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다결정 대비 배터리 수명 12% 향상돼
국내 연구진이 30% 싼값에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수명과 용량을 늘릴 수 있는 소재를 개발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조재필 특훈교수팀과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의 쥐 리 교수팀은 전기자동차 배터리를 여러 번 충·방전할수록 수명과 용량이 떨어지는 문제를 대폭 개선한 '단결정 양극소재' 공정기술을 개발했다고 31일 밝혔다.
대용량 배터리 양극소재로 과량의 니켈을 함유해 주행거리를 30% 이상 늘린 니켈리치양극소재 등 현재 상용화된 양극소재들은 수백나노미터 수준의 입자들이 뭉쳐진 '다결정 형태'다. 다결정 소재는 배터리를 제조할 때 쉽게 부서지며 배터리 내에서 불필요한 반응을 촉진한다. 충·방전이 반복되면 입자 내부에 미세한 균열이 생기고, 배터리 전해액과의 부반응으로 수명이 급격히 감소한다.
반대로 '단결정 형태'로 양극재를 제조하면 이런 문제들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다만 단결정 양극재는 다결정 소재에 비해 30% 이상 가공비가 높다. 전기자동차 1대에서 양극재의 가격 비중은 15% 내외이고, 가공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25% 정도다. 금속가격은 국제시세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결국 가공비를 최소화하는 것이 가격경쟁력에서 우위를 갖는 데 가장 중요하다.
이번에 UNIST-MIT 공동연구팀은 단결정 소재 비용을 적어도 30% 이상 절감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리튬수산염(LiOH)과 리튬질산염(LiNO3)을 액체 상태에서 완전히 녹여 섞이도록 하는 '공융조성'을 통해 전이금속 전구체를 일정한 비율로 합쳤다. 이후 공·자전 혼합기를 활용해 2000회/분의 속도로 12분간 섞었다.
접촉에서 발생되는 열로 녹은 분말들이 다결정입자들의 경계면에 침투(결정립계 침식 발현)해 들어가면서 액화 리튬염-전이금속 나노입자 복합체가 만들어진다. 이 복합체를 800℃ 미만에서 10시간 동안 가열해 수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완전히 결정화된 단결정 형태로 만드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이 기술은 니켈리치 양극뿐 아니라 리튬·망간 리치 양극소재에도 적용 가능하다. 리튬·망간 리치 양극은 망간이 고함량(60% 이상)으로 포함된 물질이다. 또한 리튬의 함량이 전이금속의 함량보다 높아 4.5V 이상의 고전압에서 250 mAh/g 이상의 고용량을 발휘하는 소재다. 망간의 함량이 증가할수록 합성하기 위해 필요한 열처리온도 올라가는데, 특히 망간 함량이 60% 이상인 경우 900℃ 이상에서 12시간 이상 가열해도 단결정으로 합성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망간 함량이 60%이상에서도 1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단결정형 입자로 합성이 가능해졌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로 개발된 기술을 적용시켜 일반적인 공정으로 합성한 다결정 소재(NCM811)와 같은 조성의 단결정 양극소재를 리튬 메탈전지에서 전지 성능을 측정한 결과, 단결정 양극소재는 200회 충·방전 후에도 기존 용량의 92%에 준하는 성능을 보였다. 또 같은 조성의 다결정 소재 대비 약 12% 향상된 수명 유지율을 보였다. 이밖에도 가스 발생량 및 저항 증가율이 30% 이상 개선된 결과를 보여 전기자동차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안전성 개선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제 1저자인 윤문수 UNIST 에너지공학과 박사후연구원은 "이번 연구를 통해 니켈리치 양극소재 뿐만 아니라 LFP대체 물질로 주목받는 리튬·망간리치 양극소재를 저렴하게 단결정으로 합성이 가능하다는 것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조재필 에너지화학공학과 특훈교수는 "현재 상용화가 진행중인 니켈리치계 단결정 양극소재들은 여러 번의 가열로 인한 생산비용 상승 문제가 있다"며 "신규 개발된 합성법을 적용한 양극재로 대량 합성공정 개발시 기존 단결정 대비 대비 적어도 30% 이상의 비용 절감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나 현재의 합성 규모는 랩수준으로 대량 생산하기까지 적어도 4년 이상이 걸릴 것이다"고 예상했다.
이번 연구는 에너지분야의 권위학술지인 '네이처 에너지'(Nature Energy)에 30일(현지시간) 온라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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