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화황 농도 증가할수록 윤곽 흐려"
빛과 함께 시시각각으로 움직이는 색채의 변화를 표현하려 했던 인상주의 작품의 몽롱한 하늘이 사실 오염된 유럽의 대기를 표현한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31일(현지시간) 소르본대 기상학연구소 애나 올브라이트와 피터 하이버스 하버드대 지구행성학 교수는 인상파 화가인 윌리엄 터너와 클로드 모네의 그림에 나타난 화풍과 색상 변화를 공기오염과 연결해 분석한 연구결과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했다.
연구진은 터너가 그린 작품 60점과 모네가 그린 작품 38점을 분석한 결과, 당시 유럽의 대기오염이 심해지면서 두 화가의 작품도 점점 더 흐릿해졌다고 결론지었다. 영국 태생의 터너와 프랑스의 모네는 서유럽에서 산업혁명이 한창이었던 18~20세기 초반에 활동했다.
연구진은 당시 석탄을 연료로 태우는 공장에서 이산화황 등 오염물질이 배출됐고 대기에는 미세입자인 '에어로졸'이 가득했다고 밝혔다.
에어로졸은 공기 중에 떠있는 고체 또는 액체 상태의 입자로 보통 0.001∼100㎛ 정도의 크기다. 에어로졸은 태양에서 나오는 방사선을 흡수한 다음에 이를 분산하기 때문에 먼 곳에 있는 물체의 형태를 분별하기 어렵다. 또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시광선을 흩어지게 만들어 낮에 색조와 빛을 더 강렬하게 만든다.
연구진은 터너와 모네가 그림에서 묘사한 사물의 윤곽이 배경과 비교해 얼마나 뚜렷한지 수학모델을 활용해 분석했다. 그 결과 대기에 이산화황 농도가 증가함에 따라 그림 속 사물의 윤곽도 더 흐릿해졌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시기별로 작품들이 점점 강한 하얀색을 띠는데 연구진은 이 또한 대기오염 증가로 가시성이 떨어졌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그림 속 풍경의 가시성을 측정한 결과 터너가 1830년 전에 그린 작품에서는 가시성이 평균 25㎞였지만 1830년 이후 작품에선 평균 10㎞로 줄었다. 모네의 경우에도 초기 작품의 가시성은 평균 24㎞였지만, 이후 작품에서는 1㎞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연구진은 제임스 휘슬러, 귀스타브 카유보트, 카미유 피사로, 베르트 모리조 등 다른 인상파 화가 4명의 작품 18점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비슷한 결론을 내렸다.
연구진은 "더 흐릿한 윤곽과 더 하얀 색조로 바뀐 화풍은 대기 내 에어로졸 농도 증가로 예상되는 시각적 변화와 일치한다"며 "이런 결과는 터너와 모네의 작품이 산업혁명 당시 대기 환경 변화의 요소를 포착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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