균기온이 1℃ 상승할 때마다 가을과 여름에는 14%, 겨울과 봄에는 9%가 늘어난다는 예측이다. 구름이나 가시적인 징후없이 느닷없이 발생하는 청천난류는 육안은 물론이고 항공기 기상 레이더에도 잡히지 않는다. 청천난류와 맞닥뜨릴 경우 한순간에 기체 고도가 100m가량 뚝 떨어지면서 승객과 승무원의 안전사고 위험이 매우 커진다.
실제로 올들어 청천난류로 인한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3월 미국 텍사스주에서 독일로 향하던 루프트한자 항공기는 청천난류를 만나 승객 7명이 부상을 당했고, 결국 워싱턴 덜레스공항으로 경로를 변경해 부상자들을 병원에 이송시켰다. 마찬가지로 지난 1월 청천난류에 의해 12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하와이안항공 항공기의 조종사는 "3만8000피트(약 11.6km) 상공의 청명한 하늘에서 순조롭게 비행하던 중 마치 기체로 된 기둥에 부딪히는 것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청천난류로 인해 인명피해는 물론 항공사들의 금전적인 부담폭도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미국 국립기상연구센터(NCAR)에 따르면 미국 항공사들은 해마다 난기류 관련 부상자 치료, 항공 지연·연착 및 결항, 기체 파손 등으로 5억달러(약 657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관련 기록이나 통계관리가 엉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연방항공국(FAA) 자료에 따르면 2009~2018년 '난기류에 의한 심각한 부상'을 당한 미국 국내선 이용객 수는 34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미국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 자료는 지난 2022년 12월 휴스턴발 호놀룰루행 항공기에서 41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 전문가들은 FAA 수치가 매우 축소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게다가 NTSB의 수치마저도 항공사들로 하여금 가장 심각한 사례만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더구나 항공업계는 청천난류의 근본적인 원인인 기후변화를 스스로 가속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항공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지속가능한 연료나 전동화 및 수소전환 속도는 더딘 탓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급증하고 있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전세계 항공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50년 현재 수준의 3배에 이를 전망이다.
당장 난기류로 인한 부상 위험을 최소화하려면 좌석 벨트 착용 강화 등 일부 규정 변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승객보다는 서 있는 승무원들이 난기류로 부상 위험에 더 많이 노출돼 있다. 전체 난기류 관련 부상의 80%는 승무원에게 발생한다.
이밖에도 기후변화 영향으로 기상 조건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레이더 기술 역시 빠르게 발전하고 있음에도 교육 매뉴얼이 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 공군 교관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더그 모스(Doug Moss) 테스트 파일럿(항공기 성능을 시험하는 조종사)은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항공사들은 항공기 조종사들이 강풍을 동반한 뇌우 등의 기상조건을 피하는 방법에 대해 훈련을 거의 시키지 않는다"면서 "기상 레이더를 쓰는 법도 가르치지 않아 조종사들 스스로 깨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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