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금속에 보호막 덧씌워 수명 6배 늘렸다
국내 연구진이 '리튬 금속 이차전지' 수명을 세계 최고 수준인 6배 이상 높일 수 있는 보호막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28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신소재공학과 김일두 교수와 생명화학공학과 임성갑 교수 공동연구팀은 리튬금속전지의 음극을 안정시켜 충·방전이 600사이클 이상 안정적으로 구동되도록 하는 보호막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리튬금속전지 수명을 6배 이상 개선한 것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현재 전기차,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에 쓰이는 리튬이온전지의 이상적인 음극 소재로 리튬 금속이 주목받고 있다. 현재 상용 배터리인 그라파이트(graphite, 372 mAh/g)보다 10배 높은 용량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충·방전 과정중 리튬 이온이 '덴드라이트'(dendrite)라고 불리는 바늘 구조의 침전물 형태로 금속 음극에 달라붙어 전지 수명이 짧아지거나 폭발 위험 등이 생기는 탓에 상용화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고체-전해질 계면'(artificial solid-electrolyte interphase, 이하 SEI) 층을 보호막처럼 만들어 리튬 이온의 원활한 전달과 덴드라이트의 성장을 억제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들이 진행됐다.
문제는 기존의 인공 SEI 층들은 두께가 두꺼워 전지 내부의 높은 저항을 발생시키거나, 수백 사이클 이상의 구동시 리튬 금속으로부터 떨어져 리튬 금속 음극의 장시간 안정성 유지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SEI 층의 형성 과정에서 반응성이 매우 큰 리튬의 손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원하는 형태의 SEI 층을 형성하는 데에 제약이 컸다.
이번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개시제를 이용한 화학 기상 증착법'(initiated chemical vapor deposition, iCVD)이라는 공정을 이용했다. 이 공정 기술은 리튬금속 표면에 손상없이 보호막으로 적용되도록 용매를 사용하지 않는 온화한 조건에서 공정을 진행하며 기능성 고분자 박막을 얇게 균일하게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연구팀은 iCVD 공정으로 제조된 고분자 박막을 활용해 리튬 전극의 계면을 안정화했다. 전해액과 만나면 3배 팽윤되어 부드러운 SEI 구조체를 형성하는 고분자 보호막이 적용된 리튬 음극은 세계 최고 수준의 리튬 이온 운반율(0.95)과 이온 전도도(6.54 mS cm-1) 특성을 보였다. 특히 100 nm의 얇은 두께에서도 리튬 덴드라이트 성장을 효과적으로 막는 효과가 있음을 연구팀은 증명했다. 피디멤스가 코팅된 리튬 음극과 상용화된 양극(LiNi0.6Co0.2Mn0.2O2)을 배터리 셀(battery cell)로 제조해, 무려 600 사이클 이상 안정적으로 구동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구현한 것이다.
생명화학공학과 임성갑 교수는 "전해액에서 팽윤되는 초박형 고분자 보호막을 iCVD 공정을 적용해 리튬 금속 대비 6배 이상 수명이 개선된 리튬금속 전지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신소재공학과 김일두 교수는 "고용량 리튬 이차전지뿐만 아니라 리튬-황 전지, 리튬-공기 전지와 같은 차세대 이차전지에도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리튬 음극의 상용화를 앞당기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ˮ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KAIST 졸업생 배재형 박사(現 경희대학교 화학공학과 교수), KAIST 최건우 박사과정, KAIST 송현섭 박사과정이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했으며,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티리얼즈'(Advanced Energy Materials) 온라인 호에 지난 8일 게재됐고, 표지논문 (Front Cover)으로도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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