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잠자리,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 등 수많은 동식물들의 특성이 과학발전의 토대가 되고 있는 사례가 책으로 발간됐다.
유엔개발계획(UNDP)이 지난 8일(현지시간) 발간한 '생물다양성에 달린 지속가능한 엔지니어링'(Sustainable Engineering Depends on Biodiversity)이라는 소책자에는 다양한 동식물들의 특성을 유체역학, 재료역학 등에 응용한 사례가 소개됐다.
아키라 오바타(Akira Obata) 일본문리대학(Nippon Bunri University) 교수는 잠자리 날개에 영감을 받아 3kph(kilometres per hour)의 낮은 풍속에서도 회전해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풍력발전용 블레이드를 설계했다. 기존 풍력터빈은 바람이 10kph 미만으로 불 때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오바타 박사의 연구성과를 계기로 풍속이 낮은 지역에서도 풍력발전기를 운용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발전기 단가를 낮출 수 있게 되면서 개발도상국에서도 친환경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지난 2018년 다코타 맥코이(Dakota McCoy) 하버드대 연구팀은 '최고극락조(새)' 깃털의 빛 흡수율이 최대 99.95%에 이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마이크로미터 단위로 구성된 나노구조의 극락조 깃털이 빛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고 있었던 것이다. 빛 흡수량은 태양광의 효율성의 척도가 된다. 이 연구는 태양광 발전에서 빛 흡수량을 높이는 나노구조의 패널이 만들어지는 계기가 됐다.
하늘을 나는 새들의 특성은 항공기 기술에 반영됐다. 항공기의 날개 끝에는 위로 솟은 또 하나의 작은 날개가 있다. 이는 비행기의 움직임을 방해하는 '와류'를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새의 비행을 모방해 만든 이 작은 날개 덕분에 항공사들은 매년 100억갤런의 연료를 절약하고 1억500만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이 책자는 "생물다양성 보전은 단지 종의 유지라는 목적만 있는 것은 아니다"며 "미래 공학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UNDP는 "생물다양성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은 바로 인류 스스로를 위한 노력"이라고 밝히며 "지구상에는 수백만 종이 있지만 단 한 종의 멸종만으로도 예상치 못한 부정적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유엔생물다양성정상회담(COP15)은 이달 19일(현지시간) 종료된다. 현재 전세계 각국은 지구생태계 보호비용 분담문제를 두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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