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살살 걸으라고?…입주민에게 전가한 층간소음

전찬우 기자 / 기사승인 : 2023-01-02 19:14:19
  • -
  • +
  • 인쇄
환경부, 공동주택 층간소음 더 강화
건축규정 층간소음 기준보다 더 높아
▲2일부터 공동주택 층간소음 기준이 강화된다.(사진=연합뉴스)


환경부가 공동주택 층간소음 기준을 강화하면서 층간소음 문제를 입주민들에게 전가한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아파트 층간소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건축기준을 강화해야 하는데 정부가 이 문제는 제쳐두고 층간소음 기준만 강화한데서 비롯된 불만이다.

2일부터 시행되는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 및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걷거나 뛰는 소리, 문 여닫는 소리 등이 낮에는 39데시벨(dB), 밤에는 34dB을 넘으면 층간소음으로 인정된다. 물론 이 소음은 소음기로 1분간 측정한 소리의 평균값이다. 기존에는 낮에 43dB, 밤에 38dB이었는데 이번에 규칙이 개정되면서 낮과 밤 모두 4dB씩 낮아졌다. 일반적으로 어른이 발뒤꿈치로 걷는 소리는 40dB, 아이들이 뛰는 소리는 50dB 정도로 측정된다.

층간소음에 대한 데시벨 기준이 낮아지면서 이로인한 이웃간 분쟁은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쿵쿵 거리며 걷거나 뛰어도 안되고, 문을 여닫을 때도 조심해야 한다. 운동기구나 부억 조리기구, 청소기, 안마기를 사용할 때도 바닥에 매트를 깔아 소음이 아랫층에 전달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TV소리나 피아노같은 악기소리도 층간소음 대상이다.

환경부는 "직접 충격소음 최고소음도의 현재 기준값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수준을 충족한다"며 "공기전달 소음은 전체 민원의 1.5% 정도로 비중이 낮아 검토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층간소음 대상 포함여부(사진=환경부)


하지만 층간소음 기준을 강화하기에 앞서 건축관련 법령부터 제대로 정비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층간소음에 대한 현행 건축기준은 공동주택 층간 바닥슬래브 두께 210㎜ 이상이다. 또 지난해 8월 개정된 '주택법'에 따라 공동주택 시공 후 바닥충격음 성능검사를 실시하도록 돼 있다. 바닥충격음 기준은 가볍거나 무겁거나 상관없이 49dB 이하를 충족해야 한다. 그런데 이 기준은 환경부가 정한 층간소음 기준인 낮 39dB, 밤 34dB보다 높다. 건축기준과 생활속 층간소음의 기준이 '엇박자'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바닥충격음 성능검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검사는 완공된 공동주택 건물을 대상으로 층간소음을 측정해 기준미달일 경우 건설사에게 보완시공·손해배상 등을 권고하는 '사후확인' 방식이다. 그러나 완공된 건물 중 고작 2~5%의 샘플만 확인해 검사를 실시하고 있어 실효성이 별로 없다.

윤은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간사는 뉴스트리와 통화에서 "건축과정부터 층간소음을 최소화하도록 주택법·공동주택관리법 등 관련 법령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며 "소음차단 기준을 지키지 못한 건설사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등 강력한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건축된 공동주택도 문제다. 기존 건물에 대한 뚜렷한 대책 없이 층간소음 기준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소음으로 인정되는 기준이 낮아지면서 법적분쟁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고, 소송이 벌어졌을 때 윗층이 더 불리해질 수도 있다.

이를 두고 한 네티즌은 "대안도 없이 소음기준을 낮추면 어떡하라는 것인가"라며 "주민들간의 분쟁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불만을 토해냈다. 또다른 네티즌은 "층간소음의 책임을 왜 입주자들에게 전가하냐"면서 "건설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현대백화점, 추석 선물세트 포장재 종이로 교체 'ESG 강화'

이번 추석 선물세트 시장에서 현대백화점은 과일세트 포장을 100% 종이로 전환하며 ESG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현대백화점은 기존 플라스틱과 스티로폼

K-컬쳐 뿌리 '국중박' 하이브와 손잡고 글로벌로 '뮷즈' 확장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하는 반려호랑이 '더피'의 굿즈를 판다는 소문이 나면서 전세계에서 가장 핫해진 국립중앙박물관이 방탄소년단(BTS)의 하

하나은행, 美글로벌파이낸스 선정 '2025 대한민국 최우수 수탁은행' 수상

하나은행은 미국의 글로벌 금융·경제 전문지 '글로벌파이낸스지(誌)'로부터 '2025 대한민국 최우수 수탁은행(Best Sub-Custodian Bank in Korea 2025)'으로 선

LG생활건강, 청년기후환경 프로그램 '그린밸류 유스' 활동 성료

LG생활건강이 자사의 청년기후환경활동가 육성 프로그램 '그린밸류 유스(YOUTH)'가 2025년 활동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2일 밝혔다. LG생활건강은 지

쏟아지는 추석선물세트...플라스틱·스티로폼 포장 '여전하네'

추석을 맞아 다양한 선물세트가 백화점과 대형마트 매대를 장식하고 있는 가운데 아직도 플라스틱이나 스티로폼 포장재를 사용하고 있는 선물세트들

쿠팡 '납치광고' 반복한 파트너사 10곳 형사고소...수익금 몰수

쿠팡이 이용자 의사와 무관하게 쿠팡사이트로 이동시키는 이른바 '납치광고'를 해온 악성파트너사 10곳에 대해 형사고소를 진행한다고 1일 밝혔다.납

기후/환경

+

스위스 빙하, 2015년 이후 1000개 사라졌다...'전체의 25%'

스위스 빙하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2일(현지시간)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 빙하연구소(GLAMOS) 연구팀은 2015년 이후 스위스 빙하가 약 25% 사라졌다

10억달러 피해 입힌 '괴물산불' 43%가 최근 10년에 발생

피해 금액이 10억달러가 넘는 대규모 산불의 약 절반이 최근 10년 사이에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2일(현지시간) 칼럼 커닝햄 호주 태즈메이니아대학 박

"고기는 일주일 한번"...'지구건강식단' 하루 사망자 4만명 줄인다

고기를 적당히 먹어도 식량 부문 탄소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하루 전세계 사망자를 최소 4만명씩 줄일 수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2일(현지시간) 요

유럽의 녹지, 매일 축구장 600개만큼 사라진다

유럽 대륙의 녹지가 개발로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영국과 유럽 전역의 위성 이미지를 분석한

기후대응 촉구한 교황...트럼프 겨냥한듯 "지구 외침에 귀기울여야"

교황 레오 14세가 사실상 기후회의론자들을 겨냥해 "지구의 외침에 귀를 기울이라"며 일침을 가했다.교황은 1일(현지시간) 로마 바티칸에서 열린 생태

"산불특별법, 산림 난개발 우려...대통령 거부권 행사해야"

최근 국회에서 통과된 '산불방지법'에 대해 환경단체들이 반발하면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그린피스 서울사무소, 환경운동연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