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온실가스 20~30% 감축"
다국적 생활용품 업체 '유니레버'가 탄소감축 실현을 위해 일반적인 아이스크림보다 덜 녹는 제품을 조만간 시장에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벤앤제리스'와 '매그넘' 등 유명 아이스크림 업체를 자회사로 둔 유니레버가 탄소 절감을 위한 아이스크림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니레버는 영하 12℃ 환경에서도 녹지 않는 아이스크림을 개발하는 것이 목적이다. 보통 아이스크림 전용 냉장고의 온도는 영하 17℃지만 보다 높은 온도에서도 녹지 않는 아이스크림이 나온다면 아이스크림 전용 냉장고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20~30% 감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유니레버가 자사 아이스크림 판매를 위해 전세계 매장에 설치한 아이스크림 전용 냉장고는 300만 대에 달한다. 냉장고를 가동하는데 사용되는 에너지는 유니레버의 탄소발자국의 약 10%를 차지한다.
유니레버는 약 10년 전부터 덜 녹는 아이스크림 개발에 착수해 각 재료의 배합 비율 등을 연구했는데 최근 수년간 설탕과 관련한 신기술이 개발되면서 목표 달성에 한 걸음 다가섰다고 설명했다.
단, 최종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배합 외에도 다양한 소재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높은 온도로 부드러워진 아이스크림이 달라붙지 않도록 포장지도 개선해야 하고, 밀가루로 만드는 아이스크림 콘도 특유의 바삭거리는 식감을 잃지 않도록 재료 배합을 변경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니레버는 최근 독일에서 시제품의 반응을 확인한 데 이어 인도네시아에서도 블라인드 테스트를 비롯한 소비자 반응을 확인할 예정이다. 시제품에 대한 반응이 좋다면 실제 상품을 출시하고 냉장고의 온도를 올릴 계획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시기는 밝히지 않았다.
일각에선 유니레버 측의 연구가 단순히 탄소 감축을 위한 것이 아니라 경쟁업체를 겨냥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일반 매장에 설치된 유니레버의 아이스크림 전용 냉장고에 유니레버 제품 외에도 다양한 업체의 제품이 함께 판매되고 있는데 만약 냉장고의 온도를 올릴 경우 다른 업체의 제품이 타격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다만 유니레버 측은 덜 녹는 아이스크림 개발에 성공할 경우 다른 업체에도 노하우 일부를 전수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분석 및 브랜드 컨설팅 회사인 '칸타르 컨설팅' 데이브 마코트 수석부사장은 "영국 소비자들은 다른 시장보다 환경 문제에 더 민감하다"면서 "유니레버는 영국에 본사를 둔 기업으로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시장에 전달할 방법을 찾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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