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학들 탄소중립은 '외면'...ESG과정 개설만 '급급'

전찬우 기자 / 기사승인 : 2022-12-26 08:00:03
  • -
  • +
  • 인쇄
앞다퉈 ESG 교육과정 개설하는 대학들
탄소중립 선언은 '고려대·경북대' 2곳뿐
▲고려대학교 및 경북대학교 (사진=각 학교 홈페이지)

하버드, 코넬, 스탠퍼드 등 세계 유수의 명문대학들이 앞다퉈 캠퍼스 탄소중립을 선언한 것과 달리 국내 366개 대학 가운데 탄소중립을 선언한 곳은 고려대학교와 경북대학교 달랑 2곳에 그치고 있다.

서울시 기후환경본부 자료에 따르면 서울권 대학에서 배출한 온실가스 총량은 2021년 기준 40만톤에 달한다. 당해 탄소배출권 가격인 톤당 2만8000원으로 환산시 약 112억원에 해당하는 양이다.

서울지역 온실가스 배출 상위 5개 대학은 △서울대(10만2958톤) △고려대(3만8341톤) △연세대(3만7539톤) △한양대(2만9164톤) △이화여대(2만5667톤) 등으로 서울권 배출량의 절반이 넘는다. 특히 서울대는 '2021년 서울시 에너지다소비건물 온실가스 배출량'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탄소중립을 선언한 대학은 고려대학교뿐이다.

고려대학교는 2022년 6월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목표 달성시점은 2045년이다. 탄소저감을 위해 현재 야간 및 주말에는 냉난방 공급을 하지 않는다. 또한 LED조명 전환과 폐기물 감축 등으로 탄소저감 노력을 지속하며 2045년까지 태양광·수소연료전지 시설, 마이크로그리드를 구축할 예정이다.

고려대학교에 앞서 캠퍼스 탄소중립을 선언한 대학교는 경북대학교다. 2021년 5월 전국 최초로 탄소중립을 선언한 경북대학교는 대구시·민간건설사와 힘을 합쳐 1500억원 규모의 탄소중립 캠퍼스를 조성할 계획을 갖고 있다. 2040년부터 경북대 캠퍼스 내에서는 친환경자동차만 운행할 수 있게 된다.

국내 대학들이 탄소중립을 외면하는 것과 달리, 해외 명문대학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앞다퉈 이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지난 2005년부터 그린캠퍼스가 추진됐다. 그 결과 현재 영국에서 캠브리지대학교(University of Cambridge)과 임페리얼대학(Imperial College) 등 74개 대학이 친환경 인증(EcoCampus)을 획득했다. 런던대학교(University of London)는 아예 2035년까지 '배출제로' 목표를 선언하기도 했다.

미국 대학들도 2007년부터 그린캠퍼스를 추진하며 탄소중립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듀크대학교(University of Duke), 하버드대학교(University of Harvard), UC버클리(UCB),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엔젤레스(UCLA) 등 4곳은 2025년 탄소중립을 달성할 예정이다. 이외 QS대학평가 상위권 대학들 대부분이 2040~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 그린캠퍼스 사업은 2011년부터 시작됐지만 탄소중립을 선언한 대학이 2곳에 불과할 정도로 실질적 참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예산 부족'으로 지목된다. 앞서 경북대학교가 1500억원 규모의 사업비를 필요로 하는 반면, 현재 환경부 지원금은 학교당 연 1억2000만원에 불과하다.

한 대학 관계자는 "화석연료에 기반한 기존 시스템을 바꾸는 것은 예산부족으로 무리"라며 "현재는 여름·겨울철 냉난방 온도조절 등의 노력을 기울이는 수준"이라고 털어놨다.

이처럼 탄소중립에 소극적인 대학들은 지난해부터 ESG 관련과목과 MBA과정 개설에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EGS과정을 개설한 대학은 뉴스트리가 확인한 곳만 10여개 이상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정작 캠퍼스 탄소중립에는 무관심한 모습을 보이면서 ESG교육과정을 개설하는 것은 모순적"이라고 꼬집었다. 탄소를 내뿜는 캠퍼스에서 ESG교육이 이뤄지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창환 한국그린캠퍼스협의회 연구원은 "그린캠퍼스 사업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예산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정부와 입법부가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국내대학의 탄소중립은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한국노총·민주당·쿠팡 '한자리'..."택배산업 발전 위해 소통" 다짐

택배산업 발전을 통해 노사가 윈윈하기 위해 노사정이 머리를 맞댔다.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과 김사성 한국노총 택배산업본부 위원장,

'참붕어빵' 제품에서 곰팡이...오리온 "전량 회수조치"

오리온 '참붕어빵' 제품 일부에서 곰팡이가 검출돼 전량 회수 조치가 내려졌다.오리온은 참붕어빵 제품 일부에서 곰팡이 발생 사례가 확인돼 시중에

F1 '넷제로' 향한 질주 5년만에 탄소배출량 26% 줄였다

영화 'F1 더 무비' 개봉과 함께 서킷 위 스피드에 열광하는 팬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포뮬러1(F1)은 탄소중립을 향한 질주도 이어가고 있다. F1은 2019년 '20

수자원공사, 재난구호용 식수페트병 '100% 재생원료'로 전환

한국수자원공사(K-water)가 재난구호용으로 지급하는 식수페트병을 100% 재생원료로 만든 소재를 사용한다고 23일 밝혔다. 수자원공사가 제공하는 이 생

친환경 사면 포인트 적립...현대이지웰 '그린카드' 온라인으로 확대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의 토탈복지솔루션기업 현대이지웰이 녹색소비생활을 촉진하기 위해 친환경 구매시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그린카드 적립서비스

SK AX, ASEIC과 51개국 제조업 탄소중립 전환 나서

SK AX가 'ASEIC'과 손잡고 국내외 51개국 중소·중견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공급망 탄소관리, 기후공시 등 탄소중립 전환을 돕는다. SK AX은 ASEIC(아셈중

기후/환경

+

'양산' 쓰는 남자가 늘고 있다..."사막같은 햇빛 그늘막으로 제격"

여자들만 주로 사용하던 '양산'이 38℃를 넘나드는 폭염에 남자들도 여름 필수템으로 이용하기 시작했다.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패션 플랫폼 무신사

AI로 탄소포집하는 콘크리트 찾아냈다

수백 년간 공기 중 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콘크리트 소재를 인공지능(AI)를 활용해 찾아냈다.23일(현지시간)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 비터비공과대

불볕더위 '아차'하면 온열질환에 쓰러져...폭염 안전수칙은?

전국 곳곳에 폭염경보 혹은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온열질환을 예방하려면 폭염 안전수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폭염주의보는 최고 체감온도 33

EU·중국 '기후리더십' 주도권 노리나?…'기후협력' 공동성명 채택

미국과 대척점에 서있는 중국과 유럽연합(EU)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녹색기술을 공동보급하기로 하는 등 협력관계를 더욱 밀착시키고 있다.24일(

산불 1년만에 한달 두차례 홍수...美 뉴멕시코주 마을의 수난

미국 뉴멕시코주 루이도소 마을이 또 물에 잠겼다. 이달에만 벌써 두번째 홍수다. 24일(현지시간) AP통신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후 루이도소 일

폭염에 차량 방치하면 실내온도 90℃까지...화재·폭발 막으려면?

차량이 직사광선에 노출되면 실내온도가 90℃까지 치솟으면서 화재나 폭발 위험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폭염시 차량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25일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