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파가 그린 '몽롱한 하늘'…알고보니 대기오염 때문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3-02-01 11:07:09
  • -
  • +
  • 인쇄
美·佛 연구팀, 산업혁명과 연계 분석
"이산화황 농도 증가할수록 윤곽 흐려"
▲인상파 화가 윌리엄 터너의 작품(사진=연합뉴스)

빛과 함께 시시각각으로 움직이는 색채의 변화를 표현하려 했던 인상주의 작품의 몽롱한 하늘이 사실 오염된 유럽의 대기를 표현한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31일(현지시간) 소르본대 기상학연구소 애나 올브라이트와 피터 하이버스 하버드대 지구행성학 교수는 인상파 화가인 윌리엄 터너와 클로드 모네의 그림에 나타난 화풍과 색상 변화를 공기오염과 연결해 분석한 연구결과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했다.

연구진은 터너가 그린 작품 60점과 모네가 그린 작품 38점을 분석한 결과, 당시 유럽의 대기오염이 심해지면서 두 화가의 작품도 점점 더 흐릿해졌다고 결론지었다. 영국 태생의 터너와 프랑스의 모네는 서유럽에서 산업혁명이 한창이었던 18~20세기 초반에 활동했다.

연구진은 당시 석탄을 연료로 태우는 공장에서 이산화황 등 오염물질이 배출됐고 대기에는 미세입자인 '에어로졸'이 가득했다고 밝혔다.

에어로졸은 공기 중에 떠있는 고체 또는 액체 상태의 입자로 보통 0.001∼100㎛ 정도의 크기다. 에어로졸은 태양에서 나오는 방사선을 흡수한 다음에 이를 분산하기 때문에 먼 곳에 있는 물체의 형태를 분별하기 어렵다. 또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시광선을 흩어지게 만들어 낮에 색조와 빛을 더 강렬하게 만든다.

연구진은 터너와 모네가 그림에서 묘사한 사물의 윤곽이 배경과 비교해 얼마나 뚜렷한지 수학모델을 활용해 분석했다. 그 결과 대기에 이산화황 농도가 증가함에 따라 그림 속 사물의 윤곽도 더 흐릿해졌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시기별로 작품들이 점점 강한 하얀색을 띠는데 연구진은 이 또한 대기오염 증가로 가시성이 떨어졌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대기오염(에어로졸)이 빛에 미치는 영향(사진=미국 국립과학원회보)


그림 속 풍경의 가시성을 측정한 결과 터너가 1830년 전에 그린 작품에서는 가시성이 평균 25㎞였지만 1830년 이후 작품에선 평균 10㎞로 줄었다. 모네의 경우에도 초기 작품의 가시성은 평균 24㎞였지만, 이후 작품에서는 1㎞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연구진은 제임스 휘슬러, 귀스타브 카유보트, 카미유 피사로, 베르트 모리조 등 다른 인상파 화가 4명의 작품 18점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비슷한 결론을 내렸다.

연구진은 "더 흐릿한 윤곽과 더 하얀 색조로 바뀐 화풍은 대기 내 에어로졸 농도 증가로 예상되는 시각적 변화와 일치한다"며 "이런 결과는 터너와 모네의 작품이 산업혁명 당시 대기 환경 변화의 요소를 포착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이재용 삼성 회장이 귀국 1주일만에 달려간 곳

주식시장에서 '11만전자'를 회복한 22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회사의 주력사업인 반도체 생산현장으로 달려갔다.삼성전자는 이날 이재용 회장이 경

오리온 3세 경영 본격화...담서원 1년만에 부사장 승진

오리온 담철곤 회장의 장남 담서원씨가 입사 4년 5개월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경영승계에 본격 나서기 시작했다.오리온은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美 쿠팡 주주가 집단소송 제기..."정보유출 공시의무 위반"

3000만명이 넘는 회원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쿠팡을 상대로 미국의 주주가 미국 법원에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내에는 쿠팡 소비자가 거의 없기에

LG화학도 사업재편안 제출...석화업계 구조조정 밑그림 완성

LG화학이 정부가 정한 구조조정 제출시한을 열흘가량 남겨놓고 사업재편계획안을 제출했다. 이날 여천NCC와 롯데케미칼도 사업재편계획안을 제출한 것

KCC글라스, KCGS ESG 평가서 3년 연속 '통합A'

KCC글라스가 한국ESG기준원(이하 KCGS)이 발표한 '2025년 KCGS ESG 평가 및 등급'에서 3년 연속으로 통합A 등급을 받았다고 19일 밝혔다.국내 대표 ESG 평가기관

HL만도 "2035년까지 온실가스 63% 감축"…글로벌 이니셔티브 공식 승인

HL그룹 자동차 부문 계열사 HL만도는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 이니셔티브(SBTi)로부터 2035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공식 승인받았다고 19일 밝혔다. SBTi

기후/환경

+

美트리는 전기료 천만원...英트리는 재생에너지 전력

영국은 올해 크리스마스가 전력부문에서 역대 가장 낮은 탄소배출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20일(현지시간) 가디언이 영국 전력망 운영을 분석한

기후부, 에너지시스템 AI전환 추진…'기후·에너지 DX·AX 전담반' 출범

정부가 에너지시스템 분야의 인공지능(AI) 전환을 본격 추진한다.기후에너지환경부는 22일 오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한국전력공사, 한국전력

기후부, 환경 연구개발 현장 중심 전환…탄소중립·순환경제 기술 발굴

환경 연구개발이 산업 현장과 수요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이 본격화되고 있다.기후에너지환경부는 오는 23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제3차 환

경기도 공공소각장 4곳 내년 착공...2030년까지 21곳 확충

경기도가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에 대비해 내년에 공공소각시설 4곳을 착공한다.22일 차성수 경기도 기후환경에

올해 한반도 열대야 12.1일...2050년에 2배 증가한다

2050년에 이르면 우리나라 열대야 일수는 지금보다 2배 늘어나고, 2100년에 이르면 7배까지 급증한다는 전망이 나왔다. 1년에 85일을 폭염에 시달린다는

기후변화가 바꾸는 식탁...CO2 늘수록 열량은 늘고 영양은 줄어

기후변화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서 일부 작물의 열량은 증가하는 반면, 필수 영양소 함량은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20일(현지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